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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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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5일 10시 35분 등록

, 예쁘다. 이 풀은 이름이 뭘까?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풀일까? 먹으면 어디에 좋을까? 이걸 떼로 재배하면 돈 좀 되려나? ... 상쾌하다. 상쾌해! 역시 숲은 피톤치드가 많은 공간이라 우리 몸에 좋은 곳이야.’ 사람들이 숲을 마주하는 시선의 대강이 이렇습니다.

 

숲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에 관심을 둡니다. 그 식물이나 동물, 버섯 등의 이름이 무엇인지, 관련된 생리·병리적 특징 따위는 무엇이 있는지를 주로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숲 생명체들에 대해 지식을 중심에 두고 접근하는 부류입니다. 일반인들은 보다 현실적인 욕구가 강합니다. 관상이나 식용, 혹은 약용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편이지요. 모두의 공통점은 숲 생명체들을 지식 혹은 자원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역사적 연원이 있습니다. 숲이 근대적 시공간을 통과하면서 오직 자원으로써의 지위로 굳어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계몽의 시대와 과학을 만나면서 숲은 인간보다 확연히 작은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두려움과 고마움의 대상으로서의 숲, 영성과 구복의 대상으로서의 숲, 성찰과 자기발견의 모멘텀이 흐르는 자연학교로서의 숲은 차츰 흐릿해졌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숲을 치유와 휴양, 체험학습의 대상 등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겨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볼 때 숲은 여전히 인간을 위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고도문명과 문화를 이룬 인간이 지구 생명체 중에서 아주 독특한 생명집단이라는 점에 나는 이견이 없습니다. 또한 인간은 거대 소비자로서 다양한 자원에 의존하여 살도록 설계된 생명체라는 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다른 생명 존재들과 물질, 에너지 등을 인간을 위한 자원으로 여겨온 인간중심적인 관점은 부족하고 위험하며 극복되어야 할 관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자연을 삶의 스승으로 삼는 사람에게 숲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넓은 학교입니다. 나의 경우 숲을 공부하고 느껴가던 중 제일 먼저 알아채게 된 것은 내가 왜 태어났는가 하는 오래된 의문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 그 비밀이 알고 싶었던 관심은 개울가의 풀과 나무, 심지어 하수구와 수채를 터전으로 태어나는 생명들의 삶으로 나의 시선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또한 자연히 책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삶에 대해 더 많은 것과 더 깊은 지점들을 알아채게 되었습니다.

 

불완전성을 숙명으로 안고 태어나는 모든 생명의 삶은 이내 자기극복의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풀 한 포기, 거미 한 마리에게서 느끼고 배웠습니다. 내가 삶은 자기극복의 과정이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학습의 결과도 선언도 아닙니다. 그것은 깊은 체험입니다. 깊은 체험이 얼마나 힘이 센지는 체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의 삶이 또한 홀로이면서 홀로일 수 없다는 것, 현재이면서 현재만일 수 없다는 것, 잔치이면서 분투일 수밖에 없다는 것, 빛이면서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 창조이면서 파괴일 수밖에 없다는 것, 나이면서 내가 아닌 지점이 있다는 것

 

숲을 단지 자원이나 과학의 대상을 넘어서 나와 대등한 생명들의 한 판 향연으로 마주하면 숲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삶의 비밀을 가르쳐 주는 시공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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