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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3일 19시 19분 등록

자전거 아저씨(남궁 문)_구달칼럼#32

 

아주 특이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그림 공부를 하면서 여러 차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이미 몇 권의 책들을 출간한 저자다. 자전거 여행, 스페인, 책 등 그와 공유할 수 있는 관심 코드가 눈에 띄자 그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일었다. 그를 검색해 보니 그는 산티아고길을 수 차례 걷고 계절별로 네댓 권의 그 길에 대한 책을 내 놓았는데, 특이 하게도 <자전거 여행기 1, 2>라는 국내 자전거 여행기가 저서 목록에 끼어 있었다. 이 책들을 보니 각 권당 600쪽이 넘는데다 6년 간의 여행 기록이 담겨있다 하니 그가 보통 자전거 마니아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화가-산티아고길-국내 자전거 여행이 잘 꿰어지지 않는 배치를 이루고 있어 그의 인생이 더욱 궁금해 졌다. 그는 <정상적인 생활>이란 제목의 자전 소설을 최근에 출간했는데, 그를 더욱 깊이 탐구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어 다행이었다.

 

미술을 전공하여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개인전도 여러 차례 열었으며, 나이도 만만치 않은 50대 화가 아저씨가 생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 단박 냄새가 난다. 이 아저씨에게도 역마의 냄새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선 길이 아니라 '해볼까?' 라는 단순한 출발이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를 한 바퀴 다 돌도록 이어졌고, 몇 년이 흐른 후 그 결과물이 ‘자전거아저씨’란 책으로 태어났다고 하니 분명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남궁 문이라고 하는 이 사람은, 즉흥성이 강하고 충동적이지만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실행력이 있었다. 무모하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을 테니, 이건 그의 강점이라 하겠다. 그러니 그는 항상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자였다. 화가라는 시공을 초월해서 행할 수 있는 그의 직업도 여행에 적격이다. 여행 중에 느끼거나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그의 그림 속에 녹여 낼 수도 있었다. 여로가 길어지면서 여행이 생활인지, 생활이 여행인지 헷갈리는 지점에 서곤 했지만, 그런 여행은 곧 그에게는 자유를 의미했다. 그는 무슨 목적과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더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즐겨 지도를 보다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여행을 하면서는 지도와 함께 살다시피 하는 그는 천생 남궁 삿갓이다.

 

그는 시장을 구경하기를 좋아하고 돼지 껍데기에 막걸리를 마시며 짖어대는 개에게 말을 걸만큼 순박하다. 자전거 옆에 한없이 지친 자신의 모습도 가감 없이 사진으로 드러낸다. 그는 진솔하다 못해 가끔은 민망할 정도로 속내를 까발린다. 그러며 그것이 자신이라고 말한다. 자전거 아저씨라는 말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친숙함, 순박함과 진솔함을 대변하는‘자전거 아저씨’는 낯선 여행지에서 그를 부르던 역시 낯선 사람들의 호칭이기도 했다

 

남궁 문에게 자전거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그는인생은 여행일 수도, 모험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미 다양한 여행으로 낯선 곳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을 그에게 온전히 자신의 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는 고행 같은 자전거 여행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그는 그것을 아직 우리 곁에 남아 따스함을 전하는 정()이라고 했다. 힘든 자전거 길을 가는 동안 불친절한 사람들로부터 속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 서운함을 떨치게 했던 것이 길가에서 얻어먹은 점심, 소주 한 잔, 과일 한 조각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정이었던 것이다. 그가 무모한 자전거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인심과 아직도 우리 땅 곳곳에 가득 담겨 있는 정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식의 무모한 여행을 떠나선 안 된다고…” 하는 그의 말은 당장 챙길 수 있는 채비만 가지고 떠나라.”로 들린다. 그의 안 된다는 말이 달콤한 유혹이 되는 것은 자전거로 만난 세상과의 교감()이 너무나 탐스러운 금단의 열매같이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그림은 또 어떤가? 여행기에서 군데군데 이토록 풍성한 저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화가 여행가의 또 하나의 커다란 매력이다. 특히 사진을 마치 그림처럼 포토샵 작업한 작품이나 크레파스로 그린 단순한 선들과 컬러를 통해 표현된 풍경 속에 자전거를 타고 날아가는 투명인간의 자유로움이 그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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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여행을 시작한 그의 동기가 참 와 닿는다. "내가 남들처럼 차가 있기를 하나, 그렇다고 비싼 교통비를 들여가며 여기저기 여행할 돈이 있기를 하나... 에이, 자전거라도 타고 떠나볼까?" 여기까지는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정작 실천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의 자전거 여행은 사실 여행이란 개념도 없었다. 단지 운동 삼아 날마다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식으로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던 그는 그저 이 동네를 벗어나 조금 멀리 나가 보자는 생각으로부터 발전된 것이다.

