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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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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11시 50분 등록
 

 

칼럼6. 내 안의 영웅

--- 나만의 빛깔과 향기 품는 꽃송이, 안녕?

 


1. 하늘에서 내려온 파라슈트 찾기; 나는 누구인가

2.  인생의 갈림길, 전환의 경험; 삶이 요동칠 때

3. 얼마나 드러내야 글이 되겠니?; 거침없이 쓰는 거야. 

4.


 

 

 

                                                                                                                             *   *    *


나도 <율리시스> 흉내를 내 볼래.

특히 에피소드 18장 [페넬로페] 편의 ‘마리온(블룸의 아내)’처럼 벌겋고 퍼렇고 펄떡 펄떡 뛰는 속마음 다 내놓으며 글을 써 지르면 모두가 놀라겠지? 본디 나는 가림막 없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느낌 나는 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며 살아왔었지. 살아가면서 ‘가면’이라는 것을 써야 하는 지도 그런 것이 있는 지도 모르고 살았던 야생의 시대가 있었어. 그때 나는 둘째 언니에게 “너는 눈치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 눈치? 왜 눈치가 필요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되는데.


둘째 언니는 우리 집안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눈치 대장이야. 척하면 척이고 착하면 착이야. 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도, 남편과 자식 사이에서도 소처럼 큰 눈을 아래 위로 한번 훑어 내리면 단 1초 만에 상황 파악 끝. 감정 스캔의 대가라고나 할까? 물론 지나가는 사람의 옷 매무시도 행동적 특성도 후딱 스캔하는 능력도 1+1으로 겸비했어. 


그래서 불안하지. 늘 눈동자가 흔들려.

이 사람 저 사람 파악하다 보니, 정작 자기 내면은 읽어내기 어려워. 그래서 가끔씩 뜻 모를(?) 감정 폭발을 분출하지. 그 때면 온 가족은 쥐죽은 듯 조용히 있어야 해, 자기 할 일 하면서. 물론 보통 때는 정말 좋은 언니야. 사람들 눈치 보다 보면, 눈이 이리 저리 돌아가게 되지. 쉬는 호흡도 짧아져. 깊게 깊게 들숨날숨이 들어가지 못해. 강아지 모양으로 입 벌리고 헥헥거리며 숨을 쉬기도 해. 먼 곳까지 응시하는 깊은 눈동자를 가질 수 없어.

 

 


내가 눈치가 필요하다는 걸 자각했을 때는 대학 졸업 후 일을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였을 걸?

 

사회생활하면서 느낀 건 생각하는 그대로 모두 다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했어. 자유자재로 가면을 끼었다 벗었다 하는 거야. 옆에 있으면 침 튀기게 칭찬하다 잠시 화장실 가면 바로 욕을 하고.... 아나운서야. 아나운서 부장이었지. 내가 방송국에 다녔거든. 50대 남자 아나운서, 그 남자는 방송에서는 **도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품있고 유한 이미지였지. 그런데 회식자리에서는 아부와 동시에 험담을 널어놓는, 그 당시로서는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이해 하고 싶지도 않았던 부류의 사람이었지. 그리고 방송국 복도에서 아무도 없을 때면 내 손을 덥적 잡고 자기는 순진하고 풋풋한 여자를 좋아한다나 뭐라나... 함께 더블 엠씨 보는 아나운서 ***는 너무 여우같아 싫다고 하면서.

 

그 놈의 눈동자는 늘 풀려 있어.

천천히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여자 작가들 뒤 꽁무니를 훑어보며 순간, 눈에 광채를 품지. 상황에 따라 청산유수로 사람을 후리기도 하고 딱 잡아 떼기도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양 순진한 표정 짓는 능구렁이. 그 인간은 기품있고 신사적인 방송 이미지를 업고 나중에 국회의원 출마하지. 당선 되었어. 왜 그러고 사는 지 몰라. 아니 그게 뭇 숫컷의 본질인지도 모르겠어. 나는 요즘 이 점이 헷갈려.


 

 

지금 내 나이 마흔....하고 조금 더 넘었어.

