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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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3일 09시 11분 등록

* 좌충우돌 미완성에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 기획안입니다. '이게 과연 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레 첫 발을 디딥니다. 남들이 보이기 여전히 불안불안한 걸음마단계이지만 이 첫 발을 디디지 못한다면 더 이상 걸을 수도, 뛸 수도... 그래서 결국 비상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지금의 부끄러움을 압도하기에 이렇게 올립니다.

기획안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향후 있을 일정에 맞춰 계속 고민하고 수정을 거듭할 생각입니다. 동시에 이 책을 내가 '왜' 써야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또 묻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질책해주시고, 지적해주십시요. 기획안에 대한 아이디어, 수정 보완사항 댓글 또는 문자 보내주십시요. '이런 말 하면 기분 나쁘게 생각할까....'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해주십시요. 여러분들의 의견은 제 첫 책의 피와 살이 될 것 같습니다. ^^

 

 

1. 책의 핵심 키워드

일상의 순간들, 일상의 생각들. 그 안의 나 ( 일상, 생각, )

 

2. 가제와 부제

생각 주워담기 – “ 내 삶은 버릴 게 없다

서른 다섯의 생각 주워담기 남은 인생 답게 살기 위한 일상 부여잡기

 

3. 책의 분류

자기계발 / 에세이(산문)

 

4. 책의 컨셉(개요)

하루하루가 여유없이 흘러가는 요즘이다.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걱정하고 대학생들은 입사를 고민하고 직장인들은 퇴직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시대. 사람들은 주변에 눈돌릴 틈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렇게 쉴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순간들. 문득 그런 시간과 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내 삶 속에 내가 있는지도 불분명해졌다. 이 책은 그러한 아쉬움과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흘러가는 삶 속에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를 붙잡는다면 나답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서 시작되었다.

-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
-
읽기 쉬운 글

-
편안한 글

-
일상이 소재인 글

-
그 안에서 공감을 얻고 소소한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다.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약간의 공감과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5. 작가 소개

직장생활 10년차인 평범한 직장인. 자신의 삶 속에서 조차 언제나 주변인으로 맴돌았던 30대 후반의 남자. 문득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고, 그렇게 ‘책과 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른 중반에 시작한 ‘나답게 살기’의 터닝포인트로 ‘책쓰기’를 택했다. 책과 글을 통해 자신의 삶에 소소한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자신이 쓴 글을 통해 그 누군가의 삶의 색채도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남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전히 직장인이다.

 

6. 예상독자층

단조로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나답게 살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

지나간 (또는 흘러간) 삶이 아쉬운 사람들

20
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장 남녀

 

7. 책의 목차

< 목차1 >

시작하며 : 일상 바라보기 -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개인적인 글을 쓰기에 앞서

 

1) 일상 속의 나

안개 낀 아침, 안개 낀 인생

주변인으로 살아가기

페르소나 : 아빠, 직장인, 아들, 남편, 그리고 나

진급누락

열등감 : 우리 회사 건물엔 변호사들이 많다

역마살 : 설레임과 불안함 사이의 줄타기

교착상태 : 우리가 변해야 하는 이유

변한다는 것

 

2) 버려진 생각, 주워담기

생각 주워담기

열심히 산다는 것 (꼭지글 1)

사진의 딜레마 - 기록하거나 혹은 느끼거나

홀로된다는 것

원 플러스 원마케팅에 당하다 (꼭지글 2)

생각이 너무 많아?

