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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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은 아버지 기일이었습니다.
하루 전이었던 12일 토요일에 추모 미사와 추모회가 있었습니다. 미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절두산 성당에 가보니 아버지의 유골함을 덮고 있던 석판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이곳은 설, 추석, 본인의
기일에만 고인의 유골함을 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몇 안 되는 날 중 하루입니다. 날씨도 따뜻했고 제단 앞에 장식할 아름다운 꽃도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장례미사와 백일미사를 치러주신 신부님께서 1주기 미사도 맡아주셨습니다.
이번에도 강론은 모든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함께 했던 각자의 추억들을 맑게 닦아낼
수 있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맛있는 밥과 과일, 떡을 나눠
먹고는 살롱9로 향했습니다.
이미 자리가 절반쯤 차있었고,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음료들이
잔뜩 차려져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함께여서 아주 멋졌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에 걸쳐서
나눴고, 아주 특별한 밴드와 흥겹게 노래도 불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애써 준비해주신 덕택에 아주 멋진 축제가 완성되었습니다.
작년 4월 13일
저녁 7시 50분, 주치의가
사망선고를 했을 때 좋아했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다시는 듣지 못한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속에 촛불 같은 것이 하나 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막연한 이미지 같은 것으로 당시에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1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 촛불은 이런 연유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매일 새벽 4시에 문을 열고 침실을 나서면 늘 제가 마음 속으로 존경하던 삶의 본보기를 살아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스스로 그 삶을 살아내지 않으면 그 뒷모습을 보며 느꼈던 뿌듯함과 안도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들이 내게서 사라져버리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슴 속의 촛불은 그 그리움을 좇으라는 욕망과 추진력이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저는 이 그리움과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가족들과 서로에게 기대어 슬픔을 견디고, 지리산에 가서
단식을 하고, 아빠의 저서들을 읽고 또 읽고, 연구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빠가 늘 곁에서 지켜주심을 느끼고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사실 아버지는 늘 제 곁에 계셨고 제가 몰랐을 뿐이었습니다.
슬픔을 밝혀줄 촛불 하나 킬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이 사람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1년 뒤 4월이 돌아왔을 때
부끄럽거나 미안한 사람으로 남아있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잘 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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