세월 속에, 나 역시 할 수 없이 가면을 쓰게 되었지 자유자재로. 특히 결혼한 아낙이 역할 단도리 제대로 안 하고  가면 벗고 세상에 들이대다가 내 가슴은 너덜 너덜 상처 투성이가 되었지.

 

완전히 벗고 다 드러내든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벗었다 썼다를 능수능란하게 할 것인지..... 다 벗고 완전히 드러낼 때는 일단 두드려 맞을 각오를 해야 해.  다 드러냄의 용감함’ 때문에 말이야. 사람들이 질투하는 거지. 자기들도 그러고 싶으면서.


다 드러낼 용기가 없다면 여러 가면을 준비함이 현명함이야.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도 돌멩이 던지지 않는 사람이 너에게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지. 그 사람이 사랑하는 남자이라면 더 좋은데 말이야. 하지만 그런 놈이 없더라도 상관이 없어. 왜냐구?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 되니까. 돌멩이 맞는다구?  걱정마. 그래서 소설이란 장르가 있잖아. 허구! 허구의 세계야.  내 이야기가 아니라구. 내가 수집하고 상상하여 만든 이야기라구.... 이렇게 말하면 뭐라구 할거야들?


 

 

이제 나는 가면을 벗고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까?

거친 내가 나오는 구나. 거친 나를 쏟아 붓고 싶구나. 그 통쾌함이란.... 호호호~ 그러나 교양 잔뜩 묻어나는 입술 꼬리 살짝 올린 미소를 부드럽게 지으면서 나는 남편의 아내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  남편은 말하지. 삶이 뻐꾸기라고. 한숨 짓는 표정으로. 하지만 뻐꾸기 너무 날리다 보면 정말 뻐꾸기 된다, 남편아. 그 뻐꾸기를 더욱 뻐꾹거리게 하는 것이 제임스 조이스가 말한 ‘악마의 음료’ 술이지.


살으리 살으리 랏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살으리 랏다.

물론 뻐꾸기도 날리겠지요, 그러나 진심을 담은 뻐꾸기를 날리며....

물론 포장도 하겠지요, 그러나 그것 역시 인간의 한 모습이기에....

                       

“이러하기도 저러하기도 한 그냥 그러한 놈이 인간이다.....” 이걸 받아들이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웠냐, 나는.


아니, 지금도 어렵다.

무언가 달콤하고 아름답고 간들간들한 삶을 향한 로망의 끈을 아직도 한 손에 꼬옥 쥐고 있기에.


                                        

                                                           2013년 10월 21일

                                                              서은경, 멋대로 쓰다.

 

 

 

 

 

 

IP *.58.9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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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0:06:21 *.108.69.102

'감정스캔의 대가'라는 표현이 좋고,

언니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고,

나를 온전히 드러냈을 때 단 한 명이라도 돌멩이를 던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혜안이 돋보이네요.

 

'이러기도 저러기도 그냥 그런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그리 어려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싱긋 미소가 지어졌어요.  나는 너무 쉽게 그게 받아들여지는 유형이거든요.^^

 

조금은 색다르게 실험해 보는 근면함이 느껴져서 좋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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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9 00:32:14 *.58.97.140

빠짐없이 코멘트 달아주시고 신경써 주시는 선배님의 정성과 관심,  정말 고맙고 행복합니당^^

 

이러기도 저러기도 그냥 그런 것이 인간이라는 게 저는 왜 그리 안 받아 들여졌을까요?

아직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어요. ㅎㅎㅎ

그것 받아들인다고 적지 않은 시간과 삶의 에너지를 써 버린 것 같아요.

좀더 일찍 깨달았다면 보다 어린 나이에

지혜롭고 건강하게 삶을 끌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짜겠습니다. 이미 지나갔는데!

지금 이 순간 잘 살아야겠지요...

 

수업할 때,  댓글에서

선배님이 하나 하나 코멘트 해 주시는 말들이 참으로 의미롭고 도움이 됩니다.

캄솨, 캄솨~ 드려요.

 

그리고....

인간 도서관 대출도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9기들이랑  잘 의논해서 의견 모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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