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아랑
- 조회 수 1905
- 댓글 수 1
- 추천 수 0
변화경영의 시인 구본형을 추억하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는 2013년 4월 13일 저자의 사망 이후 2013년 7월 15일에 나온 책으로 그가 남긴 마지막 씨앗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생전에 강조한 죽음과 재생의 순환처럼 그의 죽음과 함께 마지막이 된 이 편지들은 남은 자들의 마음 밭에 심겨져 싹을 틔울 것이다. 변화경영전문가를 넘어 변화경영사상가이자 궁극적으로는 변화경영의 시인이 되길 원했던 저자. 그의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보면 그가 과연 시처럼 살다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의 구본형 칼럼과 추모게시판을 통해 저자의 마지막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삶을 다하기 3개월 전인 2013년 1월, 결국은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된 책, ‘그리스인 이야기’가 출간된다. 저자가 쓴 바에 의하면, 이 책은 ‘아프기 전’에 쓴 책으로 쓰는 과정 속에서 많은 기쁨을 얻었다고 한다. 출간이 되었을 당시 저자는 이미 심한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저자는 ‘그리스인 이야기를 제대로 한번 길게 강처럼 써 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실컷 살기를’ 원했다. ‘그리스인 이야기’가 향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되길 기대했으나 이 책은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됨으로써 저자가 바랐던 시리즈의 강을 만들지는 못했다. 삶의 마지막 고통이 오기 전에 기쁨으로 쓴 그의 마지막 저서, ‘그리스인 이야기’.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읽어 사람들이 그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던 저자는 ‘그리스인 이야기’를 남기고 그 스스로 별이 되었다.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자 그의 정신적 양식을 먹으며 성장한 제자들이 병문안을 왔을 것이다. 삶의 마지막이 축제이길 바랐던 그의 마음을 아는 제자들은 병문안의 분위기를 떠들썩하게 한 모양이다. 저자는 누운 채 두 팔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라며 삶의 환희를 보였다고 한다. 변화경영의 시인, 구본형. 그의 영혼은 그의 저서만이 아니라 그와 교감한 제자들의 마음에도 담겨져 모두를 시인이 되게 하였다. 제자의 추도사로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저자연구를 마무리 해본다.
추도사
한 명 석
(중략)
그래서 그대,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지
토끼풀로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주르륵 신발을 장대에 꿰어 해변을 걷고
시를 외우고 여행을 다니고 춤을 추었어
세상의 인기는 허망한 노릇이지만
나를 직접 아는 사람들의 선망은 갈수록 풍요롭다는
그대의 생각은 절대 옳았어
사람 마음에 뿌리는 씨앗이 가장 고운 꽃을 피우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이 지상 최대의 축복이네
병석의 그대를 응원하려고
정화는 꽃단장을 하고 왔고
이준이는 양모자를 쓰고 왔고
좌샘은 여행지에서 주워 온 연금술사의 돌을 쥐어 드렸지
승오는 아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도명수는 춤을 추었어
그대는 마법사로군
어찌 이리 많은 이들 가슴에 올올이 들어 가 앉았나
어찌 저마다 사랑받았다고 여기게 만들었나
마침내 병석에 누운 그대 두 손을 치켜 올려 환호하네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요!
너무나 이른 작별, 입관식을 보았어도 믿기지가 않지만
그래서 성공이야! 합격이야! 진짜야!
사람을 남기고 시처럼 살다 간 그대, 깊은 인생
(중략)
봄마다 그대가 사무칠 꺼야
봄꽃마다 아롱질 고운 생애 내 선생님
부디 편히 가시라
그대로 해서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마음을 무찔러든 글귀
6 그들은 단지 자신의 욕망을 깊이 들여다보고,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루어갔던 것이다. 무엇을 아주 잘한다는 것은 ‘멋’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전문성의 아름다움’이다. ‘나를 좋아하는 내가’ 되기를 기원한다.
1 잡다한 일로 꼭 하고픈 일을 못하는 리아에게
14 너는 성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이것이 내가 본 현재 너의 위치 좌표이다. 더 나쁜 것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인 줄 아느냐? 너 스스로를 잡다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후벼 판다. 이렇게 강도 센 말을 도대체 누구한테 하신 걸까? 자녀 또는 그만큼 친한 관계인 모양이다. 어쨌든 ‘잡다하게’ 쓴다는 말이 마음을 찔러댄다. 물론 지금의 나는 이렇게 잡다하게 쓰진 않는데 젊은 시절, 나를 참 잡다하게 썼다.
14 나는 여기서 네 힘이 새어나가는 것을 본다. 매일 글을 쓰지만 그 글들이 서로 모여 하나의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흐르지 못하는 것 같구나.
힘이 새어간다는 말도 마음을 찔러댄다. 유한한 인생에서 유한한 능력을 가졌으니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매일 글은 쓰는데 완성도가 없다는 걸 하나의 커다란 틀이나 방향을 잡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내 글의 키워드와 분위기는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15 네 하루하루의 글은 그저 잡다한 잡문이 되어 머물고 만다.
잡문이 아닌 명문으로 다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15 네 주위에는 파다만 조각상들만 즐비하다.
