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97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사는 이유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때로는 머리로 들어와야 할 것이 가슴으로 들어와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게 할 때가 있다. 시가 그렇고 바람이 그렇고 무심할 수 없는 이름 석 자가 그렇다.
시집을 들추다가 오래된 편지를 보았다.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이름 석 자, 지평선위에 뜬 별이 나에게 특별해지기 전에 오갔던 이야기들. 별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희망을 주지. 그럼에도 나에게만 특별한 빛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행간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바보같이. 한가지는 분명히 알아냈다. 그대, 예나 지금이나 가슴 뜨거운 푸른바다라는 것을.
객관적이었던 것이 주관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특별해지면 투명해지기 더 어렵다. 아무나여서 조잘거릴 수 있고 아무나라서 이름 석 자 들고 불쑥 찾아갈 수도 있었음 좋겠다. 나의 넋두리는 간절하지 못하여 이리도 캄캄한가. 나는 오늘도 이렇게 치열하게 헹궈가며 투명해지려 애쓴다. 이런 것이 살아있다는 무엇이란 말인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80 |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1] | 달봉이 1 | 2005.07.16 | 1970 |
2279 | 이 순간을 누추하게 하는..... / 이철수 [2] | 지금 | 2010.02.19 | 1970 |
2278 | 첫번째,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 윤인희 | 2010.02.15 | 1971 |
2277 | 문화가 바로 전략이다 | crepio | 2010.04.01 | 1971 |
2276 | [8기 예비 3주차 세린신]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11] | 세린 | 2012.03.05 | 1971 |
2275 | [잡담]어느 겨울 하루. | 햇빛처럼 | 2011.12.27 | 1972 |
2274 | [세상주유기] 1. 장안의 화제를 가다 | 김고갱 | 2013.12.05 | 1972 |
2273 | [영원의 시 한편] 본보기 | 정야 | 2015.01.28 | 1972 |
2272 | 상처...그리고 성찰. | 햇빛처럼 | 2015.11.03 | 1972 |
2271 | <변화학 칼럼 25> 마음이 담겨 있는 길 [4] | 문요한 | 2005.11.09 | 1973 |
2270 | 엘도라도로 꿈을 찾아 [3] | 도명수 | 2007.06.02 | 1973 |
2269 | 박 노진의 맛있는 경영(1) - 외식업체의 활로는 어디에서 찾을까? [5] | 박 노진 | 2010.04.14 | 1973 |
2268 | 언제 어디서나 주인이 되라 [1] | 꿈꾸는 간디 오성민 | 2007.06.09 | 1974 |
2267 | 새로운 놀이터 [2] | 강현 | 2013.10.07 | 1974 |
2266 | [영원의 시 한편] 산길에서 만난 여우 [2] | 정야 | 2014.11.15 | 1974 |
2265 | 워킹맘의 아이말 채집놀이_(1) [7] | 동건친구 | 2010.04.12 | 1975 |
2264 | 치유를 낳는 관계의 힘 -밀리언달러를 보고- [1] | 문요한 | 2005.03.18 | 1976 |
2263 | [너자신을브랜딩하라!] 온라인 개인 브랜드란? [1] | 강미영 | 2005.05.10 | 1976 |
2262 | 아직 끝나지 않았다. 1. 그가 묻기에 내가 대답했다. | 백산 | 2011.11.29 | 1976 |
» | [영원의 시 한편] 사는 이유 | 정야 | 2014.12.08 | 19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