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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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녀는 도도하다. 아직까지 나에게 팔짱을 풀어놓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나는 예전에도 몇 년 동안 그녀를 만났고, 얼마 전부터 다시 만나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을 만나왔으면서도 아직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은 나의 태도 때문이다. 변덕스러운 마음으로 들락날락하는 내가 못미더웠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자기 전부터 준비를 한다.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을 다스려야 이른 시간 그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람만 믿고 있다가는 지각을 하거나, 책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그녀의 체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루에 딱 한번 누구에게나 가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43년 만에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고, 그리고 몇 번을 만났을 뿐이다. 서릿발처럼 차갑고, 고드름처럼 투명하고, 칼날처럼 날카롭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게 해주는 포스를 갖고 있다. 아무리 두 팔 벌리고 달려가도 나의 진실성을 매일의 힘으로 테스트한다. 그녀는 매일의 이름처럼 친숙하지만 그 이름의 몇 배만큼 어려운 존재다.
어느 날은 그녀의 뒤 태를 보게 되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다시 찾아온 사랑의 약속을 어긴 사람처럼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 살짝 나를 돌아보는 듯한 옆 얼굴에서 서운함과 실망감이 느껴졌다. 긴 치마자락을 질질 끌며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을 때, 나는 하루 종일 우울하고 답답했다. 그녀는 다시 찾은 나에 대한 반가움보다 또 다시 머무르다 떠날지 모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때는 나의 모습에 돌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앞태를 정면으로 보게 되는 날도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나는 세레모니를 모닝페이지로 대신한다. 소낙비처럼 흠뻑 빠졌다 나오는 날이면 내 앞에 엄청난 선물꾸러미가 쏟아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환희, 기쁨, 행복, 몰입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쫄깃한 하루까지 곁들여준다. 도도하고 쌀쌀맞은 듯 하지만 그녀의 품이 무한히 넓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날이다. 이런 모습은 그녀의 양면이면서 반전 매력이다.
나는 필요에 의해 그녀를 찾는다. 예전에는 나의 건강을 위해서 찾았고, 지금은 내 안의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서 찾는다. 필요한 사람은 항상 을이다. 그래서 가끔은 주눅든 아이처럼 어쩌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그녀는 목적보다는 태도를 더 중요시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앞으로 더 많은 선물을 받게 될 것을 안다. 이것은 내가 혁명처럼 덤벼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필요한 것을 얻는 방법과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하느냐 하지 않느냐이다. 내가 마음과 행동으로 그녀를 만날 때 그녀 또한 모성의 본능으로 그 동안 궁색하게 보여주었던 품에 나를 안을 것이다. 그녀가 나를 안아주는 날, 나는 넓은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하는 자유와 푸른 하늘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해안가에서 첨벙첨범 물장난을 칠 수도 있고, 더 멀리 나가 참치처럼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유유히 세상 구경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을 맞는다면 나는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한아름 갖고 갈 것이다. 그것은 나의 치졸하고 부끄러운 모습까지 끌어내준 포용력에 대한 감사이고, 말없이 지켜 봐준 인내심에 대한 감사이고, 지치지 않게끔 항상 선물을 주었던 넉넉함에 대한 감사이다. 아직 나는 그녀에게 줄 선물의 리스트를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무엇을 갖고 갈지 벌써 알고 있는 눈치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그녀를 만나러 갈 것이다. 내가 아는 최고의 스승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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