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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9일 08시 20분 등록

구스피릿 21번째 북리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부키, 2010)”

 

1. 저자 소개

장하준(張夏準, 1963 10 7~)은 대한민국의 경제학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했으며, 개발경제학 전공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마친 후 동 대학교에서 개발 정치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3년 신고전파 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2002년 출판된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해, 2007년에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등 영향력 있는 경제 서적들을 출판한 바 있다. 2010년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발간하여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장하준은 옥스팜의 일원으로서 세계 은행, 아시아 개발 은행, 유럽 투자 은행 등의 자문을 맡은 바 있다.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정치 경제학 연구 센터의 회원이다. 에콰도르의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의 경제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하준은 계획 경제와 시장경제의 절충안인 산업 정책 이론을 구체화시켰던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로손(Robert Rowthorn) 아래서 연구하며 비주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하기 시작했다.[8] 이 분야에서 장하준은 그 자신이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은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을 말한다.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2003년도 뮈르달상 수상)에서 모든 선진국들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사용했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보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세계 무역 기구, 세계 은행, IMF들을 후진국들의 가난 극복을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 책에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 및 다른 장하준의 저서들로 인해 장하준은 국제개발환경연구원(G-DAE)으로부터 2005년 바실리 레온티에프상을 수상했다. (이전 수상자들은 아마르티야 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헤르만 달리 등이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 장하준은 2007 12월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Rich Nations, Poor Policies and the Threat to the Developing World)을 출간한다. 장하준은 통제되지 않는 국제 거래(자유 시장 경제)는 경제를 개발하는데 있어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보호주의 정책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GDP는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증거를 내세우며, 이를 확장해 사유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를 보여줬다. 이 책은 종종 규제되지 않은 자유 무역을 비판한 폴 발레리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 1세계 윤리와 제3세계 빚》(1990)과 혼동되기도 한다. 장하준의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의 찬사를 받았다.

<주요저서>

2004년 사다리 걷어차기
2004년 개혁의 덫
2004
년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
2005
년 쾌도난마 한국경제
2006년 국가의 역할
2007
년 나쁜 사마리아인들
2007년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2008
년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2010
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011년 불량 사회와 그 적들(등저)
2012
년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 뮈르달 : 스웨덴의 경제학자 및 정치가. 스톡홀름 대학 재정학교수, 정부관계 제위원회위원, 상원의원, 중앙은행이사, 사회민주당 내각의 상공장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1947년 이후에는 UN의 구주경제위원회(EEC)위원장으로 동서무역촉진을 위해 활약하였다. 1970년에는 경제학과 인접사회과학의 종합적 연구에서 보인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스톡홀름학파의 한 지주로서 종래의 정학적 균형이론에서 전제로 하고 있는 가격형성의 여건 이외에 경제주체에 관한 예상을 중요시한다. 그는 여건의 변화에 따라 성립되는 균형상태를 동학적 균형이라 규정하고 역사적 경제변동분석의 인식 수단으로 삼으려 하였다. 그는 또한 린달(Lindahl, E. R.)과 더불어 동태과정에 있어서의 시간요소와 예상요소의 작용을 중요시하고 피셔적 자본소득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빅셀적 화폐이론의 동학적 확충을 시도하는 한편 기간분석방법을 비현실적이라 비판하였다. 그리고 빅셀(Wicksell, J. G. K.)의 이론에서는 화폐적 개념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물가수준의 중심결정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하였다. 여기서 도출되는 화폐정책의 의의와 평가에 대해서는 린달과 대립하게 되었다.

뮈르달은 화폐적 균형성립 제조건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빅셀이론의 근저(根底)에 있는, 임의의 시점에 있어서 자연이자와 화폐이자와의 비교가능성에 주목하고 자본의 한계수익률개념을 중요시함으로써 빅셀적 누적과정의 양상을 명확히 하려 하였다. 재정학분야에 있어서도 그의 업적은 크다. 스웨덴정부는 그가 제안한 장기적 균형예산제도를 채택하게 되어 1930년대의 세계공황극복에 도움이 된 바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의 '보정적(補整的) 재정정책(compensatory fiscal policy)'의 운영에 영향을 주었다 한다.

 

* 옥스팜 : 1942년 영국에서 결성된 국제적인 빈민구호단체.

