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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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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 11시 09분 등록

 버티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려움을 참고 견디거나 당해내다라고 나와있다. 나와 아주 가까운 지인 중에 지금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하고 톡톡 튀는 성격으로 어딜가나 야무지고 똑소리 난다는 소리를 듣는 그녀였다. 재주가 많고 남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잘 하는 사람으로서 자칭 자극 유발자라는 직업을 창조내기도 했다. 하지만 삶이 던져주는 무게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것처럼 그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준다고 하지만, 그녀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무겁고 길었다. 도와주는 이가 전혀 없이 혼자의 힘만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사람을 좋아하고 쾌활하고 거절을 못하는 그녀의 성격은 기쁨과 보람의 원천이기도 했지만, 상처를 덧붙이는 역효과도 있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유쾌함과 당당함 뒤에 자리하고 있는 상처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다. 말수가 적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고, 그전보다 웃음이 없어지기도 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퍼 올린 에너지는 언제 바닥이 날지 모르는 우물처럼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최선의 긍정적인 말과 글과 책임으로 자신을 지탱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 모습이 스친다. 처음에는 의연하게 맞이했던 삶의 고통이 생각보다 훨씬 길고 끝이 언제인지를 알 수 없었기에 더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항상 내일과 희망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지만 그것이 마음을 잡아줄 수 없을 때가 오기도 한다. 그때, 내가 선택한 삶의 모습은 버티는 것이었다. 마치 한정된 산소를 갖고 있는 사람이 조금씩 분배해서 삶을 연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포기라는 말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기도 했지만, 차마 그 말을 잡을 수는 없었다. 예전의 내가 보냈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드라마보다는 토크쇼를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 꼭 빠트리지 않고 챙겨보는 것이 있다. 바로 미생이라는 드라마다. 재벌이 나오지 않고 로맨스가 없어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법을 알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생을 살면서 재벌을 만날 기회가 얼마나 있을 것이며, 사람들의 삶은 재벌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삶이었다. 그리고 이미 결혼해서 사는 사람에게 로맨스는 환상이거나, 생각날 때마다 씹을 수 있는 추억이 아니던가? 일반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누구나 다 밥을 먹고 살고, 나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소재였다. 그래서 이 글이 나오기 전에 주변에서는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윤 태호작가는 그 우려를 깨끗이 날려버렸다. 웹툰으로 시작된 그의 책은 100만부를 돌파했고, 웹툰은 11억뷰를 돌파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제일 바쁜 사람이 되었다. 영화 계약, 인터뷰, 새로운 원고 등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한 앵커가 물었다. 완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버티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있을 텐데, 그 시간을 버텨내면 기회가 오더라구요. 어려운 환경까지 버텨내는 것이 재능인 것 같습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 주변의 반대와 시선을 버텨낸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열등감과의 싸움에서도 버텨낸 사람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버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큰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간을 만나지 않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버티다라는 말이 너무 소극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때는 싫어했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어떤 경우에도 놓칠 수 없는 자기애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가 성취를 거머쥐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이런 시간들이 최선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말을 버티고 있는 그녀에게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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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1:16:52 *.201.146.217

"버티면 이긴다."는 것은 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나 처럼 소시민들에게는 선택지가 따로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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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5:26:30 *.70.57.114
그러게요 그때의 느낌이 싫었나봐요 어찌할수 없었던....그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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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3:08:23 *.124.78.132

큰 용기를 주는 글이네요 ^^ 버틸 수 있는 힘!!의 중요성을 더욱더 느끼는 요즘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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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5:26:53 *.70.57.114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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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7:59:32 *.50.21.20

버티기. 

화내야 할 곳으로 가야할 때, 혼나야 할 곳으로 가야 할 때 이 말을 생각하곤 해. 

엣다 모르겠다. 

잘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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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22:50:15 *.255.24.171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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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20:08:07 *.223.36.130
좋네요~힘이 되는 글.
윤태호 작가는 '복기'를 삶에서 가장 매혹적인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자신의 복기가 시작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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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22:54:05 *.255.24.171

항상 감사합니다.

글은 누구에게나 복기의 과정이 아닐까요?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선택이 남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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