우울하다는 것

를 잃어버린 우리들의 삶

초단기 일상여행 - 1시간의 점심여행

때론 우산이 없어도 괜찮아

말도 땀을 흘리더라

송차장과 싸우다 듣는다는 것

삶이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

혼자 영화보기

적극성, 애정의 법칙

호연지기

의도적 능동성

WHAT / HOW 보다는 WHY

삼차원의 출근길 시각 달리하기

한 발짝 뒤에서 본 일상이 재미있어졌다

생의 간결함을  추구하자

 

3) 시간여행. 그 속의 나

당신의 삶에 시간여행이 필요한 이유

로또가 된다면

하얀 가운 입은 이발사. 아버지

즐거운 상상 : 미래 들여다보기

 

4) 일상의 불쏘시개 : 스승, , 글쓰기

: 녀석, 내 인생에 들어오다

글쓰기 : 가장 능동적인 행동

스승1 : 서른 한살에 만난 소중한 인연

스승2 : 그의 손을 잡다

 

5. 다시 일상, 그 속의

,,면이 만나 공간이 되다 인생이란 이런 것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생이란 이런 것 2

라바(Larva) 를 보다 : 내 꽃도 한 번은 피리라

나를 찾는다는 것

죽음은 생명을 낳는다 : 태백산 천제단을 오르며…… (꼭지글3)

우리의 일상을 축제로 만들자

박하향의 새벽공기 다시 시작

 

마치며 : 남은 인생 나답게 살기

 

 

8.   

‘ 70년대 후반, 속초 중앙동 서낭당집의 8남매 중 장남의 아들로 태어났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지극히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 12년의 남다를 것 없는 정규교육을 받았고, 수능시험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갔다. 이후 적성이 맞지 않아,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해 학교와 전공을 바꿨다. 뒤늦게 서울로 올라와 대학교육을 마쳤다. 대학교육의 첫째 목표도 취업이요, 둘째 목표도 취업이 되어버린 요즘의 대학생들처럼, 나 또한 경제적 독립이 최우선이었다. 운좋게 어찌어찌 취업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고,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

7줄로 요약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생, 이것이 내 인생이다.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했고, 먹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취직을 했다. 밥벌이를 위해 10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나의 가슴팍에 꽃혔다.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딜까?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난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른 중반에 돌아본 나의 삶은 너무나 흐릿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난 시간들과 그에 대한 기억들은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잘 보이지 않고, 잘 기억나질 않았다. 10, 20년 전의 기억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직장생활 10년이 가까워지는데 그 안에서 살아온 시간들 조차 제대로 기억나질 않았다. 10년동안 한 분야에서 일하면 전문가라는데, 나 자신을 그렇게 보자니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인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내 삶인데도 흐릿하다. 내 삶 속에 내가 있기나 했던 것일까?’ 예전부터 스스로를 단기기억상실증 환자라 부를 정도로 지난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작은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집중하고 그 외의 것들에는 별 다른 주의를 주지 않았다. 순간에 집중하는 편이었지만 그 시간이 지나가면, 순간의 삶들은 ~’ 공중으로 증발되어 버렸다. 열심히 살았지만 깊이 있게 살진 않았다. 열심히 살았지만 치열하게 살진 않았다. 이또한 삶이 주어진 대로 살아온 것일까.

내 삶은 수많은 색채들로 알록달록 수놓아져 있지만 나는 오로지 저 멀리 보이는 작고 검은 한 점을 응시하며 달려온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외의 것들은 그저 휙휙 지나가는 주변의 잊혀진 풍경에 불과했고 그들의 선명한 색채도 내 눈엔 흐릿하게 보였다. 그렇게 휙휙 지나가버린 내 삶이 아깝게 느껴졌다. 지나간 시간들이 아쉬웠고, 잊혀진 기억들이 아까웠다. ‘버려진 생각들, 기억들 속에 내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나의 삶이었고, 내 삶엔 버릴 것이 없었을텐데…….’ 나는 그것을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덧없이 흘러간 삶을 되돌리고 싶었다. 버려진 순간과 생각들을 다시 주워담고 싶었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들을 어찌할 수 없다. 대신 지금 당장 내가 맞이해야 할 시간과 순간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붙잡자 다짐했다. ‘가 없는 내 삶속에서 를 발견하기로 했다. 일상을 들여다보고 두터운 화장 더께 아래 자리잡은 일상의 민낯을 바라보고자 했다. ‘일상 들여다보기을 통해 란 사람을 조금 더 가깝게 보고 더 자세히 알 수 있기를 바랬다.

