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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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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1일 10시 07분 등록

 

인스펙션! ‘검사’라는 뜻의 영어. 초등학교 때 만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결성된 친구들 모임 이름이다. 1994년 여름, 강릉 옥계 계곡으로 피서 갔다가, 우리 이름 하나 짓자 하여 만든 것. 그때 가져갔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밑면에 흰색 딱지가 붙어 있었다. 검사필, INSPECTION 등의 단어가 보였고, 우리는 영어를 선택했다. 명명의 이유가 유치한데, 그것으로도 여섯은 한껏 웃었다.

 

대학교 때까지 우리는 숱하게 만났다. 술값 저렴한 민속주점에서 술잔을 기울였고, 노래방에서 러닝셔츠를 찢어가며 노래를 불렀다. 여름이면 비진도로, 거제도로, 남해로, 김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께 빌린 승용차 하나에 여섯 명이 끼어 탄 적도 있었다. 바짝 붙어 앉았던 만큼이나 우리들의 우정도 세월과 함께 점점 진해졌다. 사회생활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한데, 우리 모두는 돈을 꽤나 주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거나(친구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나). 직장으로 인해 친구 중 넷이 고향을 떠나게 되면서, 여섯 명 모두 함께 만나는 횟수가 뜸해졌다. 둘이나 셋이서 만나는 일은 여전히 많았다. 여느 사회인들처럼, 학창 시절 친구와 소원해지는 일이 우리에겐 없었다. 우정은 여전했다. 다만 자녀까지 생기면서 전체 만남이 줄었을 뿐.

 

이변이 생겼다. 그날, 여섯 명 모두가 만난 것! 잠시나마, 우리는 한 방에 모였다. 서로 마음 속 이야기를 했다. 고마웠거나 미안했던 이야기, 사느라 바빠 나누지 못했던 중요한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울먹거리는 녀석도 있었다. 그때 밖에 있던 나는, 녀석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방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내가 찍었으니 여섯 모두를 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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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셨으니, 눈치 챘으리라. 여섯 모두 모이긴 했지만, 한 명은 영정 사진으로 참석한 것임을. 보신 대로다. 그날은 한 친구의 장례식 날이었다. 이렇게라도 여섯 모두가 모인 것은 십년도 더 오랜만의 일이다. 장례식 둘째 날 저녁부터 발인했던 다음날 오후까지 우리 여섯은 함께 움직였다. 납골당에 친구를 안치하고 나니, 다섯이 되었다. 하늘에서 가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그쳤다.

 

모두 함께한 날이 친구 장례식 날이라니! 실은 친구가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때, 또 한 번 전부 모이기도 했다. 하필이면 그날, 친구가 내내 의식이 없어 얘기를 못 나눴다. 이번 장례식을 통해, 여섯 모두가 시간 맞춰 만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무지 어려운 일도 아님을 절감했다. 이번처럼, 하루 월차를 내면 된다. 누군가는 장거리를 와야 하지만 이튿날 하루를 고생하면 되고. 가능한 일이다.

 

우리 문화는, 장례식으로 월차 내는 건 허용하지만 친구를 만나기 위한 월차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거짓 문화다. 소중한 일에 시간 내는 것을 돕지 않는 거짓 문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라면, 거짓 문화에 거스르더라도 지켜내야 한다. 무엇이 소중한가? 가족, 친구 그리고 꿈이 소중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 너무 늦게 깨닫지 말기를!

 

우정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생각한 대로 행동해야지. 언젠가 넷이 될 때,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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