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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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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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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3일 18시 50분 등록

삼척에 왔어요. 삼척과 강릉 사이를 운행하는 바다열차를 타려고 남편과 같이 왔어요. 의자가 무궁화호처럼 앞뒤 방향이 아니라 바다를 정면으로 있게 설계된 열차입니다. 좋은 경치에는 술이 필요합니다. 봄날 벚나무와 달빛 아래를 걸을 때와 같죠. 카페 칸에 냉큼 건너 가서 맥주를 사왔어요. 빛깔 고운 바다가 나올 때마다 둘이서 홀짝거렸어요.

 

삼척은 막내 동생이 1 전부터 일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동생은 저하고 차이입니다. 막내가 태어나던 새벽에 아버지는 광산에 밤일을 나가고 안계셨어요. 만근을 해야 수당이 나오거든요. 증조할머니는 이미 여든일곱 노인이셨어요. 엄마가 나를 다급히 흔들어 깨웠습니다. 느티나무 앞에 살고 있는 골목 고모를 모셔오라는 겁니다. 나와 연년생 동생은 새벽녘 마을길을 전력질주했어요. 대문 밖에서 아지매요, 아지매요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어요. 담을 타넘어가 마루문을 세게 흔들었어요. 우리 엄마가 아프대요, 애기 낳는다고 얼른 오시래요. 얼른요 그랬습니다. 막내가 이제는 저하고 같이 나이 드는 사람이 되었어요. 낯선 도시에 살게 동생은 출장이 많아서 하루 300 킬로 이상을 운전합니다. 생신이나 명절에 집에 생선을 옵니다. 주말에 배를 얻어 타고 바다 낚시를 따라간다 하더군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했습니다. 퇴근한 막내를 기다려 삼척항에 갔어요. 우리는 가자미회와 도루묵찜을 시켜놓고 소주를 마셨어요. 동생이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러 오는 식당이었어요. 지금은 터미널 숙소입니다. 동생의 원룸이 바로 보이는 온천호텔까지 갔다가 콜택시를 불러 타고 왔어요. 방값에 놀랬구요 동생이 갑작스런 발령으로 달세방을 1 살았던 모텔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는 강미영씨 <플레이> 책을 넣어왔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책이었어요. 그녀가 제안하는 대로 하루나 1 2 정도의 여행은 작은 가방 하나만 준비해두면 언제든 떠날 있는 같습니다. 우리 학부모님 중에 분은 장애를 가진 딸아이가 소풍 즐기길 원하셨어요. 분이 방법도 비슷합니다. 꽃무늬가 그려진 소풍 가방을 따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소풍 날마다 가방을 메어 보냅니다. 아이는 가방을 꺼내는 순간부터 눈치를 챕니다. 그리고 즐거워집니다.  엄마가 만든 주먹밥을 넣어서 학교에 때는 이미 기분이 훨훨 펄럭입니다. 나도 가방 하나 만들어야겠네요.

 

아내와 함께 청량리에서 침대칸 기차를 타고 삼척에 와서 낮에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를 곁들여 회를 한접시 먹고, 동굴을 보고, 해산물시장에서 말린 가자미 봉지를 사서 하나는 어머니 드리려고 샀다는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읽을 동했습니다. 이 구절이 어느 책에 있었는 지 모르겠어요삼척처럼 이름 낯선 바닷가 도시, 침대칸 열차, , 하루여행이 향신료처럼 풍겼어요. 흉내내고 싶었어요. 부부가 같이 오스트리아 눈 덮인 산록을 보고, 눈 내린 북한산에서 컵라면을 먹고, 여름에 상추쌈을 싸먹고 바위 앞에서 한잠 잤다는 거 이런 것도 해 보고 싶어요.

 

날이 밝으면 동생을 불러서 곰치국을 먹고 우리는 헬맷을 쓰고 동굴탐사를 갔다가 오징어든 가자미든 말린 생선 꾸러미를 들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겁니다. 우리에게도 아직 생선을 갖다 드릴 어머님들이 계십니다.

 

삼척은 수학의 정석에 나오는 것 같은 예제입니다. 일상의 황홀을 누리며 살았던 이가 출제했어요. 내 앞에는 수많은 하루들이 있습니다. 그게 혼자서 풀어갈 실전 문제입니다. 나의 하루도 누군가가 그리 살고 싶어지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돌아보며 웃음 띠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있으면 그럴까요? 사랑이 있으면 그럴까요? 자신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면? 산책길에서 벚나무 몽오리를 쳐다보느라 고개를 하늘로 꺽으며 걸었어요. 볕 좋은 자리 나무는 더 부풀었어요. 참 좋은 계절입니다. 강녕하시기를요.

 

일상의 끈을 놓치지 말 것, 그것이 현실이니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 그것이 실천으로서의 변화니까

하루를 잘 보낼 것, 그것이 삶이니까

하루 속에서 늘 나의 삶을 건져낼 것, 그리하여 를 완성할 것

,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은총이니 단지 간절함으로 기원할 것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시작했던 그때로 돌아갈 것, 아무것도 아니었던 때. 신인이었던 때로 돌아갈 것. 늘 신인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단지 자신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슬퍼할 것 (구본형 <일상의 황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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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0:45:55 *.209.223.59

가족이라는 인연과 일상이라는 여행이 겹파도처럼 출렁이는데

머지않은 날에 콩두의 동선을 따라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정경이 충분히 매혹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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