일상 들여다보기(생각 주워담기)’ 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일상의 순간 순간이 소중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출근길이 초단기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는 짧은 시간이 깨달음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매일 부딪히고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직장 상사도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면 생각치 못한 연민이 생기기도 하고 이 또한 소중한 인연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상사는 싫다. 상사는 악랄하다와 같은 (어찌보면) 편협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일상 들여다보기는 그저 귀찮아서, 싫어서, 시간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버려져도 되었던 가치들을 버릴 필요가 없는 소중한 것들로 탈바꿈시킨다. 약간의 노력을 가지고 돌을 황금을로 바꾸는 연금술과 같은 것이다. 둘째, ‘를 발견할 수 있다. 일상 들여다보기는 나를 와 조금 더 친해지게 만든다. 참으로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이다. 1등이 인정받는 시대,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살만하고 일류기업에 들어가야 살만하고 임원이 되어야 살만하고, 정년까지 일해야 노후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회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이런 사회보편적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그게 옳은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할 것만 하고 보아야 할 것만 본다. ‘성공을 위해 살면 그 외의 대부분의 것들은 효율이란 이름하에 가지치기 당한다. 그리고 그러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나다움을 잃어간다. 일상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고 정리한다는 것은 이런 잃어버린 나를 찾게 해준다.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를 조금씩 알아가며 와 친해지고, 결국 나다움을 되찾게 해준다.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나답게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3년여에 걸친 시간과 그 속의 순간들을 바라보며 이를 정리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 연습은 이라는 형태로 이 책 속에 자리잡고 있다. 비록 이란 이름으로 한데 모인 글들이지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것들이다. 나 또한 내 삶 속에서 잃어버린 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는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주관적이고 사적인 글이 독자들의 주관과 맞물린 그 교집합에서 작은 보편성을 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인간은 제각기 하나의 별이다. 소우주이다. ‘라는 작은 우주가 사회또는 타인또는 성공이라는 이름에 묻히지 않길 바란다. 자신의 일상을 보여지는 것에서 한 겹 더 들어가 바라보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는 분명 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9. 꼭지글 (2)

 

꼭지글 1)  열심히 산다는 것

Y를 만났다. Y는 초등학교(그 때 당시에는 국민학교로 불렸다) 6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로 반장이었다.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하고 선한 미소를 지닌 세탁소집 아들. 친구들에게 언제나 친절했고 모범적이었으며 공부를 잘했던 녀석. 녀석과는 같은 반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친구 S와 함께 4학년때부터 같은 주산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Y S 그리고 나 세 명은 소위 삼총사를 이루며 친하게 지냈다.

그런 Y를 만났다. 무려 20여년만이었지만 Y는 여전했다.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음직한 20년이란긴 시간이 흘렀지만 녀석은 자신의 전매특허 격인 선한 미소를 날리며 나를 반겼다. 이제 직장인이 되어버린 우리는 으레 그렇듯 각자의 명함을 주고받았다. Y의 명함에는 이렇게 찍혀있었다. ‘특허법인 땡땡, 변리사 Y’. 역시 Y였다. Y는 서울 유수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공부까지 한 뒤 대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대기업문화와 여건이 만족스럽지 못해 사표를 내고 신림동으로 들어가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운좋게(?? 녀석의 표현에 따르면) 2년만에 합격했다. 역시 어린 시절 공부 잘 하던 모범생 Y였다.

