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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일 09시 13분 등록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지은이 안철수
펴낸곳 김영사

2013-12-02
유형선


1. 지은이에 대하여
안철수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기술경영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을 역임하였고, 해군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1988년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 중 운명처럼 ‘브레인 바이러스’를 만난 그는 밤을 새워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브레인 바이러스 퇴치를 시작으로 그는 지난 7년 동안 컴퓨터 백신을 만들기 위해 의학 공부와 컴퓨터 공부를 병행하며, 바이러스 퇴치 공익 법인을 구성하나, 현실적인 법에 부딪치면서 1995년 주식회사 형태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한다.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백신개발회사임은 물론, 유관 보안 영역으로 확장하여 통합보안전문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2005년 3월까지 재직했다. 이후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워튼 스쿨에서 EMBA를 취득한 뒤, KAIST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2011년에는 서울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차세대융합기술원장을 맡았다. 차세대융합기술원장 직은 2011년 10월 28일에 사임했다.

안철수는 2011년 중순부터 최측근으로 알려진 의사 박경철과 함께 전국을 누비는 ‘청춘콘서트’를 했다. 청춘콘서트 일정 도중 안철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내비쳤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보였으나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로 안철수의 모든 행동과 말은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대선 출마설 등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안철수의 등장 이후 한나라당, 민주당 등 정치권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안철수 영입 의사를 밝혔다. 안철수 본인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안철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2~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은 2011년 하반기 안철수의 등장 이후 사회적 현상을 ‘안철수 현상’, ‘안철수 신드롬’ 등으로 불렀다.

2012년 7월 23일 안철수는 SBS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의 생각에 대해 동의한다면 (대선 출마를)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내놓은 이유를 밝혔으나, 아직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결정을 못하였다 하였고, 그 후 9월 19일 제18대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2012년 11월 23일 민주통합당 문재인후보와의 단일화 진통끝에 대선 예비후보직을 사퇴하였다. 그리고 2013년 3월 3일, 4월 24일 치러지는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밝혔으며, 안철수는 기호 5번을 받았고,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2. 가슴을 무찔러 오는 글귀

P27
회사 일과 공부, 두 가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생활 계획도 빡빡하게 짰다. 일과 공부의 양이 늘어나자 잠 자는 시간도 대폭 줄여야 했다. 그래서 이틀에 하루는 밤을 새우는 수 밖에 없었다. 1995년 9월부터 1997년 8월까지의 2년은, 개인적인 휴식 시간에는 시간을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P30
우리 회사는 현재도 월말에 결재하는 식의 외상 거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입금은 없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탓도 있지만, 사업 초창기의 경험을 통해 차입하지 않는 것을 경영의 한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을 통해 회사라는 건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장부상으로는 흑자인데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며, 그러므로 늘 자금관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경영자에게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나로서는 그 전에는 몰랐던 내용이다.
관리부문은 김현숙씨가 있었고, 개발부문은 연구소 설립 당시 한글과 컴퓨터에서 파견 나와 나중엔 회사에 합류한 조시행 씨가 나의 부재를 메워주었다. 결국 나는 좋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2년을 보장 받았던 셈이다.

P33
당시 회사의 입장에서 당장 생존에만 급급했다면 자금을 투자할 파트너를 좀 더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최적의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P41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 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P45
당시 정부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벤처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전문가 한 분은 나에게 코스닥 등록 스케줄을 고려할 때 이 시기에 펀딩을 해야 한다고 나에게 조언했다. 주주들은 펀딩을 받을 수 있을 때 자금 소요와 관계없이 최대한 받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충고했다. (나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것이 벤처 기업의 논리가 아니라 대기업의 논리이며, 소프트웨어 업체의 논리가 아니라 제조업체의 논리란 것을 알았다. 대기업의 경우 제조업 특성이나 자금 흐름상이란 방법이 들어맞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P46
그런 가운데 회사는 조금씩 커져 갔다. 그렇지만 일반 사원의 채용은 워낙 보수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에 대폭적인 충원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대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가 우리 회사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새 직원이 들어오면 순수한 인간적 호기심으로 그를 둘러싸고 관심을 표하던 당시 사무실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P50
제품 기획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마인드, 실제적인 노력, 넓은 시야가 그것이다.

P57
바이러스 대란과 관련하여 혹자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평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굳이 표현한다면 우리에게 ‘준비된 기회’였다.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는 행운의 모습을 한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령 그전에 1등의 위치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기회가 열어 줄 가능성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는 기회가 오히려 불행이다.

P63
연구소를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 때부터 견지해온 원칙인데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 더 잘 되겠지’라는 판단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런 마인드로 제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모든 결정에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였다. PC보안이라는 인접 영역 진출도 마찬가지였다.

