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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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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4일 08시 55분 등록

청중에게 물었습니다. “행복하고 싶으세요?” 대부분의 청중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다시 물었습니다. “우리 삶이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단어들이 들려왔습니다. “” “건강” “시간” “열정” “가족” “” ...

이제 당신차례입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빠트린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잠시 후 작년까지 나의 농사 친구였던 토종벌통 사진을 보여주며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의 벌 농사입니다. 저는 꿀을 먹고 싶어서, 혹은 꿀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 벌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 제가 꿀을 얻으려면 이제 무엇이 필요할까요?” 청중이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대답했습니다. “” “”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 어느 한분이 훌륭한 단어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하늘의 도움...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이제 당신차례입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빠트린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꿀을 얻으려면, 혹은 행복한 삶을 이루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에 나온 단어 같은 외부의 조건을 떠올립니다. 정작 중요한 한 가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같은 오직 마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나 역시 그 또한 중요한 것이라 여기지만 자칫 결핍과 분노의 철학적 가치를 잃고 지나친 긍정의 심리학적 폐해로 귀결될 수 있는 그 사유를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강조하려는 것은 그림자의 천부성입니다. 행복이 빛이고, 꿀이 단 것이라면 그것에는 항상 각각 그림자와 통증이라는 어두운 시간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두운 곳에 있는 내가 불행하다 여기며 밝은 곳에 있다는 그 행복을 향해 서려 합니다. 자 이제 돈과 건강과 시간과 열정과 가족과 일 따위가 있는 그 밝은 곳을 향해 서볼까요? 좋은가요? . 좋지요. 하지만 또한 무엇이 있나요? 해를 바라보는 순간 나를 향해 쏟아지는 그 햇살은 반드시 그림자를 만들어줍니다. 꿀을 얻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꿀을 얻으려 벌통에게 다가설 때 벌에 쏘이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쏘인 자리에 벌침이 박히고 퉁퉁 부어올라 몸의 일부가 일그러지는 경험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나는 청중들에게 말합니다. “행복하려하지 마세요. 살아온 시간을 100시간으로 환산해 보세요. 그중 절대시간으로 몇 시간이나 행복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한 시간이나 되던가요? 행복을 이데아나 신기루로 삼는 오늘날의 관념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어요. 어떤 나무가 꽃을 피운 시간에 우리는 그것을 보고 감탄합니다. 우리는 그 빛나는 순간만을 마치 행복의 절정처럼 여기는 무의식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해요. 꽃은 그냥 피지 않아요? 이른 봄꽃은 겨울을 통과해야 피어나요. 벌과 나비와 나방을 불러 꽃이 열매로 바뀌기 위한 시간은 또 얼마나 분투로 어린 시간인데요? 열매를 지키고 그것을 퍼트리기까지의 시간은 또 얼마나 많은 그림자를 품은 시간인데요? 내년에 또 꽃피우기 위해 그 꽃망울을 준비하고 다시 가을과 겨울을 통과해야 하는 그 시간은 또 얼마나 긴 그림자를 달고 넘어가는데요? 과연 그 분투의 모든 시간들이 그림자의 시간이고 불행의 시간일까요? 아니에요. 그 역시 삶의 기쁜 시간들인 것을 알아채야 해요. 그걸 받아들여야 해요.

행복은 저기에 있지 않아요. 과거나 미래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구요. 행복은 밥 한 끼를 온전히 대하고 누리며 먹을 줄 아는 사람에게는 별로 이슈가 되지 않아요. 지금 숨 쉬는 것을 알아채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에게 행복은 숨과 같아요. ......”

 

요즘 나의 사유는 여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소위 서양적 사유의 행복론이 우리를 얼마나 피로하게 하고, 행복을 우리로부터 멀어지게 했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불행과 행복을 양분하고 불행의 시공간에서 행복의 시공간으로 건너가는 전략과 비법을 유포해온 사유에 대해 회의하고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박리될 수 없습니다. 꿀과 통증도 박리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봄이 겨울과 박리될 수 없듯이. 그래서 삶은 그 모든 순간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끌어안는 것입니다.

모처럼 몸살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겨울이라 불러야할까요? 가을과 겨울의 경계는 아무리 얇게 떼 내려 해도 떼 내기 어렵군요. 낮에는 옷을 덜고 아침저녁으로는 두텁게 여미는 방법 밖에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IP *.33.18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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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4 20:45:28 *.209.202.178

행복은 밥 한 끼를 온전히 대하고 누리며 먹을 줄 아는 사람에게는 별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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