하지만, 대화 도중 나온 Y의 말은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자신은 얼마 전 방통대 법학과를 졸업했다고, 그리고 내년에는 일어일문학을 전공할 예정이라고…….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직종에 몸담고 있는데 무슨 공부를 그렇게 더 하려 하냐고, 그만해도 되지 않냐고 반문하자 Y가 이렇게 얘기했다. 일단 자신이 일하는 업계 사람들의 소위 말하는 스펙이 장난이 아니고 – SKY를 비롯, 대학원, 해외 유학파 등등 자신은 일본클라이언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를 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녀석은 또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선배들이 말하길,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공부는 적당히 하고 오히려 사람관계를 잘 다져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영업을 잘하라는 것이다. 실무능력은 특출나게 좋지 않은 이상 거기서 거기이지만, 나중에 크게 되려면(파트너가 되려면) 결국 자신만의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업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 넘어 산이다. 조용하고 착하지만 그리 외향적이지 못한 Y의 또 다른 고민이었다. 연봉이 높아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꽤나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고,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열심히 하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잘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의학을 전공했지만 백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창립한 CEO이었고, 한 때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는 대학교수였으며 지금은 현실정치에 뛰어 들어 만만치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멘토 안철수는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넓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생활 태도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인 것 같다.”

또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4’에서 이런 장면이 있다. 잘나가는 대학야구 투수인 칠봉이 그리고 그와 함께 옵션으로 들어와 만년 후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 친구는 현실의 격차 때문인지 칠봉이를 질투하고 싫어한다. 그리고 실수로 칠봉이의 다리를 다치게 하는 등 칠봉이에게 모질게 구는 그를 보고 칠봉이 마누라(투수 칠봉이와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포수를 이렇게 칭한다)는 이렇게 말한다.

칠봉이가 언제부터 주전이었냐? 그 녀석 고1까지는 만년 후보였다. 그런데, 그 녀석 묵묵히 훈련하더라. 제일 먼저 일어나 런닝 1시간, 오후 훈련 끝나면 혼자 쉐도우 500, 그 훈련은 국민학교 3학년때부터 했어. 처음 야구 시작한 때부터 하루도 안 빼고. 독하지. 나도 그렇게 독한 놈 처음 봤어. ‘쟤는 참 노력하는데 안 된다. 역시 야구는 타고나야 되나했거든.

근데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잘 하더라. 남들은 타고 난 줄 알지. 기사 보니까 천재라고도 하고.

칠봉이 엄청 열심히 했어. 너 걔만큼 했어? 칠봉이 만큼 했냐고.”

 

주전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칠봉이의 실력이 단순히 타고난 게 아닌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는 명쾌한 장면이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무언가 목표한 바를 위해 순간 순간을,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언급되지 않은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 나다운 것을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다. 칠봉이는 하루하루 피땀흘리며 열심히 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그가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 Y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 부럽다고 하여 내가 방통대 법학과에 들어가고 일어를 공부하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인가? 아니다. 이는 그저 남들 하니까 나도 하는 맹목적인 행위이며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변리사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령 변리사가 된다 한들 그 직업이 나에게 딱 맞는 옷인지도 불분명하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습이 제대로 된 의미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것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는가? 한 번쯤은 돌이켜보고 묻고 답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정신 없이열심히 살기 보단 정신 있게열심히 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꼭지글 2) ‘원 플러스 원쿠폰에 당하다

출근길 회사로 가기 전에 유명커피전문점을 갔다. 왜냐하면 오늘은 원두커피 원플러스 원 이벤트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 이 원 플러스 원 쿠폰은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아니었을 뿐더러, 고급원두라는 이유로 보통 마시는 커피보다 일이천원이 더 비싼 아주 쓰디 쓴 커피였기 때문이다. – 난 사실 달달한 커피를 좋아한다.

그런데 얼마 전 매장에 들렸을 때, 직원이 말을 건냈다. ‘쿠폰 있으신 거 알고 있으세요 ?’ 그 질문 한마디가 나의 욕심에 불을 지폈다. ‘공짜인데…. 고급커피인데….. 아침 일찍 가면 얼마 기다리지도 않고, 쿠폰을 사용할 수 있을거야…. 어차피 공짜인데 팀동료들과 나눠마시면 되겠지며칠 전까지는 필요도 없었던 당위들을 이리저리 가져다 붙인다. 한 번 마음 먹으면, 한 번 미련이 남으면 쉽사리 사리지지 않는 성격을 가진 나였다. 결국 그렇게 하게 된 나의 결심을 나는 행동으로 옮겼고, 평소보다 30분정도 이른 7시 반에 회사 앞 커피 전문점에 도착했다.