2차 세계대전의 와중이던 1942, 영국 옥스퍼드의 주민들이 나치스 치하에서 고생하는 그리스인()을 구호할 목적으로 결성한 단체이다. 이후 활동 폭을 넓혀 전쟁이 끝난 뒤 벨기에 등에서 전쟁 난민 구호에 앞장서면서 국제적인 단체로 자리잡았다.

1994 9, 전쟁을 피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지대로 피난한 르완다 난민의 식수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래, 계속 난민 구호에 주력해 왔다. 특히 직접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리에서는 빈곤층 여성들이 소규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방글라데시에서는 원예와 식목 기술을 가르치는 등 자립을 위한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에도 힘쓴다.

199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 앞서, 두 국제기구가 아프리카를 착취하고 있다는 요지의 80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해, 두 기구는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회의를 열기도 했다.

2001년 현재 전세계 80개국에서 2 8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재정 수입의 60%는 기부금이며, 나머지 40%는 영국과 유럽 내 840여 곳에서 운영하는 자체 중고품 점포에서 충당한다. 최근에는 지뢰금지 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국제비정부기구(NGO)들과의 협력 증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본부는 영국 옥스퍼드에 있다.

 

* 레온티예프 : 소련태생의 미국경제학자,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졸업 후 1931년 하버드대학 경제학부강사가 되었다. 그 후 동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뉴욕대학 경제분석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저로는 「미국경제구조 The Structure of American Economy(1941)를 들 수 있다. 이 저서는 왈라스(Walras, M. E. L.) 류의 일반균형의 개념을 국민경제생산순환의 거시적 분석으로 구현시킨 귀중한 문헌이다. 즉 미국은 1919, 1929, 1939년에 경제를 농업 · 식품공업 · 철강업 · 자동차공업 · 비철금속공업 · 제유업 · 석탄공업 · 제재업 · 제지업 · 인쇄업 · 섬유공업 · 피혁, 고무공업 · 건축 및 운수업 등 41종의 산업과 수출입업 · 소비부문 등 총계 44부문으로 분할하여 경제밸런스표를 작성하고 다음에는 이것을 다시 10부문으로 통합하여 수리적 분석을 행하고 있다. 이것을 오늘날에는 투입산출분석(input-output analysis) 혹은 산업연합론(interindustrial study)이라고 하는데 그 특색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산업과 가계의 각 부문간의 수입과 지출의 상호의존관계를 일련의 방정식체계를 가지고 해석하고 그 성과를 통계적으로 조사하여 Leontief표라고 하는 하나의 도표로 요약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생산과 유통의 전모를 파악하였다. 또한 그는 초기의 논문에서 수요 · 공급곡선구성의 방법을 발표("Studien über die Elastizität des Angebots Weltwirtschaftliches," 1932)하였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프리쉬(Frisch, R. A. K.)로부터 격심한 공격을 받고(Frisch, R., "Pitfalls in the Statistical Construction of Demand and Supply Curves," 1933) 이것에 대해서 응답, 수차에 걸쳐서 논전을 전개한 것은 유명하다.

 

* 출처
-
위키백과
- [
네이버 지식백과]

 

2.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서론

세계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11)

금융개혁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및 통화를 완화한 결과 금융계에 새로운 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반면 실물 부문은 돈줄이 막혀 있다. 이 거품이 터지는 날에 세계 경제는 다시 불황으로 들어가는 더블딥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11)

이 재앙은 결국 따지고 보면 1980년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다.(12)

각 개인은 자기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에 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자기가 가진 생산성에 맞는 보상을 받게 되므로 공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12)

따라서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면 부의 창출이 극대화되고, 결국 사회 전체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12)

한마디로 우리는 시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을 줄곧 들어왔다.(12)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앴으며,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한편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지출을 줄였다. 이 정책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이런 조처들 때문에 사회가 더 불평등해지는 것과 같은 단기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더 역동적이고 부유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다 같인 떠오른다는 비유를 즐겨 썼다.(13)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 국가들의 생활수준은 지난 30여년 동안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1인당 성장률은 3분의 2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과 인도처럼 비록 불평등은 심화되었지만 급속한 성장을 이룬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부분적인 자유화만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자유 시장 정책은 도입하기를 거부한 곳들이다.(13)

결국 자유주의 시장주의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온 이야기는 절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렸다는 말이 된다.(14)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15)

0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19)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시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규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20)

(이렇듯) 시장의 자유는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의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21)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나 공장 매연에 대한 환경 규제에 반대했다.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본인들이 원해서 매연이 심한 차를 몰고, 이윤이 더 나니까 공해를 더 유발하는 생산 기술을 쓰는 것이니, 정부가 나서서 그런 것들을 막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22)

