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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만나는 일 중의 많은 것들은 답을 찾을 수 없는 게 꽤 많습니다. 누구도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기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반면에 다른 많은 것들은 이미 답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제법 많은 것들의 답을 알고 살아갑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시간을 아껴야 한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시련이 꽃을 피운다… 이런 명확한 답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문제는 답은 답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이지요. 알고 있는 답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답은 알고 있는데 참 허망한 노릇입니다.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답이기 때문이지요. 알고는 있으나 거기까지 닿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지니고 있는 것을 모두 던져 버리고 알고 있는 대로 뛰어들 용기는 한참이나 부족합니다. 이제껏 간신히 얻은 것들조차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또 얼마나 큰가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한참을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기웃거립니다. 살고 있는 현실과 살고 싶은 답 사이에서 깊은 갈등에 빠지고 맙니다. 답은 현실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괴로움은 더 커진다는 것. 아는 것의 아이러니입니다.
처음부터 모르는 게 약이었을까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산다면 어떨까요. 처해있는 현실과 가서 닿고 싶은 답 사이에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시시때때로 빚어지는 마음속의 갈등 역시 없었겠지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 딱 맞습니다. 그러니 아예 모르는 게 살기에 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모르는 게 나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알아야 합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달리 보게 되고, 더 나은 나를 향해 움직이고, 진정 가고 싶은 곳으로 나아갑니다. 알아야 삶이 변화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니까요. 안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잘못된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게 병, 그것 역시 맞는 말입니다.
안타깝지만, 답은 알아버렸습니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알아버렸으니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결국 고민과 고통의 길에 들어선 것이지요. 적잖은 아픔이지만 그런 아픔정도는 끌어안아 볼만 합니다. 현실과 답 사이에 간극이 없는 삶은 없습니다. 그 사이에서 만나는 괴로움은 고통이 아니라 진화입니다. 지금 이런저런 삶의 문제로 괴로운가요. 삶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나요. 삶이 살찌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한 뼘씩 삶은 키가 큽니다. 그 키가 얼마나 크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본인만 알 수밖에요.
‘죽지 않고 새로워지는 것은 없다. 죽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없는 것이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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