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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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읽은 책의 개정판을 다시 읽었다. 책 제목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고, 저자는 구본형이다. 이 책은 1998년 4월에 초판이 출간됐고, 10년 뒤인 2007년 12월 개정판이 나왔다. 13일로 세상을 떠난 지 두 해째를 맞은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10년 전 책을 읽었다. 글 속에서 10년 전의 한 남자를 만났다. 그 사내는 그때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살고 싶은 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통쾌한 시작이 되어주었다.”
내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처음 읽은 때는 1999년 3월이다. 당시 저자 구본형은 마흔 초반의 중년이었고, 독자인 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내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꽤 잘 살았던 우리 집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며 무너졌다. 불안하게 유지되던 가정의 화목은 깨졌고, 힘들게 쌓은 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잣집 막내아들’이라는 나의 가면도 벗겨졌다. 가면이 걷힌 뒤 드러난 나의 모습은 초라했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대학에 다니고, 무엇을 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나란 사람이었다. 과거는 초라했고 현재는 불안했으며 미래는 어두웠다. 절망적이었다. 그럼에도 살아야 했기에 절박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때 만난 책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구본형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쓰며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나는 이 책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자산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거듭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진실이지만 당시의 내게는 통절한 자각이었다. 그전까지는 볼품없는 나 같은 사람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알려주는 올바른 길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단칼에 베어버렸다.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었고,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발견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15년 전의 나는 자신을 스스로 혁명하고 있었다. 자발적 변화가 아닌 외부에서 촉발된 위기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 과거와 단절하고 자기 발견에 대해 각성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스물세 살 전까지 책이라곤 만화책밖에 몰랐던 내가 1년에 100권 읽기에 도전하고, 내 손으로 가치관을 정립하고, 꿈과 재능을 발견했다. 꿈과 재능을 천직으로 실현하기 위해 3년간의 개인 대학을 만들었고, 이 3년간의 노력으로 내가 원하는 첫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어느 하루가 혁명의 출발점이었다.
-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한겨레 신문에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4월 14일자 신문에 위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866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