이렇게 똑 같은 시장을 놓고서도 각자 입장에 따라 느끼는 자유의 정도가 다른 마당에, 그 시장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는 이야기이다.(22)

자유 시장도 그런(홍콩 영화 속 쿵푸대가들이 피아노 줄에 매달려 있는 ) 식이다. 일단 특정 규제의 정당성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나면 그 규제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22)

우리는 어떤 규제 이면에 있는 도덕적 가치에 수긍하지 않을 대 그것을 규제라 여긴다.(25)

자유 무역 대 공정 무역을 둘러싼 요즘 논쟁의 이면에도 이런 가치관의 충돌이 깔려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중국이 자유롭게 무역을 하는지는 몰라도 공정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저임금에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생산한 제품을 파는 중국은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하는 상대이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선진국이 자유 무역을 옹호한다고 하면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저임금을 기반으로 생산된 제품들에 대한 수입 제한 같은 방식으로 중국산 수출품에 인위적인 장벽을 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박할 수 있다.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풍부한 단 하나의 자원인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데 제약을 받는 것은 부당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26)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규정된 자유 시장의 경제라는 것은 없다.(29)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규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될 권리들을 부정한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 (31)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31)

0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 기업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어야 한다. 주주들은 고정 수입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기업이 파산했을 때에도 모든 것을 잃는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은 부담하지 않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주주들에게는 기업 실적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동기가 강할 수 밖에 없다.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하면 기업 이윤은 극대화된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극대화하는 길이기도 하다.(32)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 주주들이 법적으로는 기업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그들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  중에서 가장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따라서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 보유 주식을 다 팔 경우 해당 기업이 위기에 빠질 정도로 지분이 많은 대주주 외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주주들, 특히 소액 주주들이 장기 투자를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고 그 이윤에서 주주에 대한 배당을 극대화하는 단기 수익 극대화 기업 전략을 선호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이렇게 되면 재투자에 필요한 유보 이윤이 줄어들게 되므로 해당 기업의 장기 전망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주주들을 위한 기업 경영이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33)

처음에는 공동 자본회사(joint-stock company)라고 불리던 유한 책임회사가 16세기에 유럽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들은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사업을 해야 했다(34)

경제학의 시조이자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수호성인인 애덤스미스가 유한 책임의 원칙에 반대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였다 그의 유명한 말처럼 “(공동 자본)회사의 이사진은……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한책임을 전제로 하는) 합명 회사 파트너들이 자기 돈을 지키듯이 남의 돈을 관리하리라는 기대는 무리가 있다라는 것이다.(34)

그러던 중 19세기 중반 철도나 철강, 화학 공업 같은 대규모 산업이 등장하면서 유한 책임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35)

흥미로운 것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유한 책임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던 사람 중 하나가 흔히 자본주의의 가장 큰 비판자로 알려져 있던 카를 마르크스였다는 사실이다. (35)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 경영인이라는 새로운 계급이 출현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가들을 대체해 나갔다. 기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어느 한 사람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졌다.(37)

주주가치 극대화 원칙은 주주들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안겨 주느냐에 따라 전문 경영인들의 보수를 정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39)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늘릴수록 사내 유보 이윤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투자도 감소된다. 투자 위축은 그 효과 단기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기술력을 후퇴시켜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43)

대부분의 주주들보다는 노동자나 납품 업체가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여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주 가치 극대화가 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해당 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4)

유한책임은 주주들이 손쉽게 빠져 나갈 수 잇는 출구를 제공하여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해 주었다. 인류의 생산력이 크게 진보할 수 있었던 것도 유한 책임을 통해 대규모 자본 축적이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를 책임질 만큼 믿음직한 후견인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44)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55)

 

0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옛것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새것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국가의 경제 정책이나 기업의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58)

 

0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미안하지만 여러 경제학자분들께서는 실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금속 공학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고베 철강에서 지난 30년간 일한 덕에 철강 제조에 대해 제법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저도 회사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회사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반 정도 이해하면 다행입니다. 회계나 마케팅 분야 출신의 다른 임원들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이사회에서는 직원들이 올린 사업 계획을 대부분 받아들입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가정하고 직원들의 동기를 사사건건 의심하기만 한다면 회사는 마비되고 말 겁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업계획을 검토하려고 애만 쓰다가 말 테니까요. 고베 철강이든 정부든 간에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고 전제하면 대규모 관료 기구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72)

