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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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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7일 00시 33분 등록

몇 주째 여우숲에서는 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힐링 캠프가 진행 중입니다. 국내 유수의 병원이 기획하여 여우숲에서 먹고 쉬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숲학교 오래된 미래교장인 나의 강의도 듣고 병원의 건강 전문가들의 강의와 진단, 그리고 안내를 따라 지친 몸과 삶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매주 열리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와 처음 프로그램을 논의할 때도 밝혀두었지만 나는 힐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그것은 속임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힐링 프로그램은 대략 풍경이 좋은 곳을 찾아 몸과 마음을 뉘어 쉬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안내자들의 프로그램을 따라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고 산책도 하는 프로그램들이 대종을 이룹니다. 바야흐로 이런 힐링 프로그램은 도처에서 유행중입니다. 기업이나 공공조직, 비공공조직 가릴 것 없이 예전에는 워크숍 정도로 이름을 붙여 진행하던 어떤 기획 프로그램들에 모두 힐링 캠프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 중입니다. 내가 내·외부 강의로 바빠진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캠프가 많이 열리기 때문인 듯 합니다. <숲에게 길을 묻다>는 책 제목과 숲을 통해 사유하고 철학하며 사는 내 삶이 이렇게 유행과 조우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멈춰 생각할 때마다 어리둥절합니다. 때로 나를 힐링 전도사힐링 전문가니 소개하는 기획자들 표현에는 거부감마저 들 정도입니다.

 

내가 그런 힐링을 속임수라고 단호하게 표현하는 핵심 이유는 이렇습니다. 유행하는 힐링 프로그램들이 환부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유가 필요한 환부가 왜 발생했는지, 또 어떻게 해야 그 환부가 아물고 다시 재발하지 않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입은 피로와 상처, 그로 인해 불거진 환부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그것은 잠시 멈추어 뉘고 쉬게 한다고 치유될 수준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피로와 상처의 근본적 원인은 WinnerLoser로 세상을 양분하는 패턴에 우리를 무방비로 노출하고 우리가 그것에 끌려가기 때문입니다. Winner가 되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회, 세상이 Loser라고 구분한 속으로 내가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은 소중한 삶을 실패하도록 버려두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집단적 무의식에 내가 속절없이 끌려가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습니다. 세상은 Winner가 되려면 비싼 집과 좋은 차를 타야 한다고 말합니다. ‘살고 있는 곳이나, 타고 있는 차가 나를 말한다고 광고하지요. 남자라면 키가 몇 센티미터 이상 되어야 Winner가 된다고 하고, 자녀는 어느 대학 정도에 입학해야 성공한 부모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세부적인 전략을 세우고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 부단히 실천하라고 부추깁니다.

 

대부분은 이 행렬에서 패배합니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숨어 있는 행렬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한때 부자가 되라고 광고하던 세상, 다양한 자기계발론과 전략이론, 긍정심리학이 횡행하던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대박 나세요라는 말, 혹은 , 대박!’이라는 말처럼 이제 대박을 주술처럼 달고 살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이제 대박만이 그 행렬의 앞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다른 한 축으로는 힐링을 아스피린처럼 처방하여 유행시키고 있습니다. 내게는 모두 참 불편한 모습입니다.

 

진정한 힐링은 아스피린 한 알을 먹는 게 아닙니다. 그건 저 답답한 구조 속에서 나를 똑바로 알아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늘 주장합니다.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또한 주장합니다. 내가 왜 이 꼴로 살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인식을 발판으로 삶을 다시 굳건하게 세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제 나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하여 무시로 다가오는 피로와 상처를 다룰 인식론적, 실천적 힘을 가지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우숲의 힐링캠프는 세 가지 질문에 대답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첫째, 나는 왜 사는가? 둘째, 나는 왜 지금의 이 꼴로 사는가? 마지막으로 나는 장차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떠세요? 우리 언제 진정한 힐링 캠프 한 번 열어볼까요?

IP *.20.2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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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7 18:55:42 *.1.160.49

그 세 가지 질문에 깊은 답을 구하는 '힐링' 캠프라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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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7 22:54:57 *.34.155.134

힐링이 필요함을 몸도 맘도 느끼면서도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에게 쉽을 주기 위해서는 또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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