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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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얘가 지 언니 책을 줄줄 읽어요.”
내가 6살 무렵, 애들이 모여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앞집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며 뛰어 들어 왔다고 한다. 60년대 마포골목에서는 미취학 아동이 책을 읽는 일이 사건이었을 수도 있다. 또 나는 생후 10개월부터 걷기 시작해서 어찌나 빨빨거리고 잘 걸었는지 내 돌떡을 직접 이웃에 돌렸다고 한다. 어릴 적 이야기 중에 이 두 가지가 제일 좋다.
오남매 중에서는 영리해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나는 지극히 평범했다. 이농세대인 부모님이 이룩한 가정은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지만, 어떤 문화적 자극도 없이 평범 그 자체였는데, 어떤 요인으로 이렇게 ‘비사회적인 나’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남들이 다 가는 8차선 도로를 마다하고, 직접 결정한 길이 아니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 태도와, 어울려살기보다 뚝 떨어져 매사를 객관적으로 보는 관찰자적 시각 말이다. (아무래도 닥치는 대로 읽은 활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짐작)
그런 기질 때문에 이제껏 맨땅에 헤딩하듯 살아왔는데 후회는 없다. 남들의 이목보다 내 안의 동기가 중요하므로 맘껏 지르다보면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나의 분석기능이 작동하여 어떤 실수에서도 가르침을 이끌어내곤 했던 것이다. 성실한 생활인 동네에서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개척해야 책도 쓰고 기회도 맞이할 수 있겠어서 앞으로도 더욱 내 기질에 복무할 생각인데.... 그런 내가 가끔 그려보는 그림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내는 것이다. 아전인수격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작가에게는 어딘가 주류에서 좀 벗어나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아! 걔,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나의 엉뚱함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바뀌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뼛속까지 게으른데도 책과 글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아, 이맘때쯤 터져줘야 하는데.... 하면서 내 삶의 클라이막스를 상상한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두 개의 큰 플롯포인트plot point를 거친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3막 구조가 되는데, 모든 영화에서 30분쯤 지나면 첫 번째 플롯포인트를 지나는 것을 상기해 보라. 그 지점을 지나면 주인공은 두 번 다시 이전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첫 번째 플롯포인트를 “돌아갈 수 없는 다리" 혹은 "불타는 다리"라고 한다. 그랬다. 학원운영에 지칠 대로 지치고 새로운 삶이 절실히 필요했던 그 때 나는 우연히 신문에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 접했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창조적 부적응자’들이 몰려 있었고 나는 태초부터 이 길이 내 길인양 빨려 들었다.
첫 번째 플롯포인트는 우연처럼 다가 왔지만 두 번째는 내 힘으로 만들어야 하리라. 그래야 엄마가 기억해주는, 영리한 둘째딸의 신화가 완성된다. 내 인생을 한 발 떨어져 영화처럼 볼 수 있다면, 첫째로 복잡하고 성가신 잔가지들을 쳐내고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영화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One Thing>이다. 내가 잘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가능성을 알아보는 관찰지능을 가지고 강의를 하고, 계속 일을 만들어가는 것도 이런 것이다. 내가 가진 강점 하나로 승부하는 것이다. 둘째, 어지간한 태클도 받아칠 수 있다. 영화에 어찌 갈등이 없으랴. 지금 어려움 속에 빠져 있다면, 내 영화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을 찍고 있다고 상상한다. 그만한 거리를 갖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고 돌파해나갈 수 있다. 결과에 함몰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셋째, 일상에 중심이 생긴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그 모든 것을 하나로 꿰는 플롯을 염두에 두면, 스토리라인이 선명해진다, 그러면 기필코 그것을 이루면 된다. 그대, 지금 그 다리를 넘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과감하게 넘어가라. 그래야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
나는 내 인생을 매력이 넘치고 모험으로 가득 찬 한 편의 영화로 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 샥티 거웨인, <나는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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