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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08시 59분 등록

살아있는 언니들의 나라

 

참 바빴다. 지난 3일간, 그러니까 금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나의 일과는 얼마나 다이나믹 부산하였던가. 금요일에는 미친듯이 달려서 원고를 마감했다. 그래도 맘에 안 들어, 편집자에게 보내지 않고 일단 하루는 묵혀두자는 생각으로 저장을 해두었다. 그래도 여기서 조사 몇 개 바꾸는 정도 외의 수정은 내 성향 상 불가능할 것이다. 토요일에 놀러오는 친구와 어떻게든 맘 편히 놀아보겠다고 미친듯이 달려 완성한 글을 저장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제목만 보고 일단 끌렸다. 실은 미래의 트렌드를 보라는 의미에서 그의 책을 읽으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테지만, 나는 소설이란 점, 그리고 중세의 끝, 르네상스의 여명이 밝아오는 역사 속의 인물로 구라를 친다는 점이 좋아서 결국은 이 책을 골랐다. 읽지만 의외로 속도가 안 난다. 설정은 재미있으나 읽는데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 결국은 5분의 1도 읽지 못 한 채, 목덜미에 기대어오는 도도냥의 뻔뻔한 궁뎅이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도도냥은 처음 봤을 때 손으로 잡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 듯 쪼끄만 새끼고양이였는데, 집에 데려다 놓은 지 한 달 만에 거의 성인묘의 사이즈로 무럭무럭 자라나더니 지금은 우리 집 상전으로 등극한 여우 같은 고양이시다. , 안돼 걸어 다니는 수면제인 이 녀석은 꼭 극세사 이불로 동굴을 만들어 둔 내 침대 위에 올라와 목덜미, 볼따구, 겨드랑이 등 대단히 방어가 취약한 부위에 벨벳 같은 솜털로 치장한 궁뎅이를 들이밀고 몸을 공처럼 또르르 말거나 아예 1자로 쫘악 늘어뜨려 잠이 들곤 한다. 그리고 제가 잠들기 전 인간난로로 삼은 제 주인을 먼저 잠들어버리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결국 오늘도 이 녀석의 마수에 걸려 책을 반도 읽지 못한 채 잠이 들고 만 것이다.  

 

눈을 뜨니 아침 6. 아이가 오늘은 학교에 안 가는 토요일이지만 월요일에 있을 학예회 연습을 위해 일찍 깨워달라 했었다. 떡국을 끓일 준비를 해놓고 어제 미리 만들어둔 카레는 차가운 베란다에 내어둔다. 나 없이 점심을 해결해야 할 세 남자를 위해 어젯밤 미리 만들어 두었다. 카레는 역시 어제의 카레! 하루 묵은 카레의 농후한 맛과 질감을 느끼시라며, 밥도 지어두었다. 미리 빼둔 멸치국물을 부글부글 끓여 떡을 넣고 만두도 넣었다. 만두에는 사골이나 쇠고기 사태로 끓인 국물이 제 맛이지만, 눈알 튀어나오게 비싼 사골과 사태살에 아이들이 맛을 들이게 하면 안되겠기에 맨날 멸치국물로만 끓여줬더니 우리 막내는 멸치국물 만두가 젤 맛있는 줄 안다 흠흠 좀 미안하긴 하지만 소박한 입맛이 아이 인생에 문제가 될 건 없을 테니 괜찮겠지.

 

만두와 떡이 익어 떠오르고 국물이 조금 걸쭉한 느낌이 날만큼 잘 끓었을 때 한 그릇씩 했다. 큰 녀석을 학교에 보내고 한참 있다 둘째가 눈을 떴다.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처리하고 어지러진 방안과 마루를 대충 치운 후 책을 좀 보다 친구와의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얼릉 튀어나갔다. 같은 홍보 업계 사람이자 베프인 친구를 만난다는 기쁨에 한껏 들떠 있던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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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 23:34:06 *.222.10.47

누굴 만난다는 것은 크나큰 기대이지 아마. 우주와 우주가 만나니 빅뱅 같은 새로움이 왠지 설렌다는 것이겠지.

난 지금 가슴이 뛴다. 왠지 그래. 이럴 때는 참 참기가 힘들지. 왠지 누구를 만나야 할 것 같거든.

들뜬다는 것은 그래서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오직 그 만남만을 준비하는 의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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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1:08:27 *.50.21.20

친구와의 시간이 얼마나 즐겁게 흘러갔을지 상상이 되네요. 

냥이의 매력은 벗어날 수가 없는것 같아요. 예전에 한 친구가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매번 먹을 것을 사들고 친구 집에 쳐들어가곤 했었어요... 한번 만져볼라고..

ㅎㅎ 강아지랑은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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