커피전문점엔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평소보다도 많았고 예상보다도 많았다. ‘이상하네……’ 줄을 서고 기다리는데 앞 선 사람들이 주문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원 플러스 원 쿠폰 사용할건데요….”, “원 플러스 원이요.”, “ 이 원 플러스 원 쿠폰 오늘까지이지요??”

..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원 플러스 원쿠폰의 유효기간의 마지막 날을 놓치지 않고, 쿠폰을 소진시키려는 사람들, 누군가 언급한 적 있는, 일을 미리미리 하는 조기 착수형이 아닌 마감이 닥쳐야 일을 하기 시작하는 임박 착수형의 사람들이었다. 아니, ‘원 플러스 원이라는 쿠폰, 일정 기한이 주어진 쿠폰 자체가 다분히 임박착수를 의도한 것일 테다.

쿠폰이 주워졌다. 비싸고 평소 즐기는게 아니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180도 바뀌기 까지는 몇 가지 요소만 있으면 되었다. ‘이건 거져 먹는 것이란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영업사원(, 직원) 과 이 세일은 앞으로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기한 이었다.

공짜를 좋아하고, 기한이 임박하면 자신의 결정에 흔들림을 보이는 사람의 심리는 교묘히 이용한 마케팅 기법의 승리였다. 나는 공짜이고 동료들과 함께 한 잔 할 수 있다는 선의마저도 교묘한 상술에 넘어간 결과가 아니라는 씁쓸함과 두잔의 커피를 안은 채 회사로 출근을 했다. 마케팅의 승리. 어리석은(?) 고객의 완패였다. 하하하마케팅과 심리학 좀 공부해둬야겠다.

 

P.S. 결과론 적인 이야기지만, 커피 한 잔의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팀동료들은 즐겁게 마셨고, 모과장 때문에 향좋은 모닝커피도 마신다고 은근히 즐거워했다. 그들이 즐거워함으로서 그들이 주워진 일을 잘 수행한다면 이 또한 나쁜 결과는 아니다. 결과가 이 정도면 된다면야 이는 윈윈게임이 아닌 윈윈윈 게임일지도 모른다. 커피 전문점과 팀동료와 팀을 이끌어 가는 나( 또는 회사) 가 함께 승리하는 윈윈윈게임’. 이건 일종의 세일즈 기법인가????

 

꼭지글3) 죽음은 생명을 낳는다 : 태백산 천제단을 오르며……

회사 창립 60주년이 코 앞이다. 지난 60년을 기념하고 다가올 내일을 조금 더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회사는 연일 분주하다. 임원진을 비롯해 직원들은 1분기 실적이 흑자이냐 아니냐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새로운 슬로건을 선정하고 창립기념일 행사를 준비하는 등 환갑을 맞이하는 회사는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흘러간다.

창립 6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주말에 태백산 천제단을 올랐다. 매년 창립기념일 즘엔 산에 오르거나 부서별로 체련 대회를 했지만 올해는 무박 2일 태백산 등산으로 정해졌다.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 위해 오르는 것이겠지. 그래도 무박2일 새벽산행은 좀…….’ 2년 전에도 경주에서 새벽산행을 했다. 태백산보다 덜 어려운 코스였는데도 꽤나 피곤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러한 연유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가지고 태백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금요일 밤 9시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다음 날 새벽 1시 즈음 산행의 입구인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약 1시간 반 가량 버스 안에서 취침을 취한 뒤 2 40분에 매표소 앞에서 집결하여 등반하기로 했다.

