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최재용
  • 조회 수 2145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3년 10월 21일 06시 56분 등록

저도 8년 가까이 밑바닥 인생을 살았습니다. 중국집 배달원, 막노동 등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요. 우리 한번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인생 폼 나게 한번 살아봅시다.” 면접이 끝날 무렵 사장이 내게 한 말이었다. 사장은 명문대를 나와 십 수년 전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한 후 재기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눈빛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솔함이 느껴졌다.

 

십 여 일 전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 날도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퇴직 후 실직 상태가 구 개월이 넘어서자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몰려왔다. 지난 8월 구직 실패이후 더 어깨를 짓눌렀다. 구직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때 부산에서 근무하는 입사 동기가 생각이 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동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아는 중소 물류회사 사장이 해운관련 적임자를 찾고 있는데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기가 막힌 텔레파시였다. 운명이라 생각하고 바로 약속을 잡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면접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면접 후 이미 마음은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 날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 안에서 바로 전화로 확답을 했다. 뜸들일 필요가 없었다. 동기한테도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해서 부산이라는 새로운 지역, 새로운 회사에서 마지막이 될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원이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절실함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절실함에는 자존심과 체면이 중요하지 않다.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에 그런 사치의 감정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 퇴직 전 직장과 비교하여 급여와 후생복지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냉엄한 현실을 덜 경험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9 개월은 내 삶의 전환기였다. 갑작스런 해고 통보 후, 수없이 교차했던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들, 그 혼란과 갈등 속에 고민하고 방황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으며 그 생존을 위한 절실함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인생 2 막은 무엇을 하든 절실함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살아갈 생각이다. 멋진 인생이 될 것 같다. 그 절실함은 도전과 모험을 갖게 해준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니 새로운 일에 두려움이 없다. 사랑과 결혼도 마찬 가지 아닐까 한다. 결혼에 관심이 없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한테 기회가 올 수 없으며, 온다 한들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날려 버릴 것이다. 좋아하는 상대방이 있으면 당당하게 자신 있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상대방한테 거부를 당하면 또 어떤 가. 최소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더 깊은 단계로 들어가고 싶을 때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해보라. 통하면 열리지 않겠는가.

 

절실함은 또한 마음 내려놓음이다. 아무런 조건이 없고 그냥 감사하고 행복하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최소화해야 했다. 점심은 집에서 해결하거나 집 근처 대학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구직 후, 지난 첫 주는 왕후의 밥상을 받았다. 사무실은 구수한 원두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굴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감당할 자신감이 생겼다. 사장과 밀월기간이 언제까지 갈 지 모르겠다. 서로 동고동락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르겠다. 설령, 그것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절실함은 또한 열정이다. 예비후보를 전전하던 프로 선수는 대회 엔트리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명단에 들어가게 될 경우, 그는 향후 주전선수가 되기 위해 모처럼 잡은 기회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경기에 몰입한다, 그 몰입은 열정이요 절실함이다. 힘들게 실전에 투입할 기회가 생겼는데 건성으로 일을 하거나 성의 없는 경기를 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오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말년에 삶을 방치했다. 생전에 병원에 간 적 없이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육십 후반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삶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셨다.  삶에 낙이 없다고 늘 말씀을 하시다 어느 날 곡기를 끊고 술만 드시다 돌아가셨다. 노인정에 가서 남들과 어울리고 취미 활동도 하며 삶을 즐기셨으면 건강한 노년을 보내셨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든 얼마나 절실한가가 그 일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열쇠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간절히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 또한 세상은 자기 혼자가 아닌 알게 모르게 서로 거미줄처럼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무서운 우주의 원리도 이번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얻는 내 삶의 교훈이다. ()

 

IP *.50.96.158

프로필 이미지
2013.10.23 11:54:21 *.97.37.237

축하합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도시...

어려움을 겪으면 그만큼 성장하는 것 같은데,

그동안의 시간이 재용씨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생 2막, 멋지게 만들어가세요...^^

프로필 이미지
2013.10.24 15:33:31 *.216.38.13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심하셨을텐데 그런모습 전혀 보이지 않으시면서 웨버일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부산으로 가시게되셨지만, 마음만은 살롱9에~

프로필 이미지
2013.10.24 21:46:38 *.108.69.102

오!  이제 읽었네요.  커다란 변화를 축하해요. 재용씨.

정산님 말처럼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도시에서

잘 적응하고 맘껏 기량을 발휘하고, 신명나는 나날 영위하기 바래요!

프로필 이미지
2013.10.25 06:04:31 *.153.23.18

축하합니다.^^

부산에서 즐거운 일 기쁜 만남 많으시길 기원드립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절실하면 이루어 진다 [4] 최재용 2013.10.21 2145
1471 #20. 일요일 오전 10시, 번데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5] 땟쑤나무 2013.10.21 1618
1470 나는 무엇을 위해 지출을 하는가?! [1] 라비나비 2013.10.21 1538
1469 가을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4] 유형선 2013.10.21 1549
1468 N025.의식이 육체를 지배하는가, 육신이 마음을 지배하는가. [3] 오미경 2013.10.21 3561
1467 [No.6-3] 얼마나 드러내야 글이 되겠니? - 서은경 [2] 서은경 2013.10.21 1960
1466 #23. 시험 끝내고 화장실 청소합니다. [2] 쭌영 2013.10.22 1958
1465 #11_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서연 2013.10.22 2099
1464 [2-20] 길 위에서 받는 수업 [2] 콩두 2013.10.24 1697
1463 일상의 변화1 [1] 효인 2013.10.24 1635
1462 [10월 오프수업] 내 인생의 중요한 경험 그리고 나의 책 [1] 땟쑤나무 2013.10.27 1738
1461 #24. 10월 오프수업 쭌영 2013.10.27 1750
1460 10월 수업 (9기 유형선) file 유형선 2013.10.28 1949
1459 [No.6-4] 나의 중요한 경험과 해석, 미래 꿈꾸기 - 9기 서은경 [1] 서은경 2013.10.29 2323
1458 키드니 1 [3] 레몬 2013.10.29 2115
1457 [10월 오프수업] 나를 만들어온 경험과 미래의 꿈 라비나비 2013.10.29 2039
1456 #12_오늘 나의 선택은 [1] 서연 2013.10.29 1654
1455 [10월오프수업]-중요한 경험 해석과 가치관 그리고 꿈꾸기 오미경 2013.10.29 1589
1454 내 삶의 세가지 경험 (10월수업) [1] 최재용 2013.10.30 2010
1453 Climbing - 남자가 눈물을 흘릴 때 [2] 書元 2013.11.03 2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