15 늘 글을 쓰니 나는 너를 작가라고 부르고 싶지만, 한 권의 책도 없으니 사회는 너를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있어도 작가라 불리우기는 부끄럽다. 한 권만 더. 입국카드 직업란에 ‘작가’라고 써보자.
15 너는 분산되어 있어 어디에도 온전한 너가 없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어느 것도 딱 떨어지게 마땅한 직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16 프로가 되려면 오래해야 한다. 오랜 집중과 반복되는 훈련을 거쳐야 한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을 고르라는 것이다. 좋아하므로 그 길고 오랜 여정을 견딜 수 있고, 그리하여 고된 수련이 주는 깊어지는 숙성의 기쁨을 얻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한 눈 안 팔고 매일 읽고 매일 쓰고 매일 중국어 공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의 키워드는 반복입니다.
16 너는 ‘절망적 용기’라는 이 기묘한 말의 뜻을 알겠느냐? 그것은 마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무엇이 나를 기다리더라도 나는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내가 택한 길을 따라 여러 언덕과 험준한 장애를 넘어갈수록 나는 내 길에서 물러설 수 없게 된다. 나는 나의 영웅이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용기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절박함과 헝그리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일부러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할까요? 뒤로 물러날 곳이 있어도 앞으로 가야 할 곳이 간절하다면!
17 그것이 프로다. 이것저것 쉬운 단계에서 잠깐의 열정으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습득되는 작은 재주를 자랑해서는 안된다. 아마추어의 다양한 재미는 결코 프로의 깊은 맛을 따를 수 없다.
그간 있지도 않은 잦은 재주를 부렸습니다. 이젠 좀 깊은 맛을 내보겠습니다.
17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하나의 일에 집중 투입해라. 이때는 반드시 이를 지원하는 습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나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두세 시간 글을 쓴다.
최근에는 매일 7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큰 변화입니다. 중국어 필사는 벌써 100일이 지났습니다. 다만 이걸 일정한 시간대와 결합해보겠습니다. 매일 7시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중국어 필사를 한다.
18 번거로운 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라. 정신과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너만의 쾌락을 구하도록 해라. 너는 특히 사는 맛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니 하루하루 즐겁게 살지 못하면 숨이 막힐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것들로부터는 자유로워지는 것이 좋다.
건강과 쾌락을 어떻게 매치하면 좋은지.
19 네 안에 들어 있는 무수한 아마추어들에 맞서라.
20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직업화 과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하다.
기술이 직업이 되어 먹고 사는 문제에 기여할 수 있어야겠지요. 노력해보겠습니다.
21 작가가 되어 살아도 좋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매일 글을 쓰고, 그 글들이 페이지마다 연결되어 같은 방향으로 물길이 되어 흐르게 해라. 혹 커다란 웅덩이가 나타나 물길이 막히고 고여 더 나아가지 못할 때도 쉽게 던져버리고 다른 주제, 다른 영역, 다른 재미로 도망가지 말고 매일 그 커다란 웅덩이를 조금씩 채워가거라. 그 거대한 웅덩이가 다 차면, 그때 비로소 호수가 만들어진다. 웅덩이가 클수록 호수도 커진다. 채우는 시간이 길수록 수량이 풍부한 호수가 되는 것이다.
매일 글 쓰는 건 하겠는데 같은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는 건 어렵네요. 방향과 키워드를 잡아야 할 터인데, 이번 남도여행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기억해라. 신은 누구에게나 공헌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맡겼다. 너를 잡다하게 써 낭비하지 마라. 너를 딱 맞는 네 일에 집중해 쓰도록 해라. 그리하여 오래 그 일을 배우고, 좋아하고, 이윽고 그 일로 먹고 살고 즐길 수 있는 통달한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
먹고 살고 즐기고. 남편은 자신의 기술(침술과 처방)에 경험이 쌓이면서 먹고 살고 즐기고 베푸는 단계가 가능한데, 저는 핵심기술이 없네요. 저만의 독립된 기술을 발굴해보겠습니다.
2 세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앞둔 리아에게
25 건강한 젊은 육체, 그것은 무엇을 하기에도 적합한 아름다운 것이지.
거꾸로 말하면 OOO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나이도 있을 것이니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주제를 아는 인생?
27 그때 그는 자신의 책상 서랍 맨 위 칸에 1달러짜리 지폐를 넣어두고, 그 돈이 그 곳에 존재하는 한 자신은 극빈의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위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젊고 명민한 5년을 자신에게 선물하면서 다음과 같은 마음의 약속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밥’을 멀리해봤고, 경제대공황 시절의 무직청년 캠벨은 ‘돈’을 멀리해본 거죠. 밥과 돈이 아닌 저를 구속하는 것은 무얼까. 그 구속의 상징은 무엇일까 역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27 아무런 책임질 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즉 방랑을 할 때는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다음 두 가지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하면 안 된다. 하나는 굶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다. 방랑하는 시간은 긍정적이다. 성취에 대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
27 지난 삶 자체가 하나의 줄거리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절, 그 순간에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뜻밖의 일이 또 다른 뜻밖의 일을 뒤따르듯이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돌아보면 그야말로 완벽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모든 것이 그야말로 ‘뜻밖이며, 그야말로 적시’인 것이다.