잠들었나 싶더니 벌써 2시 반. 버스에서 내려 맞이하는 산 새벽 공기가 쌀쌀했다. 생각보다 추워 손이 시릴 정도였다. 태백산 정상의 찬 공기를 버텨내기 위해 겹겹이 옷을 입었지만 손이 시릴 것을 대비해, 그리고 손을 보호 하기 위해 껴야 할 장갑은 챙겨오질 못했다. 등산을 잘 안 한다. 아니 아예 안 한다. 안 하니 잘 모르고 그러니 필수 장비를 챙길 리 만무했다. 등산복도 회사에서 지급해준 상의가 전부였고, 하의는 대형 아울렛에서 할인해서 팔고 있는 15,900원짜리 트레킹복, 일명 추리닝이라 불리는 것을 입고 갔다. 신발은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다. 평소 등산을 하지 않는 나에게 등산화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1년에 한번 있을 회사 산행을 위해 십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등산화를 구매하는 것은 나에게는 사치였다. 회사에서는 등산화를 권장했지만 나는 결국 운동화를 신고 가기로 맘 먹었다. 이런 나였으니 장갑을 챙겨가지 않은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태백산의 새벽공기는 상당히 차가웠고, 손이 시려도 너무 시렸다. 마침 산에 오르는 입구에 등산용품을 파는 가계가 있었다. 장갑을 구매하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가 장갑을 사려는데 얇고 후줄근해 보이는 장갑이 만원이란다. ‘이런 사기꾼들….’ 하지만 뭘 어쩌겠나.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아쉬운 놈이 사야지…….’ 울며 겨자 먹기로 장갑을 구매했다. 우리는 팀 단위로 움직였고 우리 팀은 총 9명이었다 - 곧 쉼터의 은은한 불빛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산에 오르는데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별 다른 각오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일정이었고 해야만 했기에 시작한 산행이었다. 하지만 삼십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나이에 책상에 앉아 있을 줄만 알았지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운동을 해본 지 오래됐다. ‘남자의 힘은 허벅지라는데 매년 정기점진 때면 1센티씩 줄어드는 허벅지 둘레 앞에서 좌절하는 입장인지라 약간의 걱정으로 시작한 산행이었다. 다행히 2주 전부터 조금씩 시작한 출퇴근길 지하철 계단 이용하기 덕분이었는지, 산행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오르는데 2시간 내려가는데 2시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그리고 험하지 않은 코스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홀로 맞이 하는 어둠의 새벽 산행이었다면 꽤나 무서웠겠지만, 팀 동료들과 함께 하였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귀신 얘기를 하자며 너스레를 떨고 분위기를 올리는 팀원들도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참여한 회사 등산이었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올라갔을까. 발 밑만 보던 나는 회사에서 지급한 랜턴으로 우리를 둘러싼 숲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즐비했다. 4월 이면 봄일 터인데, 자연은 여전히 한 겨울에 있는 듯 했다. 수많은 나무들이 우리가 오르는 길 양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지, 본래 나무들이 그 자리에 있었겠지. 그리고 그 자리를 사람이 지나다니고 조금 더 편하게 다니기 위해 길을 만들었겠지. 그렇게 우리는 나무의 보금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밀어 넣은 것이겠지.’ 뭣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길 양 옆을 빼곡히 채운 게 나무들이겠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게 다름 아닌 사람인 것이다.

랜턴으로 주변을 보는 나의 행동은 계속됐다. 양 옆을 돌아보니 숲 여기 저기에 검은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검은 구멍, 나무와 그 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어두운 공간들, 구멍들…… ‘어린 시절 즐겨봤던 [전설의 고향]에서는 저기 저 어두운 곳에 하얀 소복을 입고 흐느끼는 한 맺힌 처녀귀신이 자주 등장하곤 했는데……’ 은근슬쩍 등골이 오싹해졌다. 황급히 랜턴을 돌리고 하늘을 보았다. 수많은 나뭇가지가 우리가 지나는 길 위를 오묘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인간의 몸 이곳 저곳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의 모양과 비슷해 보였다. 우리 몸 이곳 저곳을 끝도 없이 둘러싸고 연결하고 있는 혈관들은 피를 품고 있다. 심장은 분당 60~80회씩 펌프질하고 이 때문에 피는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지구의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길이( 100,000km)의 혈관을 따라 온몸을 돌아다닐 수 있다. 인간은 그로 인해 살아갈 수 있다. 산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수 많은 나무들과 수많은 가지들. 수 많은 나무들과 이를 품고 있는 산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그 모습 뿐 아니라 기능에서도 실로 지구에 피를 운반하고 공급하는 혈관과 같은 존재 아닐까. 나는 나무와 혈관의 이런 오묘하고도 조금은 억지스러운 공통점을 떠올리며 산을 올랐다.

