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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7일 00시 30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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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대답했다. “얼음물이요.” “그냥 물이요.” “컵에 이슬이 맺혀요.” 그러자 구석에서 한 아이가 수줍은 듯 대답했다. “봄이 와요.”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니, 이 꼬마 시인의 감성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처럼 맑고 투명하다니, 아이가 부모를 비추는 ‘거울’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모는 아이라는 맑은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맑은 모습에 부모는 뿌듯해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깨달음은 잠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부모는 본능을 넘어 서지 못한다. 이내 소리치고 잔소리하고 화를 낸다. 오랫동안 스며든 내 부모로부터 ‘당하면서 배운’ 육아 태도는 단 한 번의 깨우침으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부모는 곧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어쩌면 육아가 힘든 이유는 ‘아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본능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원망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느라고 노력하기보다는 부족한 자신을 원망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가끔씩 읽는 육아 책들도 자극만 줄 뿐 오래된 육아 습관을 바꾸지는 못한다. 대개의 육아 서적들은 지나치게 야단을 친다. 이 정도는 알아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겁을 준다. 읽으면서 고개는 끄덕여진다. 그러나 대물림 된 습관이 야단 좀 맞는다고 고쳐지진 않는다.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책은 부모에게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 다만 옆에서 격려해준다. 그는 자식을 ‘위해’ 살지 말고 자식과 ‘함께’ 살라고 부드럽게 조언한다. 자신을 잊고 아이에게 매달린다면 머지않아 부모는 왜 아이를 사랑하는지 모르게 되고 아이는 자신이 사랑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잃어버리면 결국 아이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행복한 육아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슨하게 푸는 것이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채찍질은 결국 아이에게도 상처를 입히게 된다. “나도 부족하고 아이도 부족하다. 하지만 나도 괜찮고 아이도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저자는 또한 부모의 인격 성숙 못지 않게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강조한다. 아이가 부모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무리 성숙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아이는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부모의 훌륭한 모습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친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와 ‘함께’ 놀면 된다. 놀이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부모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함께 놀면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게 된다. 알긴 아는데 시간이 없다고? 혹시 아이를 위해 ‘놀아 준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부모도 기쁘고 아이도 재미있어 하는 놀이를 찾아보긴 했는가? 찾아보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는 얼마든지 있다. 함께 놀면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꼬마 시인처럼 아이의 감성과 창의성까지 계발된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이 때, 거창한 신년 계획 대신 이 책을 읽고 ‘육아 10계명’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


                                                                                                                        - 박승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2월 3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72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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