그러게요. 인생은 우연지사의 반복이네요. 뜻밖이며 적시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아이를 키워봐도 분유를 먹였던 게 아득하게 느껴지면서도 엊그제 같기도 한 그런 모순적인 느낌이 있어요. 뜻밖이며 적시라..
29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거라.” 일단 그런 느낌이 생기면 그 느낌에 머무르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도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아들래미가 야구를 하다가 방망이에 공이 맞는 그 순간, 어떤 느낌이 왔는지, “아! 느낌 있다!”하더라구요. 그 느낌이 오려면 무수히 많은 방망이의 휘두름이 선행되어야겠지요.
31 우연을 도약으로 승화시킨 인물들의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지금 가지고 있는 불안전한 안정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 돌아섬, 그것은 포기나 실패가 아니다.
32 세상 속에 내 생각 하나가 숨 쉬고 자라나게 하는 작은 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내 마음대로 작동하는 우주 하나가 생겨나는 것이다.
33 너의 두려움, 그 두려움 앞에 움츠러드는 열정, 그리고 막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불안은 오히려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나팔수들이다. 바로 너의 정신적 각성이 인생의 변곡점과 도약점에 서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여행의 마지막 일정을 네 미래로 가득 채우길 바란다. 꿈은 미래를 지향하고, 마음은 현재의 살아 있음을 감지할 때, 삶은 올바른 방향으로 지금을 음미하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김호 대표님의 bad news.
3 리아에게 - 젊음은 미리 늙지 않는 것이다
40 나는 종종 젊은이들이 너무도 빨리 밥벌이와 친해지는 현상을 보곤 한다네. 너무도 빨리 ‘경제적 필요’에 무릎을 꿇는 것을 자주 목격하지.
저는 밥벌이랑 제일 늦게 친해졌어요. 지금도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어요.
41 생각해보게. 지금은 지식사회이고, 창의성이 최고의 미덕인 시대라네. 기업은 창의성에 목매고 있지. 그런데 열 명의 대학생 중에서 아홉 명은 비슷한 인생을 가지고 있다네. 비슷한 생각, 비슷한 경로, 비슷한 스펙에 꽁꽁 묶여 있지. 우습지 않은가? 자신만의 차별적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창조성이 생명인 사회를 맞이한다는 말이네.
인생 스토리는 차별적인 거 같긴 한데 뭔가 묵직함이 없는 거 같네요. 뭔가 부족한 2%만 찾아내면 될 것 같은데.
41 나는 젊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아주 많은 우연한 사건들’ 속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요기라고 생각하네.
노출이 뭡니까. 우연한 사건들에는 많이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젊을 때 이야기이고 지금부터는 의식적으로 우연한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41 누군가의 삶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되려면 그 사건들이 흥미진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커다란 사건만을 추구하라는 뜻이 아니네.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든 그것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낼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네.
42 이 글을 다시 구성하며 다듬는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체 게바라).
이 글을 쓰는 나는 내가 아니다.
43 체 게바라는 그 여행에서 이런 장면들과 무수히 마주치면서 의사도 성직자도 아닌 혁명가로서 길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네. 잘 생각해보게.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전해지는 깨달음의 크기가 인생을 바꾸는 것이라네. 사건을 해석하는 힘을 키우고, 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우주가 천둥처럼 전하는 그 목소리를 놓치지 말게.
44 젊음은 젊음으로 인생에 기여한다네.
44 부산 강연은 경제적으로도 좀 남는 비즈니스였다네. 고맙네.
‘남는 장사’였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4 결혼을 앞둔 리아를 위하여
52 그리고 또 한 부류는 ‘신성한 잉여의 아름다움’이라는 유혹에 민감한 인간적인 인간이라네. 인간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정신적 관심과 욕구가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기 때문이네.
53 자연은 실용적이지 않아. 자연은 넘쳐흐른다네. 그때 장관을 이루게 되지. 역설적이게도 필요를 넘어서는 잉여. 그것이 바로 문화라고 생각하네. 자연과 문화는 반대되는 것 같지만, 인간의 정신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태초의 스승은 바로 자연이었다네.
53 창조적 불화
54 나는 이 불협화음을 튜닝이라고 부른다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악기가 되는 것이네.
54 결혼은 ‘관계라는 제단에 자신을 헌신하는 것’임을 늘 기억해주기 바라네.
상대방에의 헌신이 아닌 관계에의 헌신이라.
54 또 하나는 결혼을 통해 서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네.
54 사랑은 상대방을 꽃피게 하는 것이라네.
54 상대방이 그 사람의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가장 훌륭한 스폰서가 되어주는 것이라네.
나는 남편의 스폰서인 거 같은데 그는 나의 스폰서인지 최근엔 좀 물음표.
55 그대들 두 사람의 삶을 지켜보는 우리는 음악회에 온 청중이네. 우리를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주게. 그리하여 ‘브라보’라고 외치게 해주게.
5 남자 고르는 법에 대하여 – 사랑에 빠진 리아에게
59 모든 사랑은 그렇게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61 아직 정신이 온전할 때 참고해두면 좋겠다.
