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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2일 13시 08분 등록

 

지난 주 구본형 선생님 1주년 추모식 후 간단한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연구원 한 분이 한주 한편 컬럼쓰기 모임에 동참을 제안했다.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이전엔 그런 제안을 완곡히 거절하곤 했는데, 이번엔 그냥 하자고 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글을 쓰나? 책을 쓰기 위해서? 생각하기 위해? 공부하기 위해?

 

글을 쓰는 첫번째 이유는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머리 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일어나는데 기록을 통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는 건 어렵다. 또 생각이란게 항상 변하기 마련이어서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자기 생각이 어떤 건지도 분명히 알기 힘들다. 많은 생각들로 머리 속이 헝크러져 있으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정리된 생각이라야 자기 생각이라 할 수 있고, 그런 생각의 모임이 곧 자기 자신이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생각과 정리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겠다.

 

글을 쓰는 두번째 이유는 나를 알리기 위해서다. 나의 생각을 알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소... 라고... 알리는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글쓰기를 통해 나눔의 기쁨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맹탕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면 무시당하거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쉽지 않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책을 내는 것은 공격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글쓰기의 즐거움, 창작의 즐거움일 게다. 아주 가끔 옛날에 썼던 글들을 읽어 볼 때가 있다. 옛 추억을 정리한 글, 구성이나 표현력이 괜찮아 보이는 글들을 몇 꼭지 읽다보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창작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즐거움와 괴로움 중 어떤 것이 더 큰지 모르겠다.  즐거움이나 고통을 느낄 만큼 자주 많이 써보질 못해서.....

 

연구원 과정을 수료한지 수년이 지났는데, 난 그동안 왜 글을 쓰지 않았던 걸까?

잘써야한다는 욕심 때문이 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읽을 만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게다. 그런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공을 들였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게으름' 으로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헌데 얼마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리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가? 그걸 정체성, 가치관, 인생철학... 무어라 부르던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나?  그걸 정리해 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었나?   살아가는데 이런 것이 없으면, 외부의 영향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자신감도 없어진다. 어떤 때는 이런 것이 부족해 혼돈되고, 사는게 재미 없어진다. 필요 이상으로 고단하고 힘들게 느껴진다. 나는 삶이 흔들리고, 재미 없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책읽기에서 위안을 찾곤 했다. 하지만 읽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는 몇 년 세월을 보냈다. 

 

정리되지 않은 가치관, 철학으로는 쉬 흔들리고, 불안할 수 있다. 은퇴를 얼마 않남긴 상황에서, 내가 신경써야 할 중요한 준비 중 하나가 중년의 가치관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보련다.

 

무엇에 대해서 쓸까?  중년 이후를 살면서 생각해 봐야 할 주제들에 대해 정리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1년간 50여개의 주제에 대해 정리하고 피드백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내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쓸까? 내 생각을 정리하되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간간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옳은 것 만은 아니다. 이미 중년을 살고 있고,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과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을 사는 데 정답이 있지 않은 것 처럼 나와 다른 견해를 갖는 사람의 생각도 정리해 보면 재미나지 않을까?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를 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앞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헌데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해 글쓰기를 잊고 살았다.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이 컬럼을 쓰려고 생각을 정리한 때문이니, 이것이 바로 글을 쓰는 이로움이구나.

 

쓰다보니 마치 글쓰기 대장정의 출사표를 쓰는 것 처럼 거창해 진 것 같다. 그냥 재미삼아 쓰면서 나를 정리하는 공부의 기회로 삼아보면 좋겠다. 

IP *.97.3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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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13:28:39 *.94.164.18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는 비슷한가봐요.

선배님의 순위에 저의 이유가 다 들어가 있네요.


제가 좋아하는 피터드러커가 저런 말을 했군요.

많이 써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드는 생각은

글을 쓸 때, 벗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잘 벗는 자가 잘 쓸 수 있다.....이제부터 더 맹렬하게 연습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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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13:52:48 *.113.77.122

출사표 던지신것 축하드려요!

역시 선배님들의 글이 후배 연구원들한테 뼈와 살이 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들 중년의 문턱을 넘어가야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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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4 14:53:37 *.153.23.18

정산선배님 글을 읽는데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아요.^^

 

1주기 추모행사 마치고 식사할 때

늦게 참석하셨던 꿈벗님께 일부러 술을 가지고 오시는 모습 보면서 고맙고 든든하고 그랬습니다.

막 재용과 의기투합했고요, 짝궁을 바꿔서 이야기를 한 거였어요. 

"그러지 뭐" 대수롭지 않게 말씀해 주셨지요. 기뻤습니다.

 

어제 한강 옆 길을 버스타고 지났어요.

열을 지어 새 떼들이 날으고 있었어요.

어릴 때 본 만화영화 <닐스의 모험>에는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 기러기가 나왔어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든든하고 마음이 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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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21:07:25 *.7.56.47
페이스메이커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완주한 형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박수, 미리 칩니다. 짝짝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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