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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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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4일 15시 07분 등록

어제 비도 내리겠다 지난 일 중에서 기억나는 장면 100개를 메모해 보았다. 지난 일에는 글감이 많이 숨어 있고, 앞날을 살아갈 단서가 많아서 가끔 애용하는 방법이다. 짧은 시간에 100개가 금방 채워졌다. 참 많이도 겪었네. 길어진 인생이 실감나면서 목록을 훑어보다가 문득 깜짝 놀란다. 100가지의 인상깊었던 장면 중에 엄마에 대한 것이 단 한 개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어 생각이 엄마에게 미친 것인데,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는 엄마를 이렇게 홀대한 것이 새삼 놀라웠다. 약속시간에 늦어 잠시 기다려준 친구에게는 미안하다고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면서 평생을 기다려온 엄마에게는 왜 기다렸어!” 퉁명스럽게 내뱉는다는 공익광고를 내 안에서 확인하는 기분이 씁슬했다. 엄마만큼 헌신적이지는 않지만 나역시 장성한 자녀를 거느린 엄마로서 비슷한 대우를 받으리라는 것이 불 보듯 환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는 앞으로도 숙제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하지 못할 것은 하지 말아야겠다, 서운한 것이 있으면 서운하다고 말하고 이내 잊어버려야겠다는 수칙을  다짐해본다. 어쩌다 소홀한 대접을 받더라도 그건 모든 엄마의 숙명이라고 털어버리고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절대로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했는데....”라는 말을 할 지경까지는 가지 않는다. 이처럼 내 안의 이기심을 바라볼 수 있기에 주위사람에게서 상처를 덜 받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일에 목 매는 사람들을 보면 갑갑하다. 그이가 서운해 하는 것과 똑같은 장면을 나도 얼마든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용선이 쓴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를 읽었는데 여기에 나는 타자의 타자라는 말이 나온다. 라캉이 했다는 이 말만 기억해도 어지간한 시시비비는 해소될 듯하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는, 어쩌면 세상에서 유일한 인물일 엄마에 대해서도 그렇게 소홀한 것이 사람인데, 목숨을 다투는 일이 아니면 다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는 것이 어떨지.

 

내 손가락과 상대의 손가락을 놓고 비교하면 분명 서로 다르게 보인다. 내 손가락을 옳음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 상대의 손가락은 옳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상대의 손가락은 손가락이 아니라고 말한다. 피차와 시비가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시야를 조금 넓혀 손가락이 아닌 발가락과 비교하면, 자신의 손가락이나 상대의 손가락이나 모두 똑같은 손가락으로 보인다. 즉 피차와 시비가 소멸된다.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에서

 

우주에서 바라 보는 지구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에게 잠시나마 피부 색깔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 그 때는 모든 경계와 차이를 넘어 수 십 억의 인류가 지구인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인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크게 보면 문제가 소멸된다. 내 느낌과 주장은 단지 내 것일 뿐이지 절대 옳은 것은 아니다. 나를 객관화시켜 메타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면”, 나를 괴롭히는 많은 것들이 소멸될 것이다. “철학적인 자기초월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이번에 장자를 읽으며, 장자가 나이든 사람들의 철학으로 맞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시절 살아온 사람들은 세상에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지난 반평생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처럼 남은 시간도 이내 사라질 것을 절감하고 있다. 자아와 세계 모두가 확고한 실체가 아니라 빠르게 변하며 사라진다는 것, 이것이 꿈이 아니고 무엇이랴. 여기에 대고 무엇을 세우고 이루려고 아등바등 하는 것은 젊은 날로 족하다. 그리하여 무위無爲.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사유가 개입되지 않은, 이분법적인 사유가 해체된 마음의 상태.”


장자는 무위와 같은 표현으로 놀다또는 노닐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람마다 놀다는 어휘에서 떠올릴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겠지만, 꽃을 탐하되 꽃을 상하게 하지 않는 벌나비를 떠올리면 되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변하고 흩어지지만 허무에 빠지지 않고 꿈을 꿈인 채로 즐기며 삶을 누릴 수 있는바로 그것! 나이든 사람들이 추구해도 좋을 마지막 목적이 아닐는지!

 

 

 



   

** 출간소식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

 

제가 이끄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http://cafe.naver.com/writingsutra 카페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쓴 책이 나왔네요. 때로는 무대뽀로, 때로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열 분의 사례에서 벼락같은 암시를 받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만일 그대가 진짜 내 인생을 갈망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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