61 “저들을 용서하소서.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 악은 바로 자기 성찰이 부족한 곳에서 생겨난다.
한나 아렌트의 ‘평범한 악’의 개념.
62 착한 사람들이야말로 자기 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62 차가운 인간에게서 날카로운 지성의 힘을 느끼기도 하고
63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힘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64 남자를 고르는 마지막 기준은 자신의 재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남자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자기다울 때다. 잘 맞는 일에 몰입하고 있을 때 사람은 아름답다. 가수가 노래할 때, 춤꾼이 춤출 때,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작가가 그 글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가장 멋진 최고의 풍광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능으로 먹고 살고, 어울리는 최고의 풍광 속에 나를 놓아두자.
65 그 사랑이 사랑이려면 둘이 잘 어울려야 한다.
65 사람이 어울려 사랑이 되는 것이다. 그 사랑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려면 같이 있을 때가 홀로 있을 때보다 더 고와야 한다. 그러니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된 듯 여겨질 때 그 사랑은 빛나는 것이다.
66 홀로 있을 때는 작아 보이다가도, 그와 같이 있으면 그로 인해 내가 크게 돋보이고 그 또한 그러하다면, 그 사랑은 잘 어울려 행복한 사랑이다.
66 스스로 가장 잘하는 것으로 유혹할 수 있는 남자는 사귀어 깊이 빠질 만하다. 그 외의 것들은 다 허상이다. 있으면 좋은 것들이나 그것에 기대지 마라.
66 사랑하는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임을 알게 되었다.
66 재능을 다해 살아보려고 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66 너로 인해 세상의 한 조각이 기뻐하게 해라.
6 제발 떠나게 – 일밖에 모르는 리아에게
71 그 시원한 비 맛은 내가 일상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지.
72 오후 3시의 이국땅은 흥진진진한 탐험 대상이라도 되는 듯이, 피곤을 모르는 호기심으로 당장 가봐야 할 그곳으로 달려가기 위하여 서두르고 있었다네.
72 내 돈 한 푼 쓰지 않는 여행이지만 공짜에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듯이 출장은 여행이 아니라네. 나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네. 나의 일정은 이미 짜여 있고, 나의 시간은 이미 하나의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그저 비즈니스의 연장에 불과한 것이었다네.
73 오래 미루어둔 여행
73 왜냐하면 그때는 이미 육체가 모험을 거부하기 때문이네. 정신 역시 새로운 공간에 열광하고 도취하며 삼빡하게 반응하는 쾌감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네. 여행의 맛은 육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어야 그 맛을 십분 향유할 수 있다네.
설레임과 심드렁 사이에 세월이 있습니다.
73 우리는 모험의 정신을 잃어버린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네.
73 젊디젊은 뛰는 흥분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자신이 확장되어가는 짜릿함을 즐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
74 자네는 모든 것을 뒤로 미루는 못된 버릇이 있네. 마치 인생의 끝에 모든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나 한 것처럼 말이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네.
74 젊어서는 돈을 벌기 위해 젊음을 쓰고, 나이 들어서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돈을 쓰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네. 그때그때 미루지 말고, 그때의 정신으로, 그 순간 인생에 찾아 든 기쁨을 추구하라는 말이네.
자식 키우는 재미나 기쁨 외에 이 순간 인생에 찾아 든 기쁨이란 무엇일까.
74 한국이 아닌 곳에서 다르게 살고 있으나 그 생활이 나의 생활이 되어도 괜찮은 수많은 사례를 만나는 것이지.
75 내가 아침마다 감탄과 함께 새날이 밝아오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 순전히 여행의 덕이라면 자네는 믿겠는가? 그러나 사실이라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그때 열렸던 것이라네.
76 늙어서 놀아보니 그 놀이가 기대한 그 맛이 아니라는 것이네.
76 남들이 일하는 벌건 대낮의 의미로부터 벗어나
77 나는 여행을 내 삶을 아름답게 하는 ‘10개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격상시켰다네.
77 나이가 들어서는 그때에 어울리는 점잖은 여행이 있기 마련이지.
77 내가 해보지 못했으나, 그들이 해보고 있는 그 많은 대안적 삶들, 한국의 세계관과 전통 때문에 하기 어려운 그 일들이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는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이 새로운 해방과 정신의 열림.
78 그동안 반은 학생이고 또 반은 직장인이던 그대가 올해는 터닝 포인트를 계획하는 대장정에 오르길 바라네.
78 배우지 않고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라지 않을 것이네. 성장정체라는 질병에 걸린 것이지. 어려서 우연히 형성된 그것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일관성이 되어버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내가 어려서부터 알아온 그대가 그대의 모든 것이라면 그대는 탐사할 매력을 잃은 별에 불과할 것이네.
7 생전 처음 쓰는 아버님 전 상서
84 그저 제 속의 아버지를 털어놓으며
84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사업을 했던 분”
84 “집에서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너야.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너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더 노력해야 할 거야.”
