-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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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마음의 골목이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빌딩이 즐비한 큰 길을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 사는 적나라한 현장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쓰는 언어 속에 마음 속 무의식이 반영되어 묻어 나온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일상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생각이 다르거나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때 '그 사람 나와 틀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사실은 '그 사람 나와 달라'라는 표현이 적합한 상황에서 '달라'(different)라는 표현 대신 '틀려'(wrong) 라고 말하곤 하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표현들을 부지기수로 듣게 된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닌데,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문화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나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르다' 라고 말하지 않고 '틀리다'라고 말한다면 내 생각 내 행동만이 옳다라는 믿음 체계 위에 있는 것이다. 아직 다름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다름'과 '틀림'이 뜻이 다른 단어이며, 본인이 일상에서 두 단어를 혼용한다는 것을 알려 주어도 무의식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다르다고 말해야할 때 틀리다고 말하곤 한다. 옛 습관은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는다. 혁신의 어려움이다.
나는 얼마나 혁신적일까? 한 조직 속의 개인이 혁신을 충분히 받아들일 에너지 레벨에 도달해 있는 지 그렇지 않은 지를 아주 간단하게 알아 볼 수 있는 설문지를 만들어 보았다.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질문에 아래와 같이 5가지 수준으로 답해 보자. 머리 속으로 정답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답 따위는 없다. 그저 마음의 흐름을 따라 즉각적으로 답하면 된다.
(5-정말 그렇다. 4-대체로 그렇다. 3-그저 그렇다 2-대체로 아니다 1-결코 아니다)
1. 나는 일상생활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확실히 구별해 표현한다. ( )
2. 처음에는 멍청하게 들리더라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항상 경청한다 ( )
3.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것저것 간섭하지 않고 그것을 발전시키도록 격려한다 ( )
4. 마음에 드는 생각이 찾아오면 한번 해 본다. 그것도 지금 당장. ( )
5. 권위주의적인 통제의 경직성 보다는 자율적 환경에서 생기는 실수와 잘못이 더 생산적이라고 믿는다 ( )
6. 평범한 대중 속에 묻혀있는 무난한 처세론 보다는 고단하지만 특별하고 차별적인 삶을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
7. 스스로 창조적인 돌연변이가 되도록 계획되지 않은 실험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 )
8. 문제점이나 불편이 있으면 긁어 부스럼이 되더라도 한번 고쳐보고 싶다 ( )
9. 여러 사람들이 연관된 문제점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서기를 기다리기 보 다는 내가 먼저 시작한다 ( )
10. 새로 일을 배워야하는 상황(직무전환,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
점수를 다 더해서 30점 이하가 나오면 '현실안주형'이다. '당신은 불편하더라도 그럭저럭 살고 싶어한다. 변화에 관심이 없는 에너지 레벨이다.
31점- 35점 정도면 당신은 '나도 밤나무'형이다. 다른 사람이 시작한 변화에 합류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주도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36점-40점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혁신가라 불러도 좋다. '실험모색형'이다.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방법을 찾아보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 레벨이 되면 다른 사람이 도와주지 않아도 주도적으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41점-45점 정도면 최상의 혁신가다. '변화촉진자' 다. 스스로의 변화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말하자면 혁신을 선도해 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change agent 역할을 해 낼 수 있다.
46점 이상이면 '과잉혁신가' 다. 지나치게 혁신적이어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함께 가는 것이 어렵다. 자칫하면 홀로 너무 앞서 가거나 과격해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출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모든 개혁가들이 늘 조심해야할 문턱이다. 에너지 수준을 잘못 통제하면 고독한 이단이 된다. 그러나 자신과 변화의 대상 사이의 거리 경영 (distnce management)에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는 혁신 영웅이 될 수 있다.
1분 안에 재빨리 한 번 해보자. 당신의 혁신 지수는 어떤 레벨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 ?
변화에 대한 우리의 에너지 레벨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각성에 이르게 되면, 얼마든지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낼만큼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다. 성공한 삶을 이끌어 낸 사람들 모두 인생의 터닝 포인트들을 지나왔다. 조직의 차원에서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내려면, 변화에 절박한 환경이 주어지고, 적절한 의식화 과정과 교육이 수반되고, 구체적인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작동하게 되면,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 레벨로 상승할 수 있다. 인식과 태도가 달라짐으로써 행동이 달라지고, 그 행위가 새로운 습관으로 생활화 될 때, 삶의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조직은 이렇게 만들어 진다. 따라서 문화가 혁신의 모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