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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7일 23시 00분 등록

1.    사례를 통해 본 가족 경영.

2004년 개봉된 영화 <이프온리>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사랑스런 로맨티스트 사만다

(제니퍼 러브 휴잇)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성공한 젊은 비즈니스 맨 이안(폴 니콜스).

둘은 사랑했지만 서로가 기대에 못 미쳤다.

일만 생각하는 워크홀릭인 남편 과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아내는 불만을 갖는다.

이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만다를 답답해한다.

그런 그에게 닥친 갑작스런 사만다의 죽음, 그리고 이어지는 거짓말처럼 반복되는 하루.

두 사람은 마지막 하루를 함께 보낸다.

남자 주인공 이안(폴 니콜스)은 자신이 일에만 몰두한 이유를 고백한다.

자신의 영웅이였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술 과 도박으로 망가져버린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가족을 돌보는데 무능한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일에만 몰두 했다는 고백이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나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놓았다.

영화의 메세지는 마지막 하루를 통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게 한다.

 

<율리시스> 저자 제임스 조이스는 어린 학창 시절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랐다

제임스 조이스의 아버지는 세금 증수원으로 일을 하시다가 40대 초반에 직장을 잃게 된다.

일을 그만 두고 난 이후에는 자신과 주변에 대해 난폭 해지기 시작했고

술에 몸을 맡긴 사람처럼 주정을 부리는 일이 많아져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고 말았다.

제임스 조이스는 이런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기 위한 집념 한 가지 일에 매달린다.

그(제임스 조이스)도 결혼 한 이후에 책임져야 할 가정 형편은 넉넉치 못한 탓에 들쭉 날쭉했다.

딸 루디아는 가정을 돌보지 못한 아버지 때문인지 정신분열증으로

오랜 세월을 정신 병원에 수감되어 삶을 보내게 된다.

제임스 조이스는 가족을 잘 돌 보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작품은 지금도

우리 가슴을 뜨겁게 일궈준다.

 

2.    내가 꿈꾸는 가족 경영

한 회사를 이끌어 온 경영자가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이 분들은 30년 이상을 직업인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 하면서 회사를 일궈 온 분들이다.

재직기간 동안 결혼, 출산, 자녀 양육을 마치고 며느리와 사위까지 보는 경우도있다.

 

부러움을 살만큼 성공한 (최고)경영자가 은퇴 후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 해 졌다.

내 나름 데로 조사한 바로는 두 종류 부류가 있는 듯 하다.

첫째, 전문성이 있는 분이다.

대학에서 겸임 교수를 하거나 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후학들을 돌보며 보람된 생활을 하신다.

둘째, Generalist 라고 자처 하는 분이다.

전문성 대신 대인 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신 덕분에 인맥을 꾸준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퇴직(은퇴)후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시간 활용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있다.

특히 현직에 있을 때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이제 만나야 할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친밀감을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점심도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다고 한다.

퇴직한 분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전화를 해보는것은 환심을 얻는데 그만이다.

내 경험으로는 거절 당해본 기억이 거의 없었고, 더 놀라운일은 그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나는 어떤가?

IT과 경영을 접목한 경영컨설턴트 생활을 한지도 27년이다.

물론 말단 컨설턴트 생활에는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거쳐야 한다.

주로 시키는 일들을 하면서 학습을 하는 수련기간이기때문에 고된 나날을 보낸다. 

시니어 컨설턴트가 되면 육체적인 것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책임을진다.

실질적인 성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는  보상도 오지만 퇴출도 뒤따른다.

 

이제는 100명이 넘은 조직원들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가 되어 일정 권한과 책임을 부여 받고

내가 창업한 회사처럼 일다. 회사 생활에서 만족을 얻고 있는 나는 회사일은

진짜 내 일이고, 집안일은 늘 보조적인 일이라고 생각 한다.

집안일에서는 아내가 대부분 의사 결정자이고 나는 보조자에 불과하다.

회사와 집에서 다른 역할이 때로는 나의 Position까지 영향을 주는건 아닐까?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 안 하고 살아왔다. 그냥 집안 일이니까 아내의 역할이 큰거지라고만

단순하고 무식한 생각으로 살아온거지! ...에구 이 멍청아!!!

중요한것은 집안일이란것이 단순하게 설거지 하고 빨래하고 식단를 제공하는것만을

의미하진 않은다.(글쎄, 그럴 몰랐니?)

 

4년 전 아내가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되면서 기존 질서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

헌신적인 아내가 병원에서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을 때 딸 혜림이는 고3학년,

아들 성윤이는 고1학년 이였다. 고3 부모는 스트레스가 많다.

아내의 병원 생활은 모두가 감당하기 어렵고 힘든 일이다.

든든한 직장이라고 생각 했던곳도 불안 하게만 느껴진다. 현금도 넉넉치 않다.

재무적인 준비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직장을 잃을 경우를

생각해 보니 두려움이 앞선다. 나 역시 이안의 아버지, 제임스 조이스의 아버지처럼 은퇴

이후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가정도 무너지고, 직장에서도 퇴줄 당하는 아버지가 어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 할 수 있을까?

 

나이 50세쯤 되면 자신이 만들어온 가족에 대해 가족진단(?)같은것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경영 진단이란걸 실행 한다.

첫째, 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상태를 감사 받는다. 분식여부를 따지고, 재무 건전성을 평가 받는다.