누님의 이 말이 인상적이셨나봐요. 선생님의 변화에 어떤 씨앗이나 동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84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우유부단하며 야무지지 못하고 그저 사람만 좋은 분, 그게 아버지에 대한 우리 가족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88 ‘저 분이 내 아버지다.’라는 즐거운 생각에 젖어 제법 긴 그 길을 내려갔습니다.
89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빛나는 순간을 아주 많이 기억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좋은 아버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89 그리하여 스스로 그 아름다운 순간을 거쳐 왔음을 잊지 않게 해줄 수 있다면 아주 멋진 아버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0 한때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르고 일찍이 과부가 된 홀어머니를 애타게 했던 분, 해방 후 가장 젊은 나이에 책임 있는 공직에 있었으나 답답해 일찍 나온 분, 그리고 나와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업을 하신 분, 그래서 가족을 내내 고생시켰던 분, 그러나 너그러운 마음의 신사였던
한 남자를 기억합니다. 여름이 익을 때, 흰 국화를 들고 찾아 뵙겠습니다.
8 리아야 – 원하는 일에 너를 던져라
95 작은 일 하나가 어떻게 그렇게 귀엽게 커 나가는지 신기하다.
95 사람의 타고난 재주란 바지 속에 넣으면 뾰족한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밖에 없는 송곳같은 것임을 떠올리게 된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감출 수 없는 것이 타고난 재주가 아니겠느냐.
타고난 재주와 사랑 그리고 구멍난 양말이 그러하다지요.
99 이제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고 관심을 가지고서 제 소품들을 사고 싶다고 합니다.
99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내 담담해지면서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공헌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100 그때는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그것은 우주가 오래 기다리다가 일을 도와주기 위해 스스로 펼쳐지는 것과 같다.
100 데이비드 봄(David J. Bohm, 1917~1992)
101 눈에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잉크 방울은 여전히 질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잉크 방울이 가진 질서가 글리세린 안에 접혀 들어가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물리학에서는 그런 질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잉크 방울을 하나의 고정된 존재 상태로 보지 않고 여러 번의 회전 속에 접혀 들어가 있는 작은 물방울의 조합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101 ‘나’라는 존재는 한 방울의 잉크처럼 지금의 나로, 응결된 실체로, 가장 국소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만, 원래의 나는 온 우주에 여러 번의 회전으로 접혀 들어가 있는 미세한 미립자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지. 그러므로 나는 내 속에 분리되지 않은 우주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네. 그러니 어느 날 불현듯 우주적 공명에 내가 떨림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기쁨에 내 영혼이 환호하는 이유도 그렇다. 숨이 멎을 듯이 아름다운 어느 풍광에 압도되어 오직 감탄만이 내 입술에 머물 때도 나는 우주적 존재로서의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02 네 정신은 온 우주에 퍼져 있던 질서를 잊지 않고 있다. 하나의 일이 벌어지면 그것과 연관된 사람들과 사건들이 하나씩 펼쳐져 등장하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신비한 단어, ‘마크툽(maktoob: 미리 쓰여 있다)’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마음이 감응하는 것이다.
미래의 기억!
102 바야흐로 너의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기 시작하는구나. 이때는 오직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이 일에 너를 던져 넣어야 한다. 헌신이란 그런 뜻이다.
9 졸업을 앞둔 리아에게 – 직장 구하는 법에 대하여
107 겨우 그 맛만 보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 자유는 끝나가고, 빡빡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107 여기저기 숲을 기웃거리고 이 일 저 일 해보다 보면 운 좋게 마음을 끄는 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천직을 찾아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108 직장은 마치 천직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머무는 연옥과 같아서 그 속에서 수많은 희로애락을 거치게 되고, 이 일 저 일을 맛보고 수련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나는 이 직장에서의 수련이 천직으로 가는 길로 이어지는 또 다른 통로라는 것을 알고 있다.
109 취업은 삶에 대한 자세와 재능을 파는 것
110 이제 취업은 과거의 기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세와 태도, 그리고 재능을 파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110 시선을 다양하게 돌려,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아주 괜찮은 기업을 찾아보는 것이다. 마침 탐험을 하듯 말이다.
111 특별한 가치
111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학교를 막 마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111 그러나 어떻게 쓰고 무엇을 강조하며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각도의 자기소개를 할 수 있다.
112 이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면 좋다.
112 사적이고 정신적인 도약이 이루어진 순간도 빼놓지 말거라.
113 비슷한 경험이라도 그 속에서 어떤 배움과 깨달음이 있었는지에 따라 사람은 성숙의 깊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객관적 경험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이 네게 무엇이었는지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113 재능에 해당하는 것은 온갖 종류의 재주와 기술력과 전문성을 말한다.
114 사회생활을 통해 너는 자유와 단결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묘책을 찾아내야 하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사회생활만이 아니라 결혼생활에 있어서도 ‘따로 또 같이’를 위한 묘책을 찾아야 한다.
10 마침내 화가가 된 리아에게
120 예술이 밥벌이가 되고, 작품이 상품이 되고, 인생은 요령이 되어가는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네. 자네가 가진 미술에 대한 애정이 순수할수록 자네의 하루는 스스로에게 기만적이고, 영혼을 파는 것 같은 모멸이었던 것 같네.