다시 말해서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도덕적 행위가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보상과 제재 장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가 이기적이고 무도덕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79)

0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불안해졌다. 물가 안정이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들 주장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에 고삐를 매었음에도 성장률은 미미했다. 바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성장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82)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92)

 

0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이라는 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현재 잘 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보호 무역주의,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들이야말로 요즘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면 안된다고 설파하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95)

 

0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다 : 세계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초국적 기업들이다. 자본에 국적이 없어진 시대에 외국 자본에 대해 민족주의적 정책을 쓰면 잘해 봐야 효과가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 점점 더 많은 자본이 초국화되어 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국적이 없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사실상 해외 지사를 둔 단일 국적 기업으로 남아 있다. 기업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국적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의 국적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0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잇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대폭 줄어들면서 사회의 성격도 변했다. 인간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일하며 겪는 경험'이다.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가 인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129)

 

우리는 오늘날 부자 나라 시민들이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일할 뿐 아니라 사람 자체도 다른 유형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은 이미 사회적 차원에서 '탈산업 사회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부자 나라들 역시 아직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 (129)

 

탈산업화가 되어 간다고 느끼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은 '착시현상' 때문이다. 실제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단지 통계 처리의 변화 때문에 탈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말이다. (130)

 

우리가 소득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제조업 제품보다 서비스 구입에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소비하는 서비스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제조업 제품의 양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의 가격이 제조업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131)

 

이른바 탈산업화 현상은 제조업 무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재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부자 나라의 국민들은 고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탈산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직 '탈산업 사회'를 공언할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다. (134)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선진국일 수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지표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서비스 임금이 싸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미국 평균 소득의 구매력이 높은 것은 많은 수의 미국 시민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뎌 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152)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자신들이 내놓은 그토록 '올바른' 정책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성장이 자취를 감춘 이후에야 아프리카의 미미한 경제 성적이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163)

 

아프리카의 저성장이 기후 탓이라고 하는 것은 저성장의 원인과 증상을 혼동하는 것이다. 나쁜 기후가 저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의 결과로 나쁜 기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165)

 

어느 나라가 겪는 문제가 정책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비극은 만성적 성장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69)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흰 코끼리 프로젝트-불교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흰 코끼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왕권의 정당성과 위엄을 상징하기 때문에 일을 시킬 수 없는 짐승이다. 보기에는 번드레하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 데다 실질적인 이용가치는 전혀 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171)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해 1980년대 이래로 우리는 부자들에게 파이에서 더 큰 조각을 주면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서 장기적으로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더 큰 조각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들은 그렇게 받고 나서 실제로는 파이가 커지는 속도를 줄여버렸다. (194)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시장은 비효율적인 관행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는 아무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혹 오랜 세월에 걸친 그런 관행이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보수 체계가 있는 동안은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끼친다.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직을 대처하는 임시직의 증가, 그리고 지속적이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 반면에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서 창출한 추가 이윤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서 그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지 않도록 한다. 주주들의 입을 막기 위해 배당금을 극대화하려면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없어지고 만다. 2008년처럼 일이 잘못되는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납세자들의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지만 경영진들은 그야말로 거의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걸어나올 수 있다. (207)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201)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지닌 기업가적 비전을 실행에 옮기며 평생을 보낸다. (212)

 

기업가 정신이란 탁월한 비전과 굳은 결의를 지닌 영웅들에게만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기업가 정신을 개인적 차원에서 보는 견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점점 구식이 되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219)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가장 똑똑하다고 여겨지던 이들이 사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229)

 

일부러 제한적인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정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 (236)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이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우선 지식 경제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식은 언제나 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238)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GM 사례는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유익한 교훈을 준다. 즉 기업에 좋은 것,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것일지라도 국가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이 사례는 회사를 구성하는 이해 당사자들도 서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경영진이나 단기 주주들과 같은 일부 이해 당사자들에게 좋은 것이 노동자나 납품 업체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단기적으로 기업에 좋은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결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즉 오늘의 GM에게 좋은 것이 내일의 GM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259)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계획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각각의 다른 경제 부문에 적절한 계획의 형태와 수준을 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공산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중앙 계획 시스템의 실패를 고려하면 경제 계획에 대한 편견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계획 경제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 정책과 기업의 사업 계획, 시장에서의 관계 등이 모두 필수 요소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경제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다. 시장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소련처럼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장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소금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소금만 먹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275)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277)

 

