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야
  • 조회 수 264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1월 29일 23시 55분 등록

시인

 

칼릴 지브란

 

1

나는 이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

생각은 온통 신비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있고

꿈은 멀고도 보이지 않는 것들의 그림자로

가득 채워져

마음마저 외로움에 찢겨진 추방자라네.

 

나는 내 동포들로부터 쫓겨난 사람.

만일 내가 그들 중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렇게 중얼거리겠지.

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어디서 알게 된 사람일까?

나를 그와 하나로 묶는 끈은 무엇이며

어째서 그의 평에까지 이끌려 오게 된 것일까?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쫓겨난 사람.

내 자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그 소리가 이상하게만 들리네.

때때로 내 안을 들여다보며

웃음과 울음, 담대함과 두려움이 은밀하게 감춰진

내 자신을 발견한다네.

그러면 스스로에게 놀라게 되고

내 영혼은 자신에게 묻기도 하네.

아직도 나는 안개 속에 갈을 잃은 채

침묵의 옷을 입는

미지의 추방자로 남아 있다네.

 

나는 나의 육체로부터 쫓겨난 사람.

거울 앞에서 잠시 쉬노라면

정신이 깃들지 않은 내 얼굴과

깊이가 없어 보이는 내 눈을 보게 되네.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아이들은 날 따라다니며 외치네.

저 눈 먼 사람 좀 봐!

그가 짚을 지팡이나 던져줄까.”

나는 그들에게서 서둘러 빠져 나오네.

만일 아가씨들과 마주치게 된다면

나의 옷을 끌어당기면 노래하겠지.

이 목석 같은 귀머거리야

너의 귀에 사랑과 열정의 노래를 가득 채워줄까.”

역시 그들에게서 나는 도망쳐 나오네.

시장에서 중년의 사람들 근처로 갈 때마다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외치네.

무덤과도 같은 벙어리야!

네 꼬인 혀를 펴주도록 하마.”

나는 두려워 거기에서도 빠져나온다네.

나이 많은 이들은 지나칠 때에는

그들이 나에게 손가락질하네.

너는 드진스와 가울스의 땅에서

제 정신을 잃어버린 미친 놈이야.”

 

2

나는 이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

동서로 세상을 두루 다녀 보았지만

내가 태어난 곳도

나를 알아주거나 내 이름을 들어보았다는 사람도

찾지 못했네.

아침이면 나는 깨어나

위로는 독사가 넘실거리고

벽과 땅에는 온갖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네.

밖에서 빛이 비쳐오면

내 몸의 그림자들이 앞으로 행진하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찾고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움켜쥔 채로

알 수 없는 곳을 향하여 나아간다네.

저녁이 되면 다시 돌아와

가시와 깃털로 짠 잠자리에 든다네.

그러면 이상한 생각들이

두려움과 기쁨 속에 있는 나의 정신을 사로 잡고

모든 열망들이

고통과 환희로 나를 에워싸네.

한밤중이 되어

지나간 세대들의 그림자가 나에게 떠오르고

잊혀진 곳의 영혼들이 찾아와 나를 쳐다본다네.

나 역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도 건네고

옛 것에 대하여 묻기도 하면

그들은 친절하게 웃으며 대답하네.

그러나 붙잡으려 하는 순간

그들은 내게서 빠져나가

다만 연기와도 같이 사라져버리네.

 

3

나는 이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

나는 추방자

내 영혼의 언어를 이해하는 이 아무도 없네.

광야를 지나면서 나는 보았네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나와

산꼭대기로 오르는 시냇물을.

순식간에 꽃 피고, 열매 맺고

낙엽을 흩뿌리는 헐벗은 나무들을.

그 나뭇가지들은 또한 낮은 땅에 떨어져

검은 뱀으로 변하였네.

 

,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의 눈은 이상하여라.

새들이 날개를 치켜들고

노래와 탄식에 젖어 아침을 맞는 것이

나에게는 보이네.

그 새들은 내려 앉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벌거벗은 여인들로

변하는 것이었네.

여인들은 애정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달콤한 입술로 미소를 짓고

유향과 몰약을 바른 하얀 손을 나에게 내미네.

그러더니 그들은 곧 안개가 흩어지듯

사라져 버리네

비웃음의 메아리만 남겨둔 채.

 

4

나는 이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

나는 시인,

삶이 산문 속에 흩어놓은 것을

시 속에 모으기도 하고

또 삶이 시 속에 모은 것들을

산문 속에 흩어놓기도 하네.

이리하여 나는 쫓겨난 사람

죽음이 나를 들어올려

내 고향으로 데리고 갈 때까지

영원히 추방자로 남아 있다네.

 

 

 

-----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밥을 안 먹을 것 같은 사람, 어떻게든 고독과 사랑에 빠져 사는 사람.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람. 시를 읽을수록 시인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어디로든 추방되어 내 영혼의 언어 조합해 본다면 이 불합리하고 뒤죽박죽인 내 마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살다가 어느 때 시를 쓰게 된다면 별이 된 사람과 별을 품은 그대를 위한 시를 쓰리라

 

 

 

 

IP *.12.30.10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