120 밥벌이는 되었지만 혼을 잃어가는 생활이라고 여겼는지
121 그대 얼굴에 일상의 흔적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네.
121 일을 끝내고, 그래 밥을 벌어야 하는 시간을 끝내고
122 나는 그때 자네가 ‘얼굴의 화가’로 자신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네.
123 “매일 그리자. 천 개의 얼굴을 그려보자. 그러면 마음이 본 것을 손이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123 자네가 드디어 매일 그리기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124 왜냐하면 나는 이미 ‘매일의 맛’을 알고 있기 때문이네.
저도 그 매일의 맛을 통한 접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124 미래도 과거처럼 확실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매일의 힘과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또한 믿고 있기에, 나는 ‘매일 그리기’가 ‘얼굴의 화가’라는 그대의 꿈을 이루게 해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네.
글 다음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게 그림이라 매일 그리기도 언젠가 시도하고자 합니다. 다만 지금은 잡다하게 저를 쓰지 않기 위해서 참고 있겠습니다.
125 각자 자신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의 세계를 애정으로 지켜보는 가족의 사랑을 그려주게.
125 지금 주문하니 때가 되면 그려주게.
126 지금 자네는 미술 옆에 있고, 매일 미술과 함께 있으며, 미술을 통해 밥도 먹고, 미술을 통해 자기실현도 해가니, 그것이 진정한 화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우와 진짜 부럽네요. 미술을 통해 밥을 먹고 미술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고 급기야 ‘화가’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되다니.
126 비로소 세월 속에 그대를 닮게 되었네. 축하하네.
11 좋은 사장이 되고픈 리아에게
131 햇빛 알갱이들을 삼키세요.
132 우리의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해라…….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을 재미로 하자.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132 야전 사령관의 막사에 놓인 한 권의 시집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그래요. 우리는 한 권의 시집과 포도주 한 병과 빵 한 덩어리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기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전쟁의 와중에도 놓아두고 나누는 정신을 키운다면 멋지다 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132 그들은 기부를 팝니다. 그들은 새로운 각성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우연히 혜택 받은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가장 많은 삶의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인생에서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겠지요. 말하자면 어떤 정신적 도약을 경험하게 된 것이지요.
저는 좀 반대인데, 어릴 적 가난해 봤기에 오히려 지금 나눌 수 있게 되었어요.
133 기부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지요. 계몽된 부자들에게는 좋은 집과 멋진 자동차, 명품 가방이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기부와 나눔이 그들의 특권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을 보여줄 명품이 된 것입니다. 이때 그들은 세상의 부를 다 끌어 모으는 탐욕스러운 부자에서 가지고 있는 부를 나누어주는 훌륭한 리더로 도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 이건 저도 한 생각인데, 기부가 럭셔리. SNS에 명품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 자랑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싶어서 저는 자랑 많이 합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명명백백하게 알도록.
133 정신적 전환/ 지난 100년 동안 기업은 가장 성공적인 조직이었습니다.
134 사회와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윤리성, 그리고 그 진정성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촉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34 그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환경보전과 인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성공을 안겨준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업의 공공성이 커지게 되었지요.
그런 점에서 저희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35 진정성을 “스스로의 이미지에 일치하는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고 규정합니다. 난 이 정의가 참 좋습니다. 외면적 이미지와 내면적 자아 사이의 일치가 일어나면 좋겠지만 사회적 인간은 그렇게 될 수 없어요.
135 완벽한 일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면적 이미지와 내면적 자아 사이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135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나누는 기업입니다. 서로를 ‘우리’라고 부릅니다.
136 그 지역사회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기업은 뿌리를 내린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자신의 번영과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인식에 이릅니다.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준 사회에 대한 보답,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와 함께 하는 경영의 단계에 이름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얻게 됩니다.
환자들과 함께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수원역 노숙자들에게 쌍화차와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등 환자와 함께 하는 슬픔과 나눔에의 동참은 참 의미가 있더군요.
136 인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수준
136 이때 조직은 자신의 철학과 구체적 과업을 통해 인류에게 봉사하는 단계에 이름으로써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위대한 기업으로 진화한 것이지요.
137 선언적 차원을 넘어서 일상의 현실과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137 얼마나 존경 받는 기업이며 누구나 근무하고 싶어 하는 기업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137 본업에서 스스로의 이미지에 걸맞은 내/외면적 조화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합니다.
137 이 지구와 자연에 대한 존중/ 직원에 대한 존중
138 행복한 직원/ “행복한 젖소가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해낸다.”
138 먼저 정신과 영혼을 다듬을 아카데미를 만드세요. 이 아카데미와 일터가 분리되지 않는 현장에 되게 하세요. 학교와 현장이 분리된 것이 사회의 모순입니다.
138 일터는 우리가 스스로를 알아가는 현장입니다. 헌신함으로써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일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성과를 창조할 수 있도록 일가 관심사를 연결해주어야 합니다.
138 리더쉽이란 “우리가 함께 해냈다.”라고 외치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성공 뒤에 ‘우리’라는 명료한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139 희생이야말로 자발적 헌신을 막는 가장 비참한 단어이기때문입니다.
139 유일하면서도 차별적인 최고
139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안한 끊임없는 변이입니다.
