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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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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7일 10시 24분 등록

오래전에 아주 재밋게 봤던 영화, 메트릭스가 생각난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중에도 백미는 많은 의문점을 갖게 했던 1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1편에서 주인공인 모피어스는 주인공 앤더슨(변화되기 전의 네오)에게 '지금의 세상은 가짜이며, 인간은 기계의 에너지로 배양되고 있다'라고 알려준다. 앤더슨은 납득할 수 없었고, 믿을 수도 없었다. 모피어스의 모든면을 부정했다. 그러기를 몇번, 앤더슨은 모피어스를 다시 만나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고 질문한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모피어스는 '빨간약과 파란약'을 보여주며 '선택을 하라’고 말한다. 빨간약을 먹게 되면 진짜의 세상으로 나와, 지금과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야 하고, 파란약을 먹게 되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원래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말해준다. 앤더슨의 선택은 아시다시피 빨간약을 먹음으로써 진짜의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이 바랬던 '구원자’(THE ONE)' 네오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네오는 왜 빨간약을 선택했던 것일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보장된 아무것도 없었는데...
살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은  '지금보다 나은 삶으로의 지향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네오의 행동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존재의 의미를 알고 싶었던 것일까? 시간이 오래된 영화다보니 영화에서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불확실성속에 자신을 던졌던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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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었다. 마음을 잡아든 구절 59페이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똑같은 실력을 가지고 후반전을 뛰어본들 또 한 번의 고배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1막에서 엑스트라였던 사람이 2막에서 돌연 주연으로 바뀌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가?
        마흔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극의 지루한 2막이 아니다.
        오히려 연극을 끝내고 진짜 현실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진짜의 현실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충분히 진짜의 현실인거 같은데 도대체 진짜의 현실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62페이지에 또 이런 글이 나온다.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내 지론이다
'진짜의 현실'과 '전환'. 두개의 단어와 생각들이 교차할 쯤, 느닷없이 이런 글이 써졌다. "꿈을 꾸고 꿈을 이뤄라. 사소함이 인생이니 그 사소함을 헛으로 살지 마라.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지말고 자신의 주도성안에서 살아라. 수동적인 '나'도 삶의 적극성과 주도성을 회복했다. 욕망안에 있던 '나'를 발견했고 사회와 환원하면서 살고 싶었던 '나'로 변화하였다. 꿈을 꾸고 꿈대로 살아라"

메트릭스안에서 존재하던 앤더슨도, 지금을 살고 있던 나도, 어쩌면 '내'가 사는게 아니라,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살았던 '나'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그걸 ‘가짜의 현실’로 정의하기로 했다. 그 안에서 갑갑해 하던 '나'를 보았고, 벗어나고 싶던 고민들로 호흡하던 '나'를 알아챘다. 그럴 쯤 문득 찾아온 메일 한통. '스스로를 찾아보고 미래를 그려보자'는 내용이었다. 단비같은 내용이었음에도, 나타나기를 갈구 했었음에도 망설임은 항상 지향점을 앞서나갔다. 영화속 ‘네오’도 그랬던 것일까. '가고 싶기도 했지만, 갈 수있을까?’ 하는 고민.

우연한 기회에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찾아본적이 있었다. ‘모든 것은 자신안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왜 그 흔한 끄덕임이 40살이 넘어서야 마음에 걸려지는 것일지’ 답답했다. 그렇지만 지금에라도 시작한게 다행이란 생각이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으면서 위안이 됐다. 마흔은 그렇게 진짜의 현실과 가짜의 현실을 구분하게 할 수 있는 나이인가 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모피어스는 나의 삶속에서 가끔 나타나곤 했었던거 같다. 택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망설임이, 현실의 바쁨이 ‘진짜를 막아선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었다. 빨간약을 먹을건지 파란약을 먹을건지.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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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0:44:33 *.18.218.234

제목 보고 화장실 귀신 이야기(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인가 싶어 클릭했더니

오오 이런 접근 좋네요. 

내가 나비 꿈을 꾸는 건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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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5:23:16 *.14.90.189

ㅋㅋㅋ 나도 제목보고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났는데...찌찌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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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0:53:16 *.146.87.24

맞아 맞아!를 연신 외치면서 봤습니다. 결국 선택인거죠. 우리는 모두 빨간약을 먹었네요^^

어떤 선택을 통해 마주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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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5:22:32 *.14.90.189

우리 모두 빨간 약을 선택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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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9:51:36 *.39.102.67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

이제는 선택을 믿고, 걸어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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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13:30:12 *.94.41.89

최근에 덜컥 빨간약을 하나 먹었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그래서 좀 힘들어요.

하지만 진짜 한걸음씩 걸어봐야 알 것같습니다. 매일 한걸음씩.

가끔 파란약도 필요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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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4 12:37:14 *.226.22.184

안녕하세요? 선배님.

버거울 때, 힘겨울 때, 차라리 파란약이었으면 좋겠다 싶을때가 많습니다.

물론 화들짝 '이래선 안돼'라는 의식이 막아서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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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3 19:51:01 *.5.22.92

부끄럽네. 내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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