천제단 정상까지 오르는데 약 2시간 반이 걸렸다. 원래 2시간 코스였지만 앞에서 쉬이 올라가지 못하는 상사를 기다리느라 조금 늦어졌다. 정상에 도착했다. 천제단까지는 약 200~300미터 정도의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산을 오르니 문들 떠오른 기억, ‘이 곳에 와본 적이 있었구나. 그 때도 이 길을 걸었었지’. 중학생 때였는지 고등학생 때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수학여행으로 이곳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20여년 만에 다시 왔다. ‘10대 청소년이었던 녀석이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아저씨가 되어 이곳에 왔다니. 시간 참 빠르네.’ 느닷없이 찾아온 기억이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한 편으로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시간만 흐른 듯 해 씁쓸하기도 했다.

후발대로 올라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우리 팀은 천제단에 올라 단체 사진을 찍고 별도로 팀별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태백산 정상의 찬 바람에 노출된 몸은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태양이 떠올랐다. 하늘 가득 구름이 낀 날이라 일출은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조금 지난 시간, 흐린 구름 사이로 붉은 태양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었다. 언제나 그랬듯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는 마음이 경건하고도 진지해진다. 괜히 엄숙해지고 차분해진 마음에 무언가 소원이라도 빌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짧게나마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올 1년을 다짐했다. 한 참을 그렇게 바라본 뒤 정상을 내려왔다.

날이 밝았고, 기온도 올랐다. 그래서인지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한결 수월했다. 심적 여유도 생기고 어둠도 걷히니 어둠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였고, 들리지 않은 것들이 들렸다. 새들이 지저귐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순간 순간 사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때면 녀석들의 지저귐과 바람소리가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듯했다. 순간의 황홀함에 숲에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정해진 일정이 있었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닌 이상, 원하지 않아도 함께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은 그런 때였고, 그로 인한 아쉬움 적지 않았다.

다시금 나뭇가지들을 보였다. 어둠 속 랜턴불빛에 비친 나뭇가지들은 한 겨울의 앙상한 그것 인줄 알았는데, 새벽에 다시 본 나뭇가지 끝에서는 보일 듯 말듯한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마른 나뭇잎들이 떨어져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는 숲의 밑바닥에도 연녹색의 푸릇푸릇한 생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에 문외한인 나에게 녀석의 이름 알 길 없지만, 분명 봄이 왔음을 말하고 있었다.

문득 떠올랐다. ‘, 그날이구나

지난해 오늘, 나의 스승은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고 있었다. 봄꽃이 한창인 4월의 중간 그의 기일은 4 13일이다 그는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활짝 핀 벚꽃의 아름다움을 참으로 많이도 좋아했다던 그였는데, 아름다운 벚꽃이 한창이던 그 때 그는 세상을 떠났다. 1년이 흘렀다. 맘이 바빴는지 일상이 바빴는지 잠시 잠깐 이었지만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그 즈음 떠올랐다.