 

 처음에 그리움을 품고 군대 훈련 시절의 장소를 찾아 가는 것으로 시작 되었던 여행은 한 번 두 번 나가다 보니 처음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한 바퀴 정도는 돌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 점점 그 목표를 채우려고 추위와 고생도 무릅쓰고 싸돌아 다녔던 것 같아. 아니 그렇게 목표가 생기다 보니 기를 쓰고 다니게 된 것이지. 허긴 내가 좀 그렇긴 하다. 그렇게 그 동안 근 육 개월을 자전거 여행에 미쳐 지냈어.” 그의 말에서 느끼듯 뭐든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실행하면 새로운 목표가 계속 나타나 여행을 이끌고 가게 된다고 한다.

 

 물론 좋았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마냥 다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그렇게 돌아 다니다 보니 참 재미있었다.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했다. 정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이란 것이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다니면서 불평도 많이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재미는 물론, 내 인생에 활력소가 되어 준 것도 사실이다. 또 내 작품 세계에도 웬만큼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즉흥적으로 떠나 왔던 여행이다 보니 그만큼 짜릿한 쾌감과 보람도 컸다. 그리고 또 내 허전한 마음이 매번 뭔가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것 같은 행복을 느꼈다. 아무튼 한번 나갔다 올 때마다 나는 마치 떡시루에 한 켜 두 켜 쌀가루를 얹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내 세상이 뭔가 조금씩 채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에필로그에 담긴 자전거 여행에 대한 그의 결론이다. 힘들지만 이런 식의 자전거 여행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사람도 있다.

 

그가 6년간 여행하고도 아직도 자전거 여행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 까닭은 일상으로 돌아온 정착된 생활이 무언가 알맹이가 빠져 버린듯한 허전함 때문이란다. 해답은 그 힘들다며 그만 두었던 자전거 여행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도무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좀 즐기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좀 천천히, 굳이 정한 목적지까지 악착스레 가야 하는 그런 강박적인 여행 말고, 물 흐르듯 자연스런 여행을 꿈꾼다.

 

남궁 문이란 화가이자 자전거꾼인 인물의 매력은, 그가 비록 화가이지마는 밥을 먹고 숨을 쉬듯이 글쓰기를 생활화해 왔다는 것이다. 6개월의 여행에서 600페이지가 넘는 자전거 여행기 1권이 나왔고 그 후 56개월 동안 간헐적으로 마음이 동할 때마다 여행한 것이 2권으로 묶여져 나왔다. 어쨌던 일상에 글쓰기가 생활화 되어 있지 않으면 책 쓰기는 어렵게 된다. 자신의 하찮은 경험일수도 있는 자전거 여행 경험을 이렇듯 글과 사진, 그림이 연합된 작품으로 나온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의 저서가 있었기에 내가 그를 탐구하게 되고 그의 정수를 모아 나의 항로를 구축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연유로 저자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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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 23:26:46 *.222.10.47

"떡시루에 한 켜 두 켜 쌀가루를 얹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쌀가루를 채우고 팥가루를 얻고 다시 쌀가루를 채우고 팥가루를 얻었던 그리고 그 아래엔 무우로 구멍을 막았떤 떡찜통이 떠오릅니다. 뚜껑에 김빠진다고 반죽으로 막았던 그리고 면으로 덮어 김이 모락모락 나던 연탄불 위의 떡찜통.

 

하루하루가 떡시루에 한 켜 두 켜 쌀가루를 얹는 기분으로 산다는 것도 같습니다. 같이 한 덩어리 띄어 내 덥석 물어 먹으며 팥가루 떨어질까 고개를 뒤로 젖히던 그 시절의 떡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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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7 09:19:16 *.113.77.122

남궁문이 말한것이 마치 구달님 얘기한것 같아 마치 구달님을 보는 것 같아요 

50대에 시작한 자전거도 비슷하고 ~ 앞으로 일상에서 글쓰기 하실 구달님과도 비슷한것이 너무 많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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