표현 좋네요. 생명의 출렁임, 거친 호흡, 구름처럼 불안한 끊임없는 변이.
12 대범하고 거침없이 다시 그대에게
144 역사는 결국 인물이고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유한한 인간들의 무한한 투쟁, 이곳에 잠들어 있으나 그 업적으로 삶의 유한함에 도전한 인물들의 영혼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그대로인데 인물만이 왔다가 스러집니다. 그 짧은 눈깜박임의 순간에 남길 수 있는 그 무엇. 그 무엇을 빚을 것인가를 고민해야겠습니다. 글일지 그림일지.
145 이름만으로 르네상스를 느끼게 했던 거장들의 숨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껴본다는 것이야말로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현장의 기쁨이 아닐는지요.
여행을 통해 위대한 과거의 정신을 만나는 선생님의 여행방식. 저도 닮아보려구요.
145 마키아벨리가 그를 두고 ‘운명으로부터, 그리고 신으로부터 최대한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고 쓴 바로 그 사람입니다(로렌초).
145 할아버지 코시모와 손자 로렌초의 재력과 지원이 없었다면 피렌체에 그 많은 천재가 몰려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 도시가 당시로서는 꿈꿀 수도 없는 웅장한 규모의 르네상스 발상지가 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147 코시모와 도나텔로는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감동적이지요? 삶과 죽음 모두를 나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147 500년이 지난 지금도 피렌체는 관광객으로 붐빕니다.
147 우리가 보는 것은 남겨진 물건뿐 아니라 그 물건을 만든 위대한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시뇨리아 광장에서 그 유명한 <다비드> 조각상을 보면서 나는 스물세 살의 미켈란젤로를 생각합니다.
그러게요. 저는 스물세 살에 뭘 한 겐지. 지금부터라도 영혼을 나르는 수레의 바퀴라도 만들려구요.
148 도시 자체가 걸작이었고
148 언젠가 1년쯤 로마에서 살면서 100번쯤 이 박물관을 들락거려야겠다는 생각만을 품고 나왔지요. “언젠가 오래 둘러보리라.” 이것이 바티칸에 대한 내 소감입니다.
‘언젠가 오래’라는 말에서 딱 막히네요..선생님의 마지막을 알고 글을 읽으니 마음 한 켠에 바람이 입니다.
149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마치 조국에서 사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이런 공간에서 살아보면 자연스럽게 정신이 자유롭게 될 것 같습니다. 북쪽은 막힌 반도라 섬과 같고, 이런 막힌 공간에서 단일민족이 살아가려니..뭔가 좀 답답한 감이 있어요.
149 거지는 상대의 옷차림으로 그의 출신지를 알아차리고, 그 나라 말로 “한 푼 줍쇼.”라고 말을 건다(몽테뉴, 여행일기).
남대문에서 상인들이 “니하오”, “피엔이바”, “도모다찌”, “good price, OK?”하면서 짧은 어휘를 대충 이야기 하면서도 어쨌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보고 저게 진짜 언어능력인데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HSK니 토익이니 다 무슨 소용인지, 현장에서 써먹는 소통능력과 거래성사능력이 중요하겠지요.
150 다양성의 존중이란 참아야 하는 갈등과 불편이 아니라, 특이성과 차이에 대하여 전혀 개의치 않는 대범한 정신이라는 것을. 사방으로 뻗은 로마의 대로를 통해 바람이 거침없이 통하듯 자연스럽고 대범하게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지요.
150 “아리오소(arioso), 대범하고 거리낌 없이”
150 자기 경영은 바로 세상에 대한 아리오소입니다. 모든 방향에서 불어오는 다양한 바람에 몸을 싣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것입니다. 인생은 날아오르는 것이며, 솟구치는 것이며, 마음을 좇는 것이며, 새로운 차원과 공간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4차원과 5차원을 지향함으로써 경계를 넘어 새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아 진짜 하나 하나 선동적이고 시적입니다. 따라할게요. 인생은 날아오르는 것이며, 솟구치는 것이며, 새로운 차원과 공간을 모색하는 것, 4차원과 5차원을 지향함으로써 경계를 넘어 새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인생.
151 자기 경영은 바로 내 속에 묻혀 있는 인간을 일으켜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지요.
얼른 관에서 깨어나 일어나라.
13 신이여 저를 다 쓰소서
156 이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모든 것은 미리 쓰여 있는 것이니 때가 되면 감이 떨어지듯 그 일은 생기게 마련이구나 했습니다. 그것이 당신께서 역사하시는 방식이니까요.
미리 쓰여 있는 것을 해석하는 것이 관건이겠습니다. 까막눈에서 얼른 벗어나야 할 터인데요.
157 인생의 중반에 길을 잃고 어두운 숲 속을 헤매는 단테를 불쌍히 여겨,
단테가 헤맬 때가 인생의 중반이었군요. 중년은 영혼의 사춘기인 건가요. 몸이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정신의 몸부림.
158 그렇게 단테의 정신적 모험은 지속됩니다.