P65
당시 우리 회사는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학교 시절부터 어떤 것 하나를 끝낸 후에 다른 것을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 당시 우리는 연 매출 100억 원 돌파가 일차 목표였고 그러다 보니 일단 목표 먼저 달성해 놓고 보자는 생각에 투자가 늦어진 것이다.

P68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만큼, 결과와 실적에 근거한 공종한 분배도 해야 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사주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대두되기도 했다. 나는 그보다 내가 소유한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고 2000년에 이 일을 실천했다. 직원들의 수고가 참으로 감사했기 때문에 주식 증여에 대한 세금도 직원들이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P69
결국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안철수연구소가 되었다. 그리고 새 로고도 만들어졌다.

P80
이 모델을 말하면 혹자는 내가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고 마치 대학 교수처럼 자기 이론을 만들어 실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델은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며, 늘 그러했듯이 회사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지 느긋한 이론 실험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를 보존하면서 시장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의 구체적 비전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는 판단 하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에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때 미세한 문제는 전체적으로 조율해서 결정하지만 큰 방향을 잡는 일은 결국 CEO의 몫이다. 물론 여기에는 깊은 고민과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P64~85
이때 <Built to last>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제리 포라스의 강의를 직접 들었다. 과거에 혼자 읽었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몇 가지 사실들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것은 가슴에 사무친다는 표현 정도가 간신히 적합할 정도로 큰 깨우침이었다. 포라스의 책은 우리 나라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불멸하는 성공 기업의 조건’을 화두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들은 오랜 연구를 토대로 영속하는 기업에는 핵심가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너무나 확고해서 시장 상황에 큰 변화가 있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는 가치이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할 바에는 차라리 회사 문을 닫는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대신 그런 회사들은 핵심가치를 제외한 모든 것을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과 생각의 판단 근거는 알게 모르게 회사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핵심가치에 놓여 있다.

P86
또 하나의 핵심 가치는 창업자나 CEO가 독단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물론 이것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기획, 디자인하는 것은 CEO의 역할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을 전 사원이 내면화하는 것은 CEO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가치가 가장 잘 내면화되어 있는 상태는 CEO가 직원들에게 그것을 누차 강조하지 않아도 직원들 스스로가 회사의 핵심 가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P87
이 책은 핵심가치의 의미 외에도 핵심가치를 보존하면서 발전을 자극하는 것의 의미, 크고 위험하지만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것의 의미, 종교적인 수준의 기업문화의 중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P89
갑갑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온 후 핵심가치와 비전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포라스가 지적하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 같았다. 조금씩 생각이 깊이를 더해갈수록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나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영속하는 성공기업은 결과여야 하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P90~91
처음에는 ‘영속하는 기업 만들기’를 목적으로 설정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나는 핵심가치를 찾는(‘정하는’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목적을 ‘영속하는 성공기업 만들기’에서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로 바꾸었다.
핵심가치는 기업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관이자 신념이며 존재이유이다.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정립되고 신념화된 기업은 조직의 발전 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유무형의 성취감을 줄 수 있으며 지치지 않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또 이상적인 핵심가치는 생계수단 이상의 가치를 개개인에게 줄 수 있으며, 기업이 위기에 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영원한 힘이 된다.
이 가치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은 영혼이 잇는 기업과 영혼이 없는 기업으로 나누어 진다.

P93
나는 2000년 말에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를 찾는 일을 시작하였다.

P96
멀리 본다는 기조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98~101
돈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 가치관을 지키고 존재의미를 인식하면서 일을 한다면 그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아무리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우리가 하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조금이라도 살기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이러한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모여 있는 이유이다.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2.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우리의 존재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
이러한 가치관과 존재의미를 인식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는 2005년에는 세계 10대 보안회사에 진입할 것이다.

P102
우리 회사의 방향과 <Built to last> 내용 사이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영속하는 우량 기업 자체를 만들기 자체가 목표가 아닌 점 외에도 책에는 10~20년 간 유지될 수 있는 단기 목표를 잡으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는 IT분야이기 때문에 단기목표를 5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철학은 비슷하다.

P104
핵심가치를 설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P105
가령 핵심가치를 정한 후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회사의 핵심가치를 어기면 살아날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그럼 이 때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해 핵심가치를 거슬러야 하는가? 나는 차라리 회사가 스스로 소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 기업이 스스로 설정한 핵심가치를 위반하면 설령 그 회사가 생명을 이어가더라도 생존할 존재이유 자체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P109
앞서 말한 맥아피의 인수 제의를 거절한 것, 2000년 말에 사원들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준 것도 우리는 보도자료 한 장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주식무상증여의 경우, 나는 이 문제를 외부에 알릴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외부고객에게 알릴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내부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주 후 대형 벤처 사기사건이 터진 시점에 우연히 한 언론사에서 이 사실을 포착했고 결국 외부에 알려졌다.

