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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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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3일 08시 59분 등록

“글을 써 보니까 모르면 한 문장도 쓸 수가 없더라고요. “나는 걸어간다” 라는 단순한 문장을 쓰려고 해도 내가 왜 걸어가는지 모르면 글이 써지지 않아요. 하다못해 일기를 쓸 때도 잘 모르는 내용이나 정확하지 않은 내용, 틀린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쓰면 어김없이 글이 앞으로 나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아는 것, 깨달은 것만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 그도 아니면 철저하게 공부를 해서 내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동화작가 김희경 인터뷰에서, ‘마음의 집’으로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 --


소설가 김연수는 매일 글을 쓰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미래가 어둡다, 어둡다... 로는 한 장을 채울 수가 없고 며칠을 버틸 수가 없지만 매일 쓰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 상황을 돌파하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다른 이유로 매일 쓰는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거머쥘 수 있다고 믿는다.

글쓰기는 생각이다.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 분명하지 않고는 이어나갈 수가 없다. 확신이 부족해서 이 말 하다가 저 말하는 글을 신뢰할 사람이 누가 있으며, “00할 것 같다”는 식의 미심쩍은 표현으로 점철된 글에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조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은 한번쯤 글이 술술 써진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글감과 마음이 한 치의 틈도 없이 겹쳐져서 그것을 받아쓰기만 하면 되었던 경우이다.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수도 있다. 글로 써 놓으면 머리로만 생각할 때보다 훨씬 정리가 잘 된다. 그동안 생각해 온 과정의 결실인지 시각화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 효과는 분명하다. 어떤 경우든 글쓰기는 내 느낌을 명료하게 해 준다.  명료한 것을 넘어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게 해 준다.

글로 쓰면 감흥이 더욱 깊어진다. 한 번 겪고 스쳐 지나가는 것보다 다시 한 번 곱씹어 글로 쓰면서 추체험하는 맛이 달콤하다. 머리로 떠올리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입으로 읽어나가는 오감을 사용해서 그런지, 글로 재현하는 감흥은 실제보다 더 섬세하고 깊어져 거의 오묘하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 내게 일어난 일을 분명하게 알아차려 기쁠 때마다 나는 더욱 당당해진다. 글쓰기는  ‘나’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이름을 지어주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럼으로써 나다움을 보강해 준다. 매사에 내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지 않고,  무책임한 제3자의 개입에 감정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내 것이 아닌 것을 거부할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표출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감흥으로 쓰는 것인데, 이것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제거하면 막혔던 글줄이 풀리지 않겠는가? 우선 천성이 무덤덤하여  감흥 자체가  빈약한 사람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어떤 경험이 어떤 느낌을 불러왔는지 유심히 살펴 보면 좋겠다.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접하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얼핏 생각이 떠오르긴 했는데 자기 느낌에 확신이 없는 사람도 많겠고,  느낌은 비교적 분명한데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리는 사람은 더 많을 것 같다. 자기확신에 구멍이 뚫리면 글을 이어갈 수가 없다.  내가 틀렸으면 틀렸다는 것을,  모르면 모른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글이 써진다. 자기검열이 많은 것도 확신이 부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런 반격을 받을 것 같고, 저렇게 말하자니 무언가 놓친 것 같다. 그러나 글이란 내 느낌 위주로 쓰는 것이지, 내 느낌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우선일 수는 없다. 모든 경우의 수에 방어하며 쓰는 글은 초점이 흐려지고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완벽주의도 자기검열이 과한 경우이다. 감흥도 있고 표현력도 있는데 아무리해도 내 표현이 내 느낌을 제대로 설명한 것 같지 않은 미진함을 갖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 눈높이가 높아진 경우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읽는 것과 직접 쓰는 것은 다르다. 꾸준히 쓰는 일만이 이 간극을 넘어설 수 있게 해 준다. 

 

글을 쓰는 데는 문장력의 문제보다 심리적인 요인의 비중이 꽤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자기실현의 도구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전에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나는 이것을 얼마나 믿는가 자문해 보자.  만일 확신이 부족하다면 그 요인을 분석해보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  거짓감흥인지,  자료조사가 미비해서 아직 할 말이 무르익지 않았는지 곰곰이 따져보는 것이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준비부족일 때가 많다. 느낌이 확고하면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5월 20일부터 6주간의 강의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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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11.05.03 10:33:08 *.128.203.197
인터뷰 내용에 공감하며 저를 돌아 보면
'난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곤 합니다.

그 순간의 느낌이란
'모르겠다. 모르겠다.'

거기서 더 나가지 못할 때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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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5.04 06:00:04 *.120.143.121
아 맞아요.
집단지성이 천제의머리보다 더 똑똑하다고 하지요?
골든벨을 향해나가는 학생중에 최고 똑똑한 한 학생보다 그 곳에서 탈락한 집단이 더 똑똑하지요.
마지막문제에 틀리는 그문제를 집단지성중에 그 답을 아는 학생이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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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5.03 21:31:53 *.108.80.74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을 걸요.^^
이 세상 어떤 사람도 글로 쓴 것보다 쓰지못한 경험이 더 많을 꺼구요.
아래  소개한 김진송이  말하듯
"얇게 저미면" 
글감은 무진장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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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11:12:17 *.98.16.15
글 쓰는 맛에 대한 선배님의 맛깔스런 칼럼 잘 읽었습니다.
올려주시는 글들을 통해 저 역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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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5.03 21:35:02 *.108.80.74
고마운 말씀! ^^
우리 사이트가 참 댓글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감흥이 있으면 꼭 표현하고 지나기로 마음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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