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 조회 수 195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책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가 학교 가기 전까지는 TV도 없이 거실에 책장을 놓고 살았습니다.
아내가 전직 초등학교 사서인데다 그림책 모임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에 집에 그림책도 좀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개과천선 육아여행>의 저자 세니아빠처럼 일주일에 5~6번, 매일 평균 1시간 정도 꾸준히 읽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집에 가면 에너지가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을 때가 많으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잠자기 전에 아이는 꼭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꼭 그렇습니다.
아빠 목소리로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와서 일까요?
한 번 읽은 책도 또 읽어 달라하고, 한 권이 끝나면 또 한 권만을 외치며 잠을 미룹니다.
두 번, 세 번 읽어주다 내가 먼저 지쳐 곯아떨어지고 말지요.
아이는 아빠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많지는 않지만 읽어준 책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와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입니다.
우리의 옛이야기들을 모아서 웃긴 얘기, 무서운 얘기, 깨우침을 주는 얘기들을 펼쳐 보여줍니다.
몇 가지씩 골라 읽어주면서 나또한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에 살을 붙여 보기도 하고, 가족들이 누워서 이야기 이어가기를 하고,
떡 하나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호랑이의 뒷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며,
자유롭게 창작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무기랑 지네가 싸우면 누가 이겨?"
"호랑이랑 도깨비랑 싸우면 누가 이겨?"
라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아내와 나는 머리를 싸매고 이야기를 만들었죠.
이렇게 자유롭게 책을 읽은 이유는 이야기를 묶은 서정오 선생님의 서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대목도 빠뜨리지 않고 다 외울 수 있는 얘기는 거의 없습니다. 이야기를 달달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 대강 큰 줄거리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 아는 게 없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게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옛이야기입니다."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 이 점을 기억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몰라도 대충 꾸며서 옛이야기를 해도 좋다는 것.
그러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가 '일거리'가 아닌 '놀이'처럼 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가끔은...
책 읽어주는 시간이 놀이가 된다면 아빠에게도 휴식이 될 수 있겠지요.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고, 상상해 보고, 아이의 물음에 심각하게 고민해 보면서 세상일로 복잡한 마음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힘든 일이지만 한 번이라도 자유로운 창작의 시간을 가지며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책이란 무엇일까요?
‘클로에 르제’의 아름다운 그림책 <책이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책은 "우리의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신나는 모험을 하게 해 주며,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한 책은 세상에 있는 많은 비밀들을 알려 주고,
이따금 우리를 무섭게도 하며,
우리를 쑥쑥 자라게 해 줍니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책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것들을 잘 표현해 줍니다.
정말 그렇지 않나요? 책이란 참 좋은 친구죠?
거기다 책은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도구이기도 하고요.
아빠의 화려한 이야기 솜씨를 발휘 할 수도 있지요!
<중고서점에 헌책을 팔고 산 만화책을 읽고 있는 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