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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일 18시 08분 등록
거꾸로 마케팅(2)

작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고유가와 물가인상은 올 해 들어 더 이상 원가상승의 압박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기름 값은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오르고 있고,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에 이어 짜장면, 김밥, 칼국수에 이르기까지 봇물 터지듯 올라버렸다.
덕분에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주머니를 닫게 만들었다. 당장 우리 식당에서도 변화는 감지되고 있었다. 연말까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었지만 연초 들어 손님들의 내방숫자와 객단가가 하락하고 있었다. 2월 구정을 전후해서는 아예 경기가 없다는 느낌이 올 정도였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다. 오지 않으면 오게 만들어야 망하지 않을 판이었다. 작년에는 졸업식 시즌 경기를 타 힘든 2월을 넘겼는데 올 해는 불과 사흘 만에 사라져 버렸다.
1주일 정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가격을 인하하는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모든 것이 오르는 시점에 ‘거꾸로’ 가격을 내려버린 것이다. 그것도 30%씩이나 인하한 것이었다.
마실의 고객데이터로 가격인하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한정식 마실 고객성원감사 가격인하! 점심특선 9,900원(월~금, 공휴일 제외)”

점심특선만을 인하해서 판매하는 측면공격은 메시지를 보낸 그 날부터 한 달이 지난 3월 말까지 마실 사상 초유의 기록을 갱신하게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월간 최대 매출과 일간 최고 매출, 주간 최다 매출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 치웠다.
대다수 직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거꾸로’ 마케팅은 대담하고 신속하게 시작되었지만 일종의 도박이었다. 만에 하나 고객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였다면 다시 가격을 올릴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하여 전체 매출의 하락은 그 이후 전개방향을 예측하지 못하게 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번 가격인하전술을 측면공격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외식시장에서의 주류는 저녁시장이고 내가 시도한 기습공격은 점심시장에 국한시켰기 때문이었다. 측면공격은 마케팅 이론상 경쟁이 없거나 아주 적은 시장에서 시도해야 한다. 바로 틈새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천안지역에서 점심시장이라는 틈새는 아직까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아니다. 점심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과 시간적 여유가 나름대로 많은 주부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으로 분류되는 정도다. 후자에 분류된 시장을 주 타겟으로 잡고 주부고객과 일반인고객으로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과감하게 다른 업소들보다 먼저 타겟마케팅을 벌인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가격인하를 앞세워 점심시장을 선점한 업소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올리기는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가격인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니까.
다행히도 새해 들어 여기 저기 물가가 인상되는 국면에서 가격을 인하하는 모습이 고객들에게 쉽게 어필되었고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한 범주 내였기 때문이 아닐까?
“가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런 음식을 이 가격에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어느 고객의 말에서 가슴 졸이며 3월 한 달을 지켜봤던 초조함을 일거에 벗어나게 하였다.

이번 마케팅의 가격을 정한 직접적 타겟은 모 할인점의 점심뷔페였다. 같은 가격에 서로 다른 서비스와 음식에 대한 젊은 주부고객들의 반응에 따라 향후 우리 식당의 전략까지도 새로 짜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인근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가격대비 만족도 역시 우리보다 낫다고 평가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의 경쟁상대는 멀리 있는 한정식 전문점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이곳이라고 판단하였다. 무엇보다 고객층이 중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 후에 가격을 올릴 거라는 소문이 있어 예기치 못한 시점에 허를 찔러보고 싶었다. 예상대로 고객의 반응이 나타났다. 같은 가격이면 우리가 낫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한 달만의 평가로 이번 ‘거꾸로’ 마케팅을 분석하기엔 이를 것이다. 조금만 낫거나 앞선다고 판단되면 멈추고 말았던 지난번의 경험 때문에라도 더 더욱 그렇다. 2년 전 처음 마실을 오픈하고 나서 6개월 동안 수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메뉴마케팅이 고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게 되자 자만심으로 두 차례의 가격인상을 시도하다 고객의 차가운 반응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하여 다시 회복하기까지 거의 일 년 동안이나 절치부심했던 기억이 있어 한 순간의 잘못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보다는 더 확산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여 진다. 물론 평가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올 해 나의 관심은 마실의 성공적인 운영과 외식마케팅의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여 다시 나의 식당에 실험하는 것이다. 차별적 원본을 확보하여 강력한 위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잘 팔리지 않는 메뉴나 반응이 없는 마케팅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남은 역량 모두를 잘 팔리는 메뉴와 호응이 높은 마케팅전략에게로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예전에 망했던 고깃집에 대한 아쉬움이나 새로 론칭하는 갈비와 쌈밥 아이템 등 미래를 무시하고 과거에 저지른 전략과 과오를 회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힘을 쏟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거꾸로’ 마케팅을 통하여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강력한 위치를 구축할 수 있는 최상의 시기는 제품이 새롭고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이며, 경쟁자가 거의 없거나 기가 죽어 있는 최초의 단계이며 이것은 좀처럼 오래 향유할 수 없는 사치’라는 점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다음 대책을 세우고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유사 마케팅이 나오기 전 서둘러 다음 제품과 마케팅을 이륙시켜야 할지 모른다.


IP *.152.8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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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4.02 17:03:19 *.46.177.78

자로, 화이팅!

'불경기 스페살' 이나 ' 해피 타임'은 어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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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4.03 04:22:29 *.72.153.12
실험이 결과가 좋군요.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거 부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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