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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0일 22시 31분 등록

동지 팥죽과 새해 떡국.

날의 상징성을 자축하는 먹을거리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한 살이란 나이를 먹는다는 것.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오래전 박정자씨가 출연한 이 연극 제목이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원작 내용과는 달리 무언의 상징성이 주는 울림이 적잖았기 때문입니다.

엄마란 단어. 오십이란 나이. 그리고 바다의 발견. 도대체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요.


여자. 이 존재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성장환경도 그러했지만 여성 호르몬이 많아서일까요. 일반적 그들로 표현되는 특질들이 내게는 많습니다. 꼼꼼, 세심, 감성적, 예민 ... 대화를 나눌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녀들의 애환과 사연에 귀기울이다보면 동화되어 마음이 젖어집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형태를 쫓아 살고 싶은 건 아닙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분장. 빨간 매니큐어 손톱과 보라색 립스틱. 저렇게 꾸미고 다니려면 도대체 어떤 정성을 쏟아야할까요.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입니다.


대학교 동아리 MT. 여장 차림 공연의 퍼포먼스 시간. 난생처음 입어보는 미니스커트에 메이크업. 낯간지러웠지만 선배가 시키는 통에 패션모델마냥 모닥불 주위를 활보했습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 슬리퍼를 끌며 멋진 포즈도 취하였었죠. 찰칵 찰칵. 찍힌 사진을 뒤늦게 보니 스스로도 여자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작은 얼굴과 마른몸매의 각선미가 여성 옷에도 잘 어울렸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치마의 취약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바지와는 달리 바람이 밑으로 불어오기에 시원하기는 하였지만, 몰려드는 모기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사단도 일어났습니다. 평상시처럼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을 때의 낭패감. 뽀얀 속살에 하얀 속옷이 무방비로 노출되었으니. 여자로 산다는 건 번거로움이 많은듯합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오십대로 산다는 건?”

업무 주 대상의 파트너는 여성이기에 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너~무 좋아요. 마음도 안정적이 되고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신경 쓰며 키웠던 자식들이 대학교 졸업 후 자기 갈길 가고 결혼도 하니 이제 본인의 책무는 끝난 상황.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과 여유가 많아져 그렇다는 겁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 봉사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구성원들 대다수를 차지하는 뜨거운 에너지의 중년여성들. 자연히 소수의 남성들은 기가 죽습니다.

그녀들은 이야기합니다. 직장 다니다가 출산하고 애들 키우다보니 세월 다갔다고. 그래서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본인의 재능으로 보탬도 되고 싶다고. 그들의 넘치는 자신감이 아름다웠지만 괜스레 작아지는 상대적 남자의 왜소함에 가슴이 저립니다.


“그럼 남자들은 어떨까요.”

그녀들의 반응이 궁금하였습니다.

“남자들은 아니죠. 불쌍하죠.“

그렇지요. 절대 아닙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허리와 뱃살이 부풀어 오르는 시기가 되니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형과 술 한 잔을 나눌 때 자신의 결심인양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둘째아이 해외유학 마칠 때까지는 어떡하든 회사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그랬던 그도 이제는 불안한 내색입니다. 정년이 다가오니 이후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걱정이 된답니다.


백세시대 중반전의 남성. 후반전을 뛰어야 하는데 체력이 방전되어 갑니다. 그녀들에 비해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의식도 떨어집니다.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개업이후 3년 내 부도라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여유로움의 만개속 바다의 어장에서 만선의 꿈을 꾸는 그녀들. 하지만 다른 이는 깊고 깊은 심연 도사린 새로운 모험에 식은땀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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