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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4일 08시 58분 등록

생전의 아버지는 원리와 원칙, 도덕에 충실했다. 그래서 융통성이 없다는 예기도 많이 들었다.

한번은 어머니 친척 부부 동반 친목회에 따라 간 적이 있었다. 큰 이모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술이 나왔다. 몇 잔의 술이 들어가자 작은 이모부가 흡연 욕구를 참다 못했는지 담배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순간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아버지가 정색을 하며 이 사람이,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떡하나, 피고 싶으면 밖에 나가 피우고 돌아오게. 왜 여러 사람한테 피해를 주나하며 면박을 주었다. 일순간 흥겨웠던 분위기가 싹 가셨다. 분하고 억울했는지 작은 이모부는 형님,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도 환갑을 넘은 지 한 참 지났는데 담배 한 대 피웠다고 그렇게 심하게 나무라십니까? “ 하며 목에 힘줄을 세웠다. 아버지 또한 가만있지 않았다. “! ,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 주위에서 그만하라며 진정시켜 더 이상 험악한 분위기까지 가진 않았지만 그날 친목회는 흥이 깨지고 말았다.

 

또 한번은 아버지와 함께 이발소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피우던 담배를 그 자리에서 버렸다. 아버지는 그 사람을 불러 세워 왜 담배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냐? 당장 주워 쓰레기 통에 버려 하며 역정을 내었다. 그 사람은 어이가 없는지 할아버지,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어요, 왜 다짜고짜 반말을 해요? “ 하며 씩씩거렸다. 나는 미안하고 무안해 그 사람한테 그냥 빨리 가라며 사태(?)를 수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무안해 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가 한 말이 그렇게 경우에 어긋나고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 가.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를 두고 융통성이 없다고 한다. 

 

일주일 전인가 도서관 인근 주차장에 전면 주차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주차에 있던 차 뒷 범퍼를 살짝 스치며 10센티 가량 긁어 버렸다. 그렇게 새 차도 아니었다. 무인 카메라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었다. 낮이긴 하지만 추운 겨울이라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냥 무시하고 다른 곳에 주차하고 갈까 말까를 한참 동안 고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들처럼 교통에 방해가 되든 말든, 도로 길가 한 쪽에 주차를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하며 후회했다. 주말에 교통 단속을 할 경우는 많지 않았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결국 차주한테 연락하고 말았다.

 

보험영업 하는 한 초등학교 여자 동창이 있다. 한때 자주 연락을 해왔지만 언제부터인지 연락을 끊었다. 흔한 자동차 보험이라도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료와 장단점을 비교하고 궁금한 점을 물으니 좀 짜증이 났나 보다. 동창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실망을 했나 보다. 물론 가격과 조건상에 큰 차이가 없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내가 원칙을 따지고 인정머리 없는 동창으로 한동안 입방아에 오르내렸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들었다.     

 

어떤 상황 또는 사건을 만나면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고 의사를 표현한다. 가치관의 의미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가는 시대에 따라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변한다. , 죽음, 사랑, 결혼, 여성, 종교, 성공, 도덕 등을 바라보는 가치관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영혼을 타락시키지 않고 삶을 지배하는 삶의 원리와 원칙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직도 그것을 찾지 못해 오늘도 헤 메고 고민하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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