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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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 많은 대상에 빠져들었고 빠져드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자 애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 사랑은 어느 순간 늘 고독과 직면하곤 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인연이 되어 자연스레 빠져들었던 몇몇의 여인을 사랑했거나 하고, 억압과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사랑하고, 마침내 생명에 대한 사랑에 빠져들고, 다시 내가 살아가는 지역과 이웃을 사랑하고...
하지만 내 마음을 뻗어 껴안으려했던 모든 사랑들은 어느 순간 내게 고독을 주었습니다. 먼저 가족은 구성원 저마다에게 아픔이 있거나 새로 생겨났고, 사랑하는 그들의 아픔들을 가녀린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아프게 알게 되었지요. 친구들과의 사랑도 그랬습니다. 각별했던 우리는 각자 삶 앞에 부여된 무게에 짓눌리며 하나 둘 멀어져갔고 이제는 가슴에 지닌 그리움만큼 보고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몇의 여인들에게 빠져들었던 내 마음은 또 번번이 얼마나 가난한 결과를 낳았는지요. 더 번듯한 가문의 사내를 찾아 떠난 여자, 더 온화하다거나 더 잘 난 사내를 찾아 떠난다며 나를 팽개친 여자도 있었지요. 숲을 사랑하고 있지만 이따금 찾아드는 고독은 어쩌지 못합니다. 숲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날 나는 자주 고독해 집니다. 이웃과 더불어 점점 참담해져가는 농산촌의 미래에 어떤 빛 한 조각 떨어질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애정 역시 좌표를 잃고 힘겨워지는 날이 많습니다.
나는 그렇게 내 품은 사랑 때문에 자주 고독을 겪습니다. 너무 많이 고독해지면 더는 사랑하지 않고 살아야 할까 생각하는 날마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모든 사랑이 본래 고독한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사랑의 희망입니다. 나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어려운데 타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고사하고 그에게로 가 온전히 닿는 것조차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사랑하고 싶은 모든 타자가 품은 욕망과 관점과 기호와 방향 따위에는 그들이 키워온 긴 역사가 있고 고유의 자유와 운동성이 있으니 이 모든 것들이 나의 그것과 버무려지기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고독하다해도 내 사랑의 고독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나는 사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정말 살아있는 삶이라는 것, 그것이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모든 자들의 숙명임을 아니까요. 고독이야말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모든 타자를 사랑할 때 감당해야 할 정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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