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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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후에 일찌감치 올림픽대로에 오른다. 이 시간대면 도로는 아직 밀리지 않는다. 올림픽도로에서 시계가 좋은 날은 멀리 남산이 선명하고 인왕산도 선명하다. 달리는 동안 내내 보인다. 그러나 관악산은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양화대교 밑에서 노들길로 진입하고, 곧 이어지는 올림픽대로. 왼편으로 한강을 두고 차는 시속 80Km를 유지한다. 물론 특별함이 없는 날 그렇다. 때때로 어떠한 이유로 올림픽도로가 밀려도 한강물은 멈춘적이 없다. 쉴 새 없이 흘러 늘 한곳으로 모인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로의 차들은 항상 바쁘다. 어딘가의 목적지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그들은 한곳으로 모이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다른 이유다. 예전엔 집단생활을 하였으나 지금은 개인주의로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나는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CD를 작동시키기도 하며 서울로 향한다. 학교로 내달리는 차속에서 나의 생각은 항상 깊다. 1학기, 내리 비추는 태양의 열기를 가르고 차는 서울로 달린다. 2학기, 차창에 부딪치는 찬 기운이 사람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한다.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늦깎이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생각을 깊게 하는 것들이다. 가끔 아주 가끔 등교하는 차 안에서 이 좋은 햇빛이 사람을 울컥하게 한다. 무엇을 위함인가? 무엇 때문에 이 시간에 나는 복잡한 서울로 가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서서히 일과를 정리할 시간에 뭐 대단한 것을 얻겠다고 3년을 이리 살고 있는가! 조직속에서 적당한 승진과 연봉을 올리는 것에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하고 이리 사는가! 이 시각에 서울은 뭐고 늦은 귀가에 이어진 다음날의 새벽은 또 무언가! 쉬고 싶다. 정시에 퇴근을 하고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며 어울림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저녁시간에 TV를 켜놓고 두 아이들과 희희덕 거리며 아빠의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고, 가족의 끈끈함도 알려주고 싶다.
새벽단잠이 주는 그 늘어지는 맛을 느끼고 싶은 때가 여러 날이다. 이 나이에 뭘 배우겠다고, 얼마나 잘 살아보겠다고 주변의 비아냥을 들으며 스스로 왕따를 시켜가고 있는가! 더구나 전공의 연장도 아니고 업무와도 전혀 상관없는 헛짓을. 때때로 의지가 무너지고 자신이 끝없는 벼랑으로 몰리는 것을 느낀다. 그런 날이면 서울로 올라가는 도로가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공을 들이고, 잠시 쉬면서 떠가는 하늘의 구름 한 조각을 즐기며, 다시 깨끗이 잊고 일상을 맞는 것의 연속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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