지나치게 결과를 균등하게 하려는 것은 해롭지만, 지나치다는 것의 한계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야 한다면 공정한 경기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88)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미국 노동자들은 조직적 저항을 하기 어렵지만, 조직적 저항이 가능한 노동조합 소속의 노동자들이라면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업 안정성이 높고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있으면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과연 진실인가? (295)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300)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의 속도 차이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실물 경제와 완전히 함께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금융의 존재 가치는 실물 경제보다 빨리 움직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금융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여 실물 경제에서 탈선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원천인 (기계 설비 등)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 조직 혁신 등에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으로 금융시스템이라는 회로의 배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314)

 

23. 좋은 경제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역사상 가장 재기 넘치는 경제학자인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을 먹여 살리는 수단으로는 무척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과장된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경제학은 실제 경제 운용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319)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다른경제학자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심지어 가짜 예언자 취급을 했다. 요즘 널리 쓰이는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경제학자들 중시장 실패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제외한 경제학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론이 제대로 설명되어 있기는커녕 언급 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보다 이들 다른 경제학자들에게 배울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기업, 정부, 정책들 중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을 실패하는지를 보면 이제는 무시당하고, 심지어 잊힌 이런 경제학자들에게서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제학은 쓸모 없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326)

 

결론.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는 인간이착한일을 하게 하려면 금전적인 보상을 하거나 벌칙으로 위협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비대칭적으로 적용되어 부자는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이 약속되어야 더 열심히 일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야 더 열심히 일한다는 이상한 주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331)

 

물질적 자기 이익 추구가 인간 행동의 강력한 동기임은 확실하다. 공산주의 체제가 실패한 것도 이런 강력한 동기를 무시하거나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물질적 자기 이익이 유일한 행동 동기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인간은 자유 시장 경제학 교과서가 주장하는 만큼 물질적 자기 이익만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다. (331)

 

지금이라도 세계를 퇴보시키고 재앙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원칙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예전과 비슷한 대참사들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 빈곤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수십억 인구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 (340)

 

 

3. 내가 저자라면

200년 정도 보호 무역을 해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다 취한 다음에 미국도 자유 무역을 할 것이다(율리시스 그랜트 미국 대통령)”

 

자유무역과 자유시장, 시장개방을 외치고 있는 지금의 선진국인 미국, 영국 등은 과거 인도, 중국, 등과 같이 경제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또는 제한적 자유 시장 경제를 표방함으로써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듯이, 과거 이들 선진국들도 자국의 산업을 보고, 하는 철저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폈던 국가들이다.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전작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에 이어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도 이런 선진국들의 입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말한다. 완전한 자유시장경제를 통해서는 선진국들 경제성장의 희생양이 될 뿐, 자국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적절한 정부의 개입과 자국산업을 보고하기 위한 일정 장치(제도)가 마련되어야 우리가 원하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며, 현재 자유시장 경제학자나 선진국들이 마치 옳은 것처럼또는 일부만 옳은주장들에 대해서 눈앞에 보이는 껍질을 한두 꺼플 벗겨내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장하준의 이런 입장은 일면 통쾌하다. 사실 모두들 선진국들의 눈치만 볼뿐이지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자신의 주장을 가감없이, 과감하게 펼칠 수 있는 능력과 영역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난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정도의 깜냥도 안되며 관심도 없다. 다만, 내가 이런 거시경제나 세계흐름에 대해 이야기 해야한다면, 개인의 소비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10,000원으로 알차게 쇼핑하기’, ‘커피가격의 진실과 기회비용’, ‘5,000원 조조영화 한 편의 가치등 우리가 평소 소비하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철저하게주관적으로 해석해볼 것이다. 다만 난 경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경제 관련된 이야기를 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적으로, 장하준교수의 관점과 책의 구성은 전작 나쁜 사마리안에서도 그랬지만, 그닥 흠잡을데 없다. 난 그의 관점이 맘에 든다.

IP *.192.1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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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0 13:20:50 *.216.38.13

대수씨의 관심사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10,000원으로 알차게 쇼핑하기’, ‘커피가격의 진실과 기회비용’, ‘5,000원 조조영화 한 편의 가치’... 소비가치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해볼 것이라는 주장이 아주 즐거워요. 역시나 대수씨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문제는, 장하준이 밝히는 '미래의 트렌드'를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저는, 감히 말씀드리면, 단순히 선진국들을 비판하는데서만 그친것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11월 과제인 '3가지 미래 트렌드'를 리딩을하시면서 한번 같이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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