P142
기반을 갖춘 후 점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회사가 안티바이러스 전문업체에서 통합보안기업으로 변신한다고 발표하기까지 2년간의 준비과정이 있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수중의 오리발처럼 장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준비를 해 온 것이다.

P152~153
이러한 요소들 외에 신뢰의 형성에도 또 하나의 변수가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다.
동료 벤처기업들 중에는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사원들과 나의 인간관계를 교주와 신도에 비유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회사의 내적인 진통을 간과한 판단이다. 비슷한 가치관에서 출발했어도 최초의 우리 회사 사람들과 나는 어쨌든 사회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관계였다. 그런데 서로 생각을 나누고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 조금씩 신뢰가 쌓여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의견의 불일치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의 결과가 내가 주도한대로 나타나면서 신뢰가 조금씩 쌓일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고 생각한다.

P158
결국 내가 경영학을 배우면서 가장 큰 소득은 모르고 놓아두었던 많은 부분들을 인식함으로써 스스로 해결하거나 또는 적임자를 찾아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P163
경영도 마찬가지다. 경영에서도 아주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면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분석도구를 개발하고 계속 상황 변화를 파악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P165
월급은 나의 생계 유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 돈이 있음으로 해서 집에 돌아갈 때 딸을 위해 학용품을 사거나 먹을 거리를 사갈 수 있으며 나의 가족의 미래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월급날이 기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진 주식은 그 자산가치를 재산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계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P166
현재 나에게 휴식이 있다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영화관람을 언제 했었는지는 물론 대학시절 굉장히 몰두했던 바둑도 마지막으로 둔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주말에 가족들과 책을 보는 것, 동네 우동집 같은 곳에 가서 저녁을 먹는 일, 온 가족이 둘러 앉아 DVD로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수면, 이 네 가지가 현재 내가 기다리고 또 할 수 있는 최선의 휴식이다.

P167
바둑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다 먼저 서점에 들러 무작위로 바둑 입문서를 하나 샀고, 이어 포식 정석 끝내기 등을 책으로 익혀 나갔다. 아마 오십 권은 읽었던 것 같은데 자주 보는 바람에 책을 모두 외워버릴 정도가 되었다.

P169
우리나라에서 무료 소프트웨어로 출발해 유료로 전환하여 성공한 회사는 거의 없다. 인터넷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무료로 회원을 많이 끌어 모았지만 수익 모델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그것을 극복했다.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그 사실 자체보다는 마케팅 이론을 다루는 교과서로 공부했고 그 이론대로 접근해 결국은 해냈다는 점이다.

P174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망망대해에서 조각배의 노를 저어가는 내 모습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도 걱정을 안고 사는데, 소소한 바람에도 전복될 정도의 우리 회사에서는 고민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벤처기업가가 어느 정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또 나처럼 고민을 안고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확신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회사는 CEO의 고민은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P187
미국에서는 80% 정도의 벤처기업이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무조건 주식상장으로 해결 할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M&A를 할 때에는 철저히 수평적 개념의 ‘윈윈’제휴가 되어야 한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P189
먼저 업무의 연속성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시스템 문제인데, 이는 벤처기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미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스템 중심의 사회가 능사는 아니지만,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의 경우를 보자.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에서는 어떤 사람이 일을 하면 그 과정에 대한 시스템화된 문서로 분명하게 남겨놓는다, 그래서 만약 실수를 할 경우 본인만 아는 게 모두가 알게 된다. 또 실수에 대한 원인과 평가도 문서로 남기고 제도로 반영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놓으면 다른 사람이 와서 그 업무를 하더라도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중심으로 정리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가운데 그 회사의 경쟁력은 커지게 된다. 즉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기업이 가진 무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연성이 마련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진정한 디지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좋게 생각하면 아직도 인간 중심적이다. 물론 이것도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나면 노하우가 남아있지 않아 다른 사람이 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낭비가 많아지게 된다.

P191
그러므로 벤처기업가도 퇴출 그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사업모델이 수익성이 없고 자본잠식에 가까운 상황이며 빚을 얻어 쓸 정도라면 스스로 회사 문을 빨리 닫는 것이 현명하다.