나뭇잎 자신의 몸이 썩어 문드러져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것처럼 어떤 이는 자신의 숭고하고도 올곧은 정신을 남겨, 남은 이들이 새로운 마음과 깨우침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 나의 스승도 그런 존재일 것이다. 비교적 짧은 생을 살다 간 그였지만, 그의 정신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이 새로운 삶의 살 수 있도록 선동하고 있다. 그의 죽음이 그나마도 덜 슬픈 이유는 이런 그의 정신과 그로 인한 희망들 때문 아닐까.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스승이라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처럼 그려지는 키팅 선생님 정도였다. 현실에서는 이렇다 할 스승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을 살았는데, 인생의 중간 즈음에서 그를 만났다. 스승이라고는 하지만 가르침은 그가 쓴 책에서 받았고 그와의 만남도 죽음을 목전에 둔 그의 눈을 바라보고 그의 손을 만진 몇분이 전부였다. 그는 나의 개인사를 알았지만 나는 그의 개인사를 알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 사이의 사적인 역사는 없었고 그로 인한 아쉬움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나는 책으로 그를 처음 만났다. 그의 글을 좋아했으며, 수년의 고민 끝에 그의 밑에서 수학하기 위해 그가 만든 사설 연구소의 연구원에 지원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아홉번째 연구원 중 한 명으로 뽑았다. 그의 제자로 뽑혔다는 소식에 뛸 듯 기뻤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나의 지원서를 읽고 자신의 제자로 선발했을 즈음에는 이미 그의 몸 전체에 암세포가 퍼져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새로운 정신을 가진 이들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그에게 개인적인 가르침과 사적인 언질 한 번 받아보지 못했지만, 내가 그를 스승으로 칭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그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년이 흘렀다.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시간은 무심하게도 아무 일 없는 듯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인생의 중반에 만난 스승 그리고 그의 기일 즈음에 만난 자연 나에게 말했다. 죽음은 생명을 낳는다고……

어느 덧 아침식사를 할 식당 앞에 도착했다. 두 시간에 걸쳐 내려왔다. 총 네 시간 반에 걸친 산행으로 운동화 밑창은 너덜너덜해졌고 두 다리는 힘이 풀린 듯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뭉쳐 있던 목 뒤 근육도 같이 풀린 듯 개운했다. 언제나 그랬듯 산에 오를 땐 이걸 왜 오르나싶다가도 내려올 땐 역시 잘 왔다란 생각이 들었다. 1년에 한 번 하는 등산, 이제는 조금 더 자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산을 오르고 산을 내려왔다. 헌 해가 가고 새 해가 왔다. 어제가 죽고 오늘이 태어났다. 죽음은 생명을 낳는다. 이렇게 죽고 새로 태어남을 반복하는 일상 속의 나 또한 하루하루 죽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길 바란다. 세포가 죽음과 삶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변하기를 바란다. 비록 짧은 산행이었지만 나의 묵은 정신은 죽고 새로운 정신이 태어났다. 나는 오늘 다시 태어났다.

 

10. 독자의 입장에서 본 이 책의 장단점

<장점>

1) 기성 작가, 유명인, 전문가의 글이 아닌 독자와 동등한 입장에 있는 평범한 직장인, 서른 중반 즈음의 남자가 쓴 글로 공감하기가 쉽다.

2) 가장 자연스러운 글을 지향하지만, 사이사이 인용되는 책의 구절영화들을 통해 책읽기의 즐거움이 또 다른 즐거움으로 이어질 여지를 남긴다.

 

<단점>

1) 책을 읽는 주된 이유는 즐거움(소설, 에세이) 또는 배움(전문서, 자기계발서)을 위해서 인데, 책과 글에 아무런 경력이 없는 무명 작가의 글이라 구매 매력도가 떨어진다.

2) 명확하고 분명한 목적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기호와 달리, ‘일상이라는 폭넓은 소재를 택함으로 인해 책의 방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보완점

1)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고 공감되고 깊이 있는 글로 승부를 해야 한다.

2) 블로그 운영을 통해 사전에 독자의 반응을 살펴 보아야 한다

 

11. 연락처 : 김대수 / 010-7613-9191 / icompany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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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4 17:42:45 *.131.5.196

그래. 쓰면서도 의문이 많이 들었을거야. 그래도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갈지 생각해보자. 더 깊은 사색으로 사람들과 공감대를 넓혀가거나 아니면, 좀 더 구체적인 일상의 주제를 정해서 좁혀가거나 혹은 특정연령층을 대상으로 쓰거나... 그런 의미에서 2기 경빈이의 '서른, 내꽃으로 피어라'를 한번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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