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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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성’(Koreanity)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사용하려고 한다. 이 말은 한국의 정체성(Korean Identity)이라는 복잡한 개념으로부터 자유롭다. 한국성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함유한 개념으로 사용될 것이다.
1. ‘한국성’은 한국인 다수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서적 동질성을 의미한다. 한국성은 의도와 복선을 깔고 해석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국인 다수의 일상적 취향과 생활 속에 살아 작동하는 상호 예측 가능한 의식과 정서적 공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감지되고 이해되고 통용되는 일상성이다. 그것이 일상에서 지켜지면 편안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불편하고 의외가 되는 공유정서, 나는 이것을 한국성이라고 부른다. 좀 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성은 ‘한국인 다수의 정신적 기상도이며, 문화적 DNA’ 라고 말할 수 있다.
* ‘한국인 다수’라는 수적 개념을 놓쳐서는 안된다. 역사 속에서 숫자의 의미는 중요하다. 역사가 E.H 카는 숫자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익명성과 비인간성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사람이 아닐 수 없고 개인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엘리어트가 ‘거대한 비개인적인 힘’ 이라고 부른 것도, 대담하고 솔직한 보수주의자 클라렌던이 ‘이름도 없는 너절한 인간들’이라고 부른 것도 실제로는 다 개인들을 지칭한 말들이다. 이름도 없는 수백만의 사람들이야 말로 무의식적으로 협력하여 하나의 사회적 힘을 형성하게 된다. 평범한 상황에서라면 불만을 품은 한 농부에 관한 일을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 개 촌락의 수백만 농부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면 어떤 역사가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이 역사 속에서 수(數)가 가지는 중요성이다”
2. 한국성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형질이든 시대의 흐름을 따라 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변해온 가변적인 것이든 따지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DNA처럼 아주 오랜동안 환경과 조건에 의해 진화해 온 것이기도 하고, 시대적 흐름을 따라 비교적 짧게 교육과 사회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화해 갈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다.
* 급격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성이라는 문화적 DNA를 조작하려는 어떤 시도도 찬성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은 식민 통치를 위해 생물학적 개체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인들의 국민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고, ‘밖으로 큰 것에 의존하고, 안으로 결코 뭉칠 수 없는’ 사대와 모래알의 개념을 한국인들의 DNA로 착색하여 고착화 시키려고 했다. 그것은 악의적 해석이었고 목적이 불순한 조작이었다. 사대는 강대국에 둘러 싸여 있는 작은 나라라면 누구나 취할 수 있는 있는 실용적 외교 노선 중의 하나일 뿐이고, 모래알은 일본인들 보다 강한 개인적 취향 즉 ‘우리 속의 나’ 에 대한 인식이었을 뿐이다. 국민성이 타고난 생물학적 개체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사회나 교육 그리고 문화의 차이에 따라 생겨나는 국민성의 차이는 부정하기 어렵다.
3. 한국성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지 않다. 그것은 어떤 때 강점이 되기
도하고 그 반대로 우리에게 제약적 요소로 작용할 때도 있는 가치중립 적인 특성이다. 그러나 이 특성은 한국인이 무엇을 하든 그 영역과 종류 에 관계없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예를 들어 한국성은 한국인의 미의식의 바탕이었고, 한국 문화는 구체적 대상물 속에 표현된 한국성의 결정체였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한국산(産) 정치, 한국산 경 제, 한국산 사회, 한국산 문화, 한국산 종교, 한국산 교육....한국인들의 활 동 모두는 한국성에 기초한다.
* 한국성은 마찬가지로 경영의 영역에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람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 지식사회에서 사람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경영자가 반드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차별적 자산이며 정보라고 말할 수 있다.
4. 한국성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전 지구적 통합과 단일시장 체제로의 합류라는 시대적 요청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일차적인 고려 사항이 되었다. 모든 것이 같아지는 범세계적 동질성과 문화적 이질성이 존중되는 이질성의 동시화 속에서 이제 모든 경영자들은 ‘세계적이면서 지역적이어야하는’ 역설의 세계 속에서 경영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된다.
* 성공적인 조직이 되려면 세계적인 범위와 인식을 갖추어야한다. 세계적인 범위는 한 나라의 연구개발, 제품 설계, 마케팅, 유통등의 경험을 전세계에 걸쳐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동시에 세계적인 인식과 감수성은 기업으로 하여금 지역적인 상황과 문화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정적인 주문을 하고 있다.
‘한국성 경영’ 이란 세계적 기준과 범위 속에서 한국성에 기초한 차별적 경영을 의미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그 나라의 고유성에 합당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내어야 한다는 가정을 은유적으로 함유하고 있다. 또 한국의 기업이 다른 나라의 현지 법인에서 경영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특성을 반영하는 현지화 경영이 가능해야한다는 가정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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