P192~193
비슷한 예로 직급을 들 수 있다. 나이 어린 사람이 능력에 따라서 팀장이 될 수도 있고 나이 많은 사람의 상사가 될 수도 있는 데 미국식이다. 그런데 이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들은 좋은 점을 적절하게 도입하면서, 우리 문화에 맞게 조절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P211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정확한 눈의 출발점은 자기가 하는 작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과 고민이 이어질 때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P223
누차 강조하는 것이지만 상장을 단순히 돈을 끌어 모으는 수단으로만 삼으면 곤란하다. 주식시장은 분명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여 할 때 모자라는 돈을 투자 받는 곳이어야 한다. 이것이 주식 시장의 긍정적인 존재의미이다.
또 벤처기업은 원칙적으로 시장상황과 증시상황을 연동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마다 적절한 펀딩 시점이 있고 규모가 있는데, 여기에 맞추지 않고 뮤조건 대규모 펀딩을 받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먼저 경영 효율이 떨어질 것이고 팽팽한 긴장감이 가져다주는 전투력도 상실될 것이다.

P233
첫번째는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은 짚고 넘어감으로써 많은 점들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P234
사업계획서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보려고 만든 것이다. 내가 본 좋은 사업계획서 모델 중 하나가 멕킨지가 독일 뮌헨 시에서 사업계획서 경진대회를 하면서 만든 것인데 여기에는 정교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또 체크 리스트상에서 빠진 것이 없는 지를 검증할 수 있는 정교한 설문이 곁들여 있다.

P235
일단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최선을 다해 시장을 뚫어야 한다. 이때 자리가 잡히지 않는다고 딴 데로 관심을 돌린다면 차라리 그 회사를 접는 편이 낫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것은 회사가 어느 정도 정착된 단계에서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237
창업 시기에 합류한 우리 회사 사람들은 당시 명확하게 규정이 비전이 없었음에도 공통된 가치체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의미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회사발전과 자기발전을 함께 조화시켜 나간다는 가치였다. 초창기에 합류한 사람들이 백신 무료 공급 등 회사의 배경과 위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P243
벤처 기업에서 가장 소중한 연고는 지역도 아닌 비슷한 가치관에 근거한 인간적 신뢰 관계이다.

P253
벤처기업의 또 하나의 속성은 선택의 절박성이다. 사업을 하면서 ‘잘 돼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먼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벤처기업이다. 이보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반드시 생존의 문제와 결부시키게 된다. 늘 긴장하고 신중하게 되며 이러한 가운데 그 기업은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조금씩 갖춰나갈 수 있게 된다.

P266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양적인 면의 비교에는 거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267
질적인 실패는 타인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전혀 실패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나에게도 이런 실패의 경험이 무척 많다.

P272
나는 위반을 하지 않는 나만의 운전 방식을 만들었다. 행선지로 가기 전에 지도로 길부터 익히고 주차장은 어디 있는지 까지 확인한 후 길을 떠났다. 그러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졌고 덩달아 나도 편해졌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늘 어린 시절 책에서 배운 대로 살려고 노력해 왔다. 그래서 내 설익은 생각과 판단 때문에 남이 상처를 입는 것을 경계할 수 있었고 고객에게는 절대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관을 가진 회사도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가치관은 정직과 성실인데 일단 이것은 나의 가치관일 뿐이다. 이것은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비해 우월한 것이라고 말하기 곤란하며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P273
다양함은 오히려 그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성격 타입이 다양한 회사는 서로간에 협력관계가 잘 형성되면 굉장히 생산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282
내가 보기에는 분명한 가치관과 목적의식만 있다면 누구나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의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P288
내가 그리 띄어난 재주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을 받은 바 있는 저명한 수학자이며, <학문의 즐거움>은 그의 자전적 수필집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의과대학 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평생을 간직할 좌우명을 얻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 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3. 내가 저자라면
내가 저자라면 단연코 정치판에 나가지 않겠다. 인간 안철수 진심으로 좋아한다. 이만한 벤처기업가도 없도 이만큼 공익을 고민하는 CEO도 없다. 그러나 왜 정치인가? 결국 사람들이 그를 불러냈다. 인물이 없는 정치판으로 안철수를 몰아세웠다. 대중의 환호에 안철수가 나섰다.

책을 읽으며 정치인으로 변화된 안철수가 자꾸만 오버랩 되어서 집중에 방해되었다. 의사로서 살다 컴퓨터백신개발이라는 영역에서 승부를 벌인 안철수. 벤처기업가로 영혼을 건 승부를 해왔다. 이제 정치라는 영역으로 발을 깊숙히 들였다. 지금의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떠나지 말아야 할 곳으로 길을 떠난 영웅을 보는 심정이다. 죽을 길이 아니라 살 길을 찾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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