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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11시 34분 등록

의식이 육체를 지배하는가, 육신이 마음을 지배하는가.     오미경

 

의식인지 마음인지 생각인지 무의식인지 모를 것들이 온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머리에서 나오는 것인가, 뇌에서 나오는 것인가 심장에서 나오는 것인가, 온 몸의 세포에서 나의 생각들이 쓸데없는 잡념으로 나를 온통 휘젓고 있는 것인가.

제임스 조이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의식의 흐름’이라고 명명했다. 그게 과연 ‘의식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의식의 흐름이라기 보다는 쓸데없는 망상과 잡념, 시도때도 없이 올라오는 생각들. 마구 마구 떠오르는 것들을 여과없이 써놓았다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시도때도 없이 올라오는 망상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내가 생각할 때는 운전할 때이다. 운전할 때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지만, 음악없이 운전할 때는 한가지를 깊이 생각할 때이다. 평소에 의문점이라든가, 내 자신에게 질문할 일이 생기면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운전한다.

 

몇 년전 일이다. 아마 이맘때였을까. 우울한 마음이었고 그날 뭔가를 생각할 일이 있었다. 오후 기업강의를 가야할 때였다. 천안에서 아산으로 운전을 하고 가는데 뭔가에 깊이 골몰했었다. 한참을 달리는데 앞에 경찰차가 차를 도로가로 세우라고 신호를 했다. 시골 국도였기에 별로 차가 없었다.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는데, 경찰 아저씨왈

“ 신호위반하셨습니다. 그래서 차를 세우라고 뒤에서 경적을 올렸는데도 계속 달리셨고, 경적을 울려도 멈추지 않아 약 7분정도를 따라왔고 앞에서 신호를 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제가 신호위반했나요? 제가 뭔가 생각할 일이 있어서 신호를 보지 못했나 봅니다.

뒤에서 경적 울리는 소리도 못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사과를 했고, 운전면허증 달라고 해서 건네 주었다. 그날 내 표정은 심각했었다.

누군가 말을 걸면 울음이 거의 터질 뻔한 상태였다.

경찰 아저씨가 뭐라 말을 하는데도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딱지를 떼였나 싶었는데, 한달이 지나도록 통지서가 날라오지 않았다. 그날 나는 운이 좋았다.

뭔가에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주위의 사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누가 뭐라해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가끔 아주 가끔 드는 생각들, 혹은 자주 그런 생각을 하지만,

“의식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인가. 육체가 의식을 지배하는 것인가?”

그런 것을 질문할 때마다, 의식이 육체를 지배하기도 하고,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기도 한다.

 

초등학교때 학교 가기 싫을 때면,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렸었다. 뭔가 일에 직면하고 싶지 않으면, 어김없이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이런 것은 무의식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육신을 아프게 한다.

 

소풍때나 놀러갈 일이 생기면, 왜 하필 그날은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는지. 이것 또한 의식이 육체를 지배하는 일이요.

 

약간의 교통사고로 인해 허리를 다치거나, 몸이 아파 잠시 병원에 입원할때는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인가. 몸이 아프니 마음은 일을 하고 싶으나 할 수 없으니, 이 또한 육체가 마음을 지배하는 것일테고. 마음은 살고 싶으나, 육신이 암같은 병이 들어 육신이 죽으면 그 또한 정신이 살 집이 없어지는 것이니, 육체가 살아있어야 정신이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체는 멀쩡하나 정신이 이상해서 마음이 아파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 또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마음과 육체가 따로 땔래야 땔 수 없는 것, 따로따로 분류해서 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육체는 하나라는 것이다. 어느 하나라도 고장이 나도 제대로 살 수 없으니 말이다.

 

총체적으로 보변 우리 일상이 바로 삶을 보여준다. 육체가 마음을, 마음이 육체를, 결국은

“습관이 삶을 지배한다.” 이다.

 

매일 하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각들을 알아차려야 한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생각과 망상에 빠져 있는지를 늘 알아차려야 한다. 어느 순간, 내가 말많은 앵무새가 되어 가고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을 늘 다독여야 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구박하고 학대하는 것도 어쩌면 자신안의 또 다른 사람들(예를 들면, 엄마 잔소리, 형제들의 구박이나 친구들이 무심코 했던 말소리들)이 살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그들의 목소리가 자신안에 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무심코 하는 생각들과 행동들이 나의 일상을 반영하고 삶의 습관을 말해준다는 것을. 어쩌면 무의식이 나를 조종하고 운전하고 있다면, 그 무의식이 삶의 습관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오늘 나의 무의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IP *.5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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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3 06:46:04 *.131.89.139
자신 안에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사는 것에 공감합니다. 자신안에 뒤섞인 가치관 우선순위가 있을 때도 여러 목소리가 들리지요.

금오라는 이름을 쓰시는 사상침술의 대가 한의사님은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시며, 몸과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고 하시데요.

마음이 여러갈래로 뻗어 나가 혼란스러울 때, 여러 가지로 뻗어나가는 가지를 따라 끝 쪽이 아닌 근원쪽으로 가다보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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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3 16:03:02 *.50.65.2

마음 끝쪽가지가 아닌 근원을 따라갈려면

어떻게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가 하나인 '나'를 이루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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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0:15:56 *.108.69.102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가 하나인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내 마음에도 분명히 두 개로 갈라지는 주체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하나는 아직 내가 모르는 실체덩어리요,

다른 하나는 내가 일일이 파악할 수 있는 감정의 움직임이지요.

 

어쩌면 이것이 의식과 무의식인지도 모르겠어요.

시시각각 내게 발견되어지고 표면 위로 드러나는 수면 아래의 미탐사지역이 있는 거지요.

 

가끔 이유없이 쳐지거나 불안할 때  자동글쓰기를 해 보면 뭔가 짚힙니다.

글쓰기도 명상의 일종이라 자연스레 손이 그 쪽으로 가거든요.

아, 이거였어?

하고 깨달아지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모를 때가 불안한 거지 알게 되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방향도 나오거든요.

 

잘은 몰라도 모든 명상의 기본이 이것이 아닌가 싶어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말이지요.

 

나는 저널치료의 모범생 답게^^  글쓰기 하나 만으로 충분하여

여타의 명상에 끌리지는 않아요.

 

그냥 미경씨 글 읽었다는 표시도 할겸, 혼자 소리로 말해 보았네요.  내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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