둘째, 경영 평가 팀으로부터 업무 처리가 제대로 이루워지고 있는지를 감사 받는다.

세째, 정도 경영팀은 부도덕한 일이나 불 필요한 비용을 쓴 일은 없는지 조사 하여

       상부 조직에 보고한 후 해당 기업에 Feedback 해 준다.

경영자는 이런 일련의 프로세스를 의식하면서 회사의 현재 와 미래를 경영한다.

가족진단이란것을(별도로) 서비스 해주는곳은 없는것 같다.

(일반적으로)특별히 문제가 생기면 정신과 진료나 가족 치료 상담소를 찾아가 부분적인

대책을 듣고 해결 실마리를 찾아보거나, 실행하다보면 다른 문제가 불거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가정들도 있다.

경영적 시각으로 볼때 가족 진단을 간단하게 테스트 해 볼 수 있다. 먼저 주요 지표를 선정한다.

예를들어보면 미래 감당 해야 할 재무상태, 가족 상호간의 친밀도, 특히 배우자 와의 관계는

미래 가족성장 지표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겠는가!

이런 지표를 놓고 자문해 보면 가족건강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 가족들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역시 가장(家長)이 중심을 잡고 역할을 온전히 해 주길 바란다.

역할이란 지금처럼 자신감 있는 남편, 아빠가 되어 달라는 것이 첫째  요구이다.

직장에서의 역할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은 내 회사처럼 책임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경영 하는 것처럼, 가족도 경영의 틀로 이해 하면 훨씬 부드러운 태도를 지닐 수 있다.

회사의 성과가 중요한 것 처럼, 가족의 행복치도 중요한 삶의 지표라는 인식을 갖는것이다.

 

앞으로 10,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자녀는 학교 생활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직장 과 자신들의 배우자를 선택 해야 한다.

직장에 들어가는 기준 과 배우자를 고르는 원칙을 놓고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

공유 하는 일이다.  이 일은 가족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따로 실천 전략을 만든다.

자녀들이 자신의 길을 찾는데 아버지의  작은 경험이지만 활용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과제는소통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Quick-win(빠르게 실천 할 수 있는 일)과제로

분류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실행전략으로 성공 체험을 이어간다. 

과제의 성격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듯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일 까지도

자녀에게 신경 써줘야 비로소 소통의 물코가 열린다.

이것을 알기 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시간 쓰고 아는놈,별 볼일 없다.)

가족 경영에 대해서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Image를 정리 해 보기 위해

아내와 나는 많은 논의 끝에 이런 결론을 얻었다.

자녀들을 집중적으로 Care 해 줄 수 있는 시기는

대학 입학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청년의 시기라는 것....

이때가 부모의 Care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는것을  인식했다.(직장 경험27년 + 아내 경험16년)

 

남아있는 소임을 실행하기 위해 나는 무슨 결의를 하고 싶은건가?

첫째, 회사를 떠나고 난 다음,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은가?

드러커의 말 처럼 미래을 위해  오늘은 '병행 경력'을 개발하라는 말을 실천해 보기로하자.

"퇴근 후 3시간, 출근 전 2시간을 나만을 위해 온전히을 드리는 시간으로 사용 하자."

지난 1년간 연구원 생활로 보낸 시간에서 많은 대안을 얻게 되었다.

지금은 살아있는 직업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나를 위한 시간을 귀히 여기고 아껴쓰자.

 

둘째, 자녀를 출가 시키고나면 아내와 나만 남는다.

둘만 남아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서로의 꿈과 하고 싶은 사역을 위해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역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 한다. 이 일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7년전 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50대 부부 목장

(교회에서 말하는 친교) 모임에 참석하여 우리 가정의 문제 뿐 아니라 다른 부부들의

생각과 갈등을 함께 나눈다. 아내가 아프고 난 이후 나는 적극적으로 이 모임을 섬기게 되었고

올해는 총무로 봉사하고 있다. 10월27일이면 총회가 있을 예정이여서 1년의 수고를 내려 놓게된다.

 

50살이 넘으니  생각이 달라진다. 내 생각 처럼 되는 일이 별로 없다.

내가 운 좋은 놈을 부러워하는것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에 마음이 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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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1 18:52:54 *.58.97.140

 

하선배님 오랫만이에요...^^

가족경영.....! 

회사 직원들 가정에도 실험적으로 적용하여 보면 어떨지 진짜 궁금해져요.

많은 고민과 깊은 생각들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다시 1년 평가의 계절입니다.

회사에서의 평가는 결과로만 말을 하니...

그 느낌 아니까.....

요즘 남편경영(?)에 가슴 시립니다.  (ㅋㅋㅋ)

 

하선배님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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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5 00:44:58 *.229.239.39

이제 연구원 생활도 전반부가 거의 끝나가네요....

느낌이 어떠신지요?

나는 이런 구절을 암송하고 다닙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 하리라....'

 

글을 쓴다는것은 나에게 생소한 일 처럼 느껴집니다.

일을 잘 해보고 싶은 욕구에 끌려, 퇴근 시간을 넘긴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쌓이는 지식이 열정을 만들어 주었지요.

글쓰는 일도 쌓이면 열망이 넘쳐나겠죠!.

 

김상무는 너무 다정한 후배 입니다.

남편 경영....평가의 계절 이지만...아직은 가슴 시릴 때는 아닌 듯 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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