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2014년 1월 19일 17시 06분 등록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픽처』의 주인공 벤은 31 5천 달러(한화 약 3 3천 만원)의 연봉을 받는 뉴욕 월가의 변호사다. 연봉뿐 아니라 그에게 주어지는 부수적인 혜택들도 환상적이다. 가족건강보험, 고급 피트니스클럽 무료 회원권, 회사 아파트 무료 이용권, 무이자 자동차 할부, 유명 레스토랑에서의 회사 장부로 계산하고 먹기 등등. 벤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나는 회사에 불평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지긋지긋한 일만 빼면. 일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지루했다.’ 사실 그의 꿈은 사진가였다. 외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카메라 한 대가 그에게 사진가의 꿈을 꾸게 했다. 성공한 증권사 임원이었던 아버지는 아들도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길 바랐다. 하지만 벤은 대학 첫 방학을 아버지가 제안하는 증권거래소 견습생 대신 카메라 상점 아르바이트를 택했다. 그러나 등록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나머지 방학들은 아버지 회사의 인턴사원으로 일했다. 벤은 대학 졸업 후 사진가로서 일자리를 얻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 때 아버지가 찾아와 그를 설득했다. “언젠가 반드시 어려운 때가 찾아 올 게다. 앞으로 오 년 후가 될 수도 있지. 돈 한 푼 없다는 사실이 비통하고, 널 지치게 할 게다. 그런 때를 대비해 네가 로스쿨 졸업장 같은 걸 따놓으면 걱정 없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 변호사가 되어 여유가 생기면 관심이 있는 분야에 좀 더 집중할 수도 있겠지. 돈이 곧 자유야. 돈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은 넓어져.” 결국 벤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고 법률회사에 입사했다.

 

L.png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오늘도 보이지 않는 목줄에 끌려 꾸역꾸역 회사로 향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가슴에 품은 질문일 것이다. 벤처럼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벤의 아버지처럼 ‘돈이 곧 자유’임을 실감하고 현실에 만족하자며 자기 암시를 되뇌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시계를 멈추고 나침반을 보라』의 저자 박승오, 홍승완이 20대 젊은이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데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응답자의 20%가 지목한 답변 1위는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였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먹고 살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부터 생각해 보자.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다. 타워팰리스에 살며 아이들을 대치동 학원에 보내고 특급호텔 뷔페를 먹고 해외 여행을 다니며 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 시골마을에서 텃밭을 일구며 자연을 벗삼아 산다면 큰 돈은 필요 없을 것이다. 타워팰리스에 살아야 자신의 삶에 만족스러운 사람이 있고 시골 오두막에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 있으니까. 이 문제는 자신이 ‘소유적 인간’인지, ‘존재적 인간’인지 알아야 답을 얻을 수 있다두 가지 유형 중 좋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이니까. 소유적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불행할 것이다. 존재적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불행해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벤은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 사진가 제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자신은 사고사로 위장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몬태나 주의 산간마을인 마운틴폴스에 정착한 벤은 사진가 제리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제리는 부모가 남긴 신탁연금으로 살아가는 처지였다. 새로운 곳에서 은신처를 마련한 벤은 하루에 9달러로 한 달 이상을 버텨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루에 9달러, 뉴욕에서 택시 한 번 탈 때 쓰는 돈이었지만 벤은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대학교 헌책방에서 1달러짜리 페이퍼백 책을 사고, 국영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 일을 했다. 문손잡이에 광을 내고, 바닥에 난 틈을 막고, 페인트 찌꺼기를 벗겨내는 허드렛일이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고액 연봉을 받던 월가 변호사의 삶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하지만 그런 삶도 나쁘지 않았다.(벤은 다분히 소유적 인간인 듯 하다.) 그래서였을까? 벤은 우연히 찍은 인물사진이 지역신문에 게재되면서 평생의 꿈인 사진가로 유명해진다. 더구나 여자친구인 앤의 도움으로 산불현장에서 기막힌 사진을 찍어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뿐 아니라 사회적 성공까지 거머쥐게 된 것이다. 벤은 어떻게 사진가로 성공하게 된 것일까? 애당초 그에게 재능이 있었다면 변호사가 되기 전 그 재능은 왜 빛을 발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상황의 문제였을까? 먹고 사는 일로부터 벗어나 오직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그의 재능을 꽃피우게 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성공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성공이 따라왔다고 말한다. 토마스 스탠리는 자신의 책 『백만장자 마인드』에서 미국의 백만장자 다섯 사람 중 네 사람은 경제적 성공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선택한 결과’라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백만장자를 조사한 일본의 혼타 켄도 백만장자들의 10가지 특징 중 첫 번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라고 강조하니 말이다.  

 

, 이제 정리해보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지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소유적 인간이라면 어려울 확률이 높고 존재적 인간이라면 그 확률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산다면 밥벌이는 할 수 있을지 몰라고 성공은 어려울 것이다. 좋아하지 않은 일에서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혹 벤처럼 억대연봉을 받을 정도로 성공하더라도 매우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일을 감내해 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잘 하는 일’이다. 앞에서 말한 백만장자들처럼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의 공통분모가 경제적 성공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잘 하는 일이지만 좋아하지 않은 일이 있다. 그런 일을 흔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해서 숙달된 일이지만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을 일을 뜻한다.(벤의 변호사 일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잘 하는 일일 수 있다. 좋아하는 일에는 자연스럽게 시간과 노력을 더하게 되고 점점 더 그 일을 잘 할 수 있으니까.

 

결국 결론은 하나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것. 그것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벤은 앤드류 타벨이라는 이름으로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살며 다시 사진가의 삶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명이다. 계속되는 거절에 의기소침해 있는 벤에게 앤이 말한다. “다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어.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으니까. 재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당신도 앤의 말에 기운을 내보시길.

 

필자 재키제동은 15년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서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IP *.143.156.7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