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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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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1일 08시 04분 등록


딸애는 나만큼이나 조직생활을 싫어해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일이 없어 보였는데 다행히도 자신의 기질과 타협할 수 있는 틈새를 찾았다. 머리와 몸을 동시에 쓰는 일이라 자기만 부지런하고 약게 굴면 제법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에 민감한 딸이 전에 모아놓은 약간의 돈으로 버티고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거나 집을 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데 기묘한 감정이 스쳐간다. 딸이 한 사람의 온전한 성인이 된 것이 느껴진 것이다.

 

다른 한 쪽에 82세의 노모가 있다. 젊은 날보다 키가 6센티미터가 줄었다든가 둥글게 굽은 엄마의 몸피가 너무 작다. 총기가 좋으셔서 상황에 따른 순발력이 없진 않은데 같은 말씀을 되풀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삶이 축소되어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이 추가되지 않기 때문일까 도돌이표를 계속하는 엄마를 보면 착잡한 가운데 과학적인 연유가 알고 싶어질 지경이다. 때로 받아주고 때로 짜증도 부리다가 문득 오늘이 엄마가 가장 젊은 날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어느 순간 나물을 뜯고, 집안 정리를 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상생활이 스톱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18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지에서 사위 하나가 나중에 어머니도 함께 쓰실 수 있는 석관을 준비해 왔다고 하자, 그 말에 대고 난 안 죽을 거야하던 엄마. 그 때의 엄마가 지금에 비하면 딴 사람처럼 젊고 발랄했던 것에 놀란다. 마찬가지로 불과 2, 3년 뒤에 지금의 엄마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학원친구들과 등산을 간 산꼭대기에서 어렵게 짊어지고 간 과자를 친구에게 평지보다 싸게 팔아서 내 속을 상하게 했던 딸애는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가파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엄마는 하루하루 내가 알던 엄마와 멀어지고 있다. 나역시 내가 변하는 것을 민감하게 느낀다. 가장 나다운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릴 때 나는 두려웠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 거구나! 아직은 시작이지만 변화의 각도가 더 벌어지면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무서웠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불현듯 떠오른 노래가사 한 소절이 가슴을 강타한다. 인생무상人生無常! 없을 무, 항상 상의 의미를 겨우 깨닫는다.

 

더러 인생이 고해라거나 하는 말을 믿지 않았었다. 인생은 놀이이고 축제인 거지 무슨... 생각했다. 이제 조금은 안다. 인생무상 한 가지에 연유해서도 인생은 충분히 슬프다. 네가 어제의 너가 아니고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라면 우리의 관계 또한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 않겠는가. 너는 이미 변했는데 내가 어제의 방식을 믿고 있다면 그 간극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며, 우리 둘 다 너무 많이 변해서 한 때 애틋했던 순간을 전면으로 배신한다면 그게 슬픔이 아니고 무엇이랴.

 

인생의 본질이 슬픔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오늘의 딸과 오늘의 엄마와 오늘의 나를 느끼고 누리지 못한다면 눈 깜박할 사이에 다른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오늘의 나를 고집하지 않되 오늘을 꽉 붙잡으리라. 많은 것이 내 뜻과 다르게 진행된다해도 지나치게 낙담하지 않으리라. 부수적인 일들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의 핵심을 부둥켜안고 가리라. 장자를 읽은 사람답게.  






** 출간소식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

 

제가 이끄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http://cafe.naver.com/writingsutra 카페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쓴 책이 나왔네요때로는 무대뽀로때로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열 분의 사례에서 벼락같은 암시를 받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만일 그대가 진짜 내 인생을 갈망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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