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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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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일 11시 56분 등록

새벽부터 눈이 온다며 여기저기서 야단 법석이다. 쉬지 않고 울리는 SNS의 푸쉬 알람이 많은 이들이 신나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나 또한 새하얗게 쌓인 눈을 보며 왠지 이제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것이 실감되어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얼마나 추울까 싶어 걱정이 태산이다. 요 며칠 겨울 같지 않게 따스했던 날씨가 왠지 그리워 지기도 한다.

 

사계절 중 겨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다. 여름에 태어난 탓인지 나는 지독히도 뜨거운 날씨는 잘 버티면서도 쌀쌀한 추위는 견디기 어려워하는 체질이었다. 겨울철이면 많이들 즐겨가는 스키장도 내게는 한두 번 타면 그저 추워서 지치는 곳이기도 했다. 외출 할 때는 무조건 따뜻한 것이 최고라며 하도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겨울철에는 쉽게 패션 테러리스트를 예약하기도 했다. 회사에 다닐 적에는 온 몸을 둘둘 감은 나를 보며 미쉐린 타이어라고 놀린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유독 겨울에는 집에 들어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곤 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겨울이 되면 따뜻한 방 바닥에 배를 깔고 책을 보는 낙으로 지내곤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는 한 없이 게으름뱅이 모드가 되어 이불 속에서 노닥거리는 것이 겨울철 주요 취미가 되었다.

 

정말 겨울이 다가와서 일까, 요즘 나는 만사가 귀찮음을 여실히 느낀다. 겨울이 왔으니 침구도 새로 바꾸어야 하고 냉돌 바닥이 있는 바닥에 카페트를 까는 등 유난히 집안일에 바쁜 남편과 달리 나는 정리할 것들도 방 한구석에 쌓아놓으며 집안을 자꾸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다. 새 학기 수강신청을 하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내가 잘 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과목들만 신청하기도 했다. 물론 못하던 과목에 대해 나의 능력을 극복해보겠노라 큰 소리를 치며 신청했다가 날고 기는 동기들 때문에 피를 본 적이 있기에 노이로제가 걸린 탓도 조금은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잘 아는 과목을 신청한다고 하여서 과제가 더욱 수월하거나 시험 준비에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기에 마음의 부담만 조금 덜었을 뿐 나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귀차니즘 때문에 더욱더 밀리는 숙제들은 나 자신을 더욱더 미워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돈을 벌지 않는 지금은 왠지 내가 해야 할 책임을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이러한 게으름도 왠지 더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몸의 이상한 증세로 방문한 병원을 방문했다. 계속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푹 쉬세요 라고만 이야기한다. 딱히 원인이 없는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다름아닌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해서 또 다른 병원을 가봐도 똑 같은 이야기이다. 나름대로는 회사 다닐 때 보다는 정신적으로 덜 피곤하다고, 또 체력적으로도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했던 모양이다. 또 다른 증세로 다른 종목의 병원을 갔다. 거기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무언가 내 몸이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 나는 왜 이렇게 체력이 약할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또 나만 이렇게 게을러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아예 푸욱 쉬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쉬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간절하여 시작한 이 휴식기는, 그러나 돌이켜보면 제대로 쉰 적은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새로운 욕심이 또 꽃피워나며 할 일들이 생겨났고, 나는 또 책임들을 떠안으며 괴로워하곤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본디 하고자 했던 것들은 제대로 이루지도 못한 채 숨을 헐떡거리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겨울도 맞았으니 잠시 겨울잠에 빠져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깨어서 열심히 활동할 날들을 위한 준비 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순간 피터 드러커 선생이 나에게 "너는 추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 정녕 이렇게 잠만 자며 게을러질테냐?" 하고 호령을 치는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이 번쩍 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늦게 피워나는 매화같은 사람이기에 조금은 쉬었다 가겠노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운동 할 시간이 없다며 새벽에 끊었던 레슨을 취소하고, 명강의로 소문난 교수님의 강의를 청강 하기로 했던 계획도 슬며시 내려 놓는 하루다. 이왕 자는 거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을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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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20:17:30 *.103.151.38

동면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몸이 먼저 알고 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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