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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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일본회사의 한국 법인 설립을 위한 인재 채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본사는 한국 비즈니스의 사활을 책임질 영업 마케팅 총괄 관리자 포지션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포지션은 향후 한국법인의 대표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포지션에 지원한 여러 명의 후보자들을 만나며 ‘직장인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계에서 20년 넘게 비슷비슷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라도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포지션을 진행하면서 통역 문제로 인터뷰에 배석하게 되었는데 아주 특별한 두 가지 질문을 마주했다. (다음 질문들은 경력 사원 채용을 위한 외국기업의 인터뷰 자리에서 자주 나올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아무래도 기업과 인재의 궁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회사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첫 번째 질문은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였다. 쉰이 다 되도록 영업 현장을 발로 뛰어 온 김이사는 ‘병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자신이 담당하던 약물을 복용하고 건강을 회복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라고 했다. 20년 넘게 항암제 세일즈를 했던 그는 자신의 일이 제품을
판매하여 매출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그를 움직이는 동기이자
에너지였다. 두 번째 질문은 ‘지금까지 일하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였다. 이에 대해서도 김이사는 같은 맥락으로
답했다. 모 대학병원의 교수를 예로 들며 진정으로 환자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런 의사이기에 암환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神)적인 존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송이사의 답변은 아주 달랐다. 약대를 나오고 미국에서 MBA 학위를
받은 후 국내외 유수의 회사에서 화려한 마케팅 경력을 쌓은 그는,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위해 일해온
사람인 것 같았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송이사는 ‘내가
담당한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라고 답했다. 작은
제품을 5년 만에 380%나 성장시킨 것이 본인의 자랑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모 제약회사의 대표를 역임한 원로를 언급하며 리더십이 뛰어나고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붙였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처럼 한 조직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김이사는 환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송이사는 한 조직의 리더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 일해온 사람이었다.
맹목적 과신의 습관에서 빠져 나오려면 세일즈에
대한 핵심 동기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왜’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내가 세일즈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스스로 해답을 쥐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대답이 외부적으로 측정 가능한 어떤 것이라면(예를 들어 돈, 지위, 타이틀
등), 아주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 우리는 한결 같은 세일즈 동기를 유지하는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어떻게 세일즈를 하는가(행동)는 왜 세일즈를 하는가(동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 토드 던컨의 『만사불여튼튼 세일즈(Killing
The Sale)』 중에서
세일즈와
인생철학 전문가인 토드 던컨은 일의 동기와 방식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왜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열정만 가지고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맹목적 과신’이라고
정의하는데 감정 상태에 따라 기복이 심해 지속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한다. 일에 대한 에너지를
얻고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자극제(성공학 서적이나 세미나 등)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그는 내면의 동기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 일을 오래할 수도
잘 할 수도 없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왜(WHY)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어떻게(HOW) 하는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에게
왜 일하느냐고 물으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제일
먼저 나올 것이다. 그 답변의 이면에는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된다면 일을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속마음이
숨어 있다. 생계유지의 수단. 그것이 일의 의미의 전부일까? 일을 하면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로 인해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일의 진정한 의미이자 선순환일 것이다. (김이사의 경우) 하지만 일을 하면서 가치의 발견보다는 목표의 달성에 의미를 둔다면 만족하기 힘들 것이다.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자신이 오르고자 하는 자리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의 의미 또한 찾아 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목표라는 것은 한없이 높아 질 수 밖에 없어 궁극의 만족의 순간이란 절대 만나기
힘들 것이다. (송이사의 경우)
4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준비해와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했던 김이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결과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고
상관이 없다는 의미였다. 반면 송이사는 인터뷰가 끝나자 이 자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
5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만들어 내기 위해 스무 명이 안 되는 작은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회사의 계획의 들은 직후였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인터뷰 장소가 호텔 비즈니스룸이 아니라 사무실 한편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당신이 예상한 그대로다. 김이사의 진심이 통했다. 그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2차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송이사는 아직이다.
『생산적
책 읽기』의 저자 안성헌은 스티브 잡스의 일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왜 일해야 하는지, 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을 내었다. 스티브 잡스의 일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자. ‘일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뿐입니다.’
나는 김이사가 그 자리의 주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그는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며 일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김이사가 그 자리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찾아 보자.
‘일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뿐입니다.’
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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