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녕이~
  • 조회 수 149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4년 12월 22일 12시 00분 등록

셀프 이미지 포지셔닝을 해보라는 학교 과제가 있었다. 오프수업 때의 피드백도 그렇고 요즘 더더욱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던 나는 이렇게라도 나에 대하여 조금 더 잘 알고 싶어 의욕적으로 숙제를 진행 했다. 덕분에 나는 데카상스 멤버들을 포함하여 일주일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떠 알고 지낸 지 최소 1년 이상이 흐른 친한 주변인들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알게 된 학교 친구들, 혹은 회사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을라나 싶어 회사 선후배 동료들, 또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도 나에 대해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무려 300여개의 코멘트가 모였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바로 미소, 긍정, 열정, 온화, 참한, 경청, 재미 등이었고 이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친한 친구들 각자가 나를 바라보는 눈이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나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고, 어떤 친구들은 씩씩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더 크게 보기도 했다. 아마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르기도 한 모양이었다. 내가 다채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져 재미나기도 했고, 사람에 따라 다른 성격의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는 내 모습이 과연 진실된 나의 모습인가 의문을 품게 되기도 했다.


또한 가족에게서 오히려 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내가 친구들로부터 수집한 내용들을 데이터화 하고 있는 것을 본 남편은 코웃음을 치며 내가 미소쟁이가 아닌 오히려 매사 인상을 가득 찌푸릴 때가 많은 인상파라고 돌직구를 날려주었다. 또한 전반적으로 착하긴 하지만 그래도 의외로 과업지향적이라 무심한 부분도 있고 배려심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에만 자신을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동생은 내가 깐깐하고 예민하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렇다. 사실 나는 원래 귀가 얇고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하기도 하고 의외로 예민하기 짝이 없다. 그렇기에 더 웃고 더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다. 친구들은 잘 모를지라도, 24시간 같이 생활하는, 생활해본 나의 가족들은 이 부분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내가 밖에 나가서 웃느라고 남편에게는 소홀했구나 라는 마음에 미안함이 솟구치기도 했다. 밖과 안의 모습에 괴리가 있는 것은 누구나 비슷한 일일 테지만, 밖의 모습, 즉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인 체 하기 위해서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부분들은 나를 줄여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찰스 핸디가 말한 것처럼 내가 맞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가 아닌 것을 찾아내가는 작업이 더 필요해보였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정말 특이한! 혹은 고유한 나만의 특장점이구나! 라고 느껴지는 듯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굳이 꼽자면 '슈퍼 독수리 타자' 정도인데 그것 또한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는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잘 웃고 긍정적이며 씩씩한 사람들은 내 주변에도 여럿 있을 정도로 평범한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나만의 고유한 특성은 주변인들도 잘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혹은 내가 잘 포장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온전한 나를 느껴볼 기회를 나에게도, 혹은 타인에게도 더욱 안 주었을 수도 있다. 가족들이 느끼는 나의 괴팍한 모습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아니기에,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합치되는 부분을 찾아 더 신경쓰는 한편, 나 스스로 우선은 나의 개성을 개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전의 나는 남들이 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모두가 영어나 중국어를 배우려고 하던, 혹은 배워야 한다고 말하던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를 선택하어 배우고 또 제 3외국어로는 러시아어를 선택했던 것은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배울 것이라면 특이한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 선택 과목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하는 과목 보다는 남들이 어려워서 하지 않는 다는 세계사를 굳이 선택했었다. 어려워도 그 길이 나와 맞는 것 같았다. 공부를 한답시고 청소 시간에는 잠만 자던 친구들을 보면서 묵묵히 청소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학교 이전이라는 초미의 일방적인 탁상행정을 분노하며 시청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 신념이 있었던 내가 어찌하여 지금은 남들이 가는 길로만 가려하고, 남들이 하는 일만 따라 하려하게 된 것일까. 아마 고등학교 시절 매사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다가 내가 바라는 바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어 돌이켜보니 회사 생활을 하며 마음의 괴로움이 많았던 것은 나의 본래 성격들을 많이 죽여야만 했기 때문인 거 같기도 했다. 지금 학교 동기 중에는 나의 입사 동기가 있다. 그녀는 입사 시절의 나의 모습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연수생 회장을 맡아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었으며, 응원단으로 방방 뛰어다니기도 했고, 늘 에너지가 발산되는 활발하고 강한 이미지가 그녀의 머릿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나의 이야기를 들은학교 동기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네가 그랬다면서? 라고 반문했고 나 또한 그 때와 현재의 내 모습이 너무나 다르구나 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입사 후에 나는 회사형 인간이 되어야만 했고 그래서 본래의 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던 것 같다. 기를 확 죽이는 무서운 기운의 선배들과 상사들을 보며 움츠려들었고 나에 대해 방어막을 가득 치면서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또한 괜한 입방아에 오르기 싫어 튀지 않기 위해 애썼고, 나서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더더욱 포용하거나 참았고, 그러다가 참기만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때로는 강하게 따지거나 몰아붙이기도 했다. 아마 나를 지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잃어버린 나 라는 것에 대한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바뀐 모습이 나의 원래 모습인 것처럼 학교에서의 나는 회사에서의 연장선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Cold call이 난무하고 서로 질문을 서슴없이 하고 토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에서 나는 발표하는 것을 되도록 꺼리고 대답하는 것도 다른 친구의 공으로 미루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기 마련이라지만 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남들이 바라는, 혹은 문제를 일으킬만한 여지가 없는 사람으로만 살아가려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찰스 핸디는 남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자신을 잘 알았고 용기를 내서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걸었다. 남과 다른 삶을 사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만 해도 이제는 현재의 회사 외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잘 알고 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을 직접 실천한 이들을 주변에서 보고 있으며, 그들의 삶은 자신의 꼴을 잘 알고 있다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비단 즐겨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특별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여러 명의 출연자들도 각자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정도라고 한다. 점점 더 자신만의 특유한 캐릭터.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나의 본모습을 대면하는 여정에서 길을 잃고 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힌트를 하나 얻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내가 아닌 것을 찾아나가는 것을 먼저 시작하기로 말이다.


 





IP *.124.78.132

프로필 이미지
2014.12.22 17:02:33 *.196.54.42

이번 생의 목표는 나를 아는 것, 뭐 이런 책 제목이 연상될 법한 치열한 자기탐구 중에 있군요, 레몬처럼~

아마도 함께 사는 사람만큼 그대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겁니다.

"미소긍정열정온화참한, 경청, 재미"에다 신랑의 피드백을 더하면 보다 온전한 자기가 되겠죠. ㅎㅎ

근데 난 왜 레몬처럼~만 보면 무대뽀가 생각이 나는지...아마도 그대의 고감한 행동력에 깊은 감명을 받은듯...^^

 

프로필 이미지
2014.12.22 22:26:54 *.70.52.168
내가 보지 못한 녕이 모습도 많이 있네....녕이가 그런 문자를 날렸을 때 사실 나도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300개의 코멘트 좋았겠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