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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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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 11시 55분 등록

바디샵을 떠올리면 나의 대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친환경 제품만 만든다는 그러한 이미지도 좋았고, 화이트 머스크 향에도 매혹되었으며, 초록색 간판이 주는 편안함도 있었다. 영국 브랜드라는 신비로움도 바디샵에 대한 나의 열망에 한 몫 했다. 그 때 까지는 아직 유럽에 가보지 못했던 내게 유럽 브랜드라는 점은 왠지 고급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 학생인 나에게는 높은 가격대였기에 친구들의 생일 선물을 구매할 때에나 용기 내어 지갑을 열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내가 지금도 바디제품을 선물 받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내가 사기에는 조금 돈이 아깝고 그러나 갖고 싶기는 하고 그랬던 학창시절의 경험이 뒷받침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친숙한 브랜드의 이야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번 책은 더욱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배쓰앤 바디웍스와 경쟁하던 미국 시장에서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2+1 등의 세일이 많은 배쓰 앤 바디웍스에 가서 향기로운 바디로션을 사며 바디샵의 바디로션들을 쉽게 사지 못하던 나의 한을 풀던 모습도 떠올라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사실 경영학을 전공했기에 바디샵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그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니타 로딕의 입으로 듣는 것은 더욱 특별하게 여겨 졌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바디샵의 성공 스토리 보다는 아니타 로딕이라는 사람 자체에 매혹 되었다. 특이한 모습도 많긴 하지만 내게는 왠지 아마존의 여전사가 떠올랐다. 정글 속을 자유롭게 누비면서,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를 잃지 않지만, 사냥감이 눈 앞에 보일 시에는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고, 창을 내리 꽂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그런 모습이 절로 상상됐다. 또한 때로는 여성 동료들을 부드럽게 안아 줄 수 있는 포근함도 있으면서 말이다. 여전히 아니타 로딕과 관련한 숱한 논란에도 불구, 나는 그녀가 멋있는 여성 리더라는 것을 믿고 싶으며, 그녀의 강한 자아 존중감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배우고 싶다. 더불어 자유로운 영혼이자 매사 심플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도 내게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유난히 이렇게 강한 여성들의 이야기에 매혹되곤 한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많이들 눈물을 흘렸던 타이타닉을 보고 나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잣집 양가규수였던 로즈가 잭의 영향으로 말도 타고 수영도 하는 등 미국 특유의 자유롭고 활발한 여성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점이었다. 로즈가 말 위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활짝 웃고 있던 그 사진이 내 뇌리에 깊게 박혀버린 점 때문에 승마를 배우기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로즈가 미국 땅을 달렸듯 나는 몽골 하늘 아래 쏜살같이 달리고 싶었다. 그만큼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바랬고, 강인한 여성이기를 바래왔던 것 같다. 갈대처럼 쉴새없이 흔들리고 쉽게 울음보를 떠뜨리는 등 연약하기 짝이 없는 내 스스로의 모습을 잘 알기에 그러한 여성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런 하소연을 하면 내 친구들은 입을 모아 넌 지금도 충분히 강인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강함이라는 것은 내가 바라는 강인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강인함은 버티는 힘,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 등에 가깝다고 하면 내가 원하는 강인함은 자신에 대한 확신과 존중이 가득한 단단한 내면에서 나오는 힘을 말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부드럽게 표현되면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자신감이 나는 필요한 것이다. 계속되는 나의 화두는 자신감이다. 멘탈 갑이 되고 싶은 것이 나의 목표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감을 가지라는 자기계발서를 읽어보아도, 스스로에게 나는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읖조리더라도, 여전히 나는 쉴새없이 흔들린다. 하루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가 또 다른 하루는 내 자신이 미웠다가 하는 것이다. 요즘은 내가 믿는 것과는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며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다가는 이내 '내가 잘못된 것인가?' '결국 내가 루저고 그저 부러워서 이런 생각이 드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또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또 작아져보이는 내 자신의 모습에 집중한다. 나는 괜찮아. 라고 위로하는 내 모습 마저 초라해보이는 것이다. 결국은 또 친구들과 수다를 하면서 '그래 나만 이런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었어'라며 풀지만 말이다. 더불어 나는 근자감이 없는 겸손한 사람이고, 또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기에 이렇게 여러번 왔다갔다 하는 거야 라고 우격다짐의 긍정적 사고를 해보면서 한바탕 너털웃음으로 이 상황을 잊곤 한다.


이제 또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솔직히 또 나의 목표들은 제자리인 것 같아서 서글퍼진다. 여전히 근육질의 건강한 몸매를 만들지도, 늘 자신감이 넘치고 파이팅이 넘치는 사람이 되지도, 나의 삶을 이끌 또 하나의 꿈을 찾지도 못했다. 새해에는 그 어떤 목표보다도 반드시 진정 내가 바라는 은은한 자신감을 발하는, 강인한 나의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니타 로딕이 두려움과 분노를 통해 에너지를 얻은 것처럼 나 또한 흔들리고 작고 연약한 나에게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유난히 귀에 꽂히는 음악이 있다. 바로 토이의 ‘Reset’이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노래와 함께 조용히 멘탈을인 나의 상태를 향한 Reset 버튼을 눌러본다.

IP *.124.78.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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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5:36:49 *.201.146.217

현실과의 괴리를 장애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갈 기나길 길 가운데 어떤 지점일 뿐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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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8:04:12 *.50.21.20

Reset.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뒤로 가는 감정이 필요한 건 아닐까용? ^^ 

녕이 언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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