159 신앙이란 믿을 수 없는 지점에서 믿는 것이며, 영적 모험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159 오직 보기를 원하는 자에게는 충분한 빛이 있고, 이와 반대되는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충분한 어둠이 있다.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이겠지요. 윤광준씨가 말하길 너무 잘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어떤 메시지든 제대로 수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 까닭이라고 하더군요. 가능한 열린 마음, 열린 귀로 모든 메시지를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필터링은 마음에서 알아서 할 터이니 일단 수용 먼저.
160 그러나 문득 바람처럼, 달빛처럼 제가 당신의 존재를 느끼자 당신은 온 세상에 가득하십니다. 1년 내내 피지 않았던 난꽃이 제 생일에 맞추어 피었습니다. 그날 그 눈이 쏟아진 것은 오직 저를 위해서였습니다. 오지 않던 전화가 걸려온 것도, 뜻밖의 선물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전달된 것도, 모두 당신의 현존입니다. 어찌하여 우리는 이렇게 달라지는 것인지요. 오직 보기를 원하면 도처에 불빛이 켜지고 모든 우주가 밝아집니다.
진짜 그런 순간을 겪으신 건가요? 난꽃이 생일에 맞춰 피고 눈이 쏟아지고 전화가 걸려오는? 여러 우연이 겹쳐 일어나면 그건 우주에서 보낸 메시지가 맞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신을 체험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어느 날 바람에 실려 오는 종이 조각에 적힌 무심한 메시지의 내용을 상상해봅니다.
161 이제 ‘시처럼 산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161 제가 두려워하더라도 용기를 주십시오.
162 저에게 주신 재능을 다 쓰고, 제게 맡기신 이 세상에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당신이 주신 재주를 남김없이 다 발휘하여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돕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에 소명을 일깨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으로 스스로 바뀌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다른 이들의 행복에 참여하도록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한테는 많은 재능을 주신 것 같지 않지만 역할은 주셨을 거 같긴 해요. 잘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4 나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167 모두 17권의 저자가 되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1남 1녀의 엄마가 되었다..외에는 딱히 남길 말이 없는데. 13억 인구의 마음을 움직인 외국인 필자가 되었다..라는 말을 남길 수 있게 되길. 50세가 되기 전에!
168 자연은 이때 극성의 정점에 다다른다. 너는 늘 여름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네게 편지를 쓰면서 나는 생각해보았다. 아주 오래 전 에페수스를 고향으로 여기는 한 사내가 있었지. 그 사내는 “모든 것은 흐른다.”라고 말했지. “판타 레이(panta rhei).”란 말로 그는 유명해졌지만, 그 말은 또 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오해를 낳게 했던가!
168 그 역시 흘러가버린 것/ 168 하나는 숨어 있지.
169 그것은 언제나 삶 속에 숨어 있었고, 삶이 익어감에 따라 그것도 익어가고 있었던 것이야. 그게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기도 하지.
169 숨어 있던 잠재성/ 이성이 진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법은 없어.
169 모든 것을 자신의 밑구멍으로 쓸어 넣어 땔감으로 삼아 영원히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고 싶어하는 불,
170 나는 그저 그 긴 세월을 지탱해온 시시한 일상이고, 너는 진정 나답게 되는 선봉장이었지.
170 고등학교 3년간 해왔던 이과 공부를 때려치우고 재수하면서 문과로 전환한 일, 20년 다니던 회사를 훌훌 떠나 인생의 중반에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것,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모두 네 덕이야. 내 인생의 별난 변곡점에는 늘 네가 있었지.
저도 이과에서 문과로 전환하고 그래서 심지어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시험을 보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저의 변곡점엔 내 안의 너가 아니라 어떤 병인(病因)이 도사려 온 것 같습니다. 육체를 선동질한 게 아니라 오히려 브레이크질 했던 사고와 병이라는 이름의 너.
171 황홀한 몰입/ ‘저절로 흐르나이다’라는 영혼의 뽕맛을 즐길 때쯤이면,
아, 중국어로 저절로 흐르는 뽕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영혼을 담아.
171 대단한 필력을 가진, 진짜 질투 나게 하는 글의 힘을 보여주는 사람의 글을 읽고 스스로 나의 자리로 물러설 참이면,
그러나 필력만이 아닌 근력의 힘이 더 무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력에서 필력이 나오는 것이니, 매일 매일의 근성을 키우는 것이 관건.
172 다 읽고 서명하도록 해라.
살짝 재미있었어요. 유머감각 없는 분의 유머에서 느껴지는 썰렁한 웃음이지만.
172 혼자서는 볼 수 없는 두 개의 시선을 가지고, 일상생활의 제한된 지평을 넘어 세계를 보고 더 넓은 전망과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다. 철학이란 전체를 보는 것이니까. 나는 현실을 볼 테니, 너는 이상을 보아라. 나는 사회를 볼 테니, 너는 개인의 욕망을 보아라. 나는 늘 깨어 의식할 테니, 너는 늘 잠자며 원형의 무의식으로 남아 있어라.
173 때가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은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햇빛 속에 비추게 될 것임을. 모든 대극적인 것은 ‘잠재적 관계’로 서로 동반하는 것이니, 화해는 투쟁의 한가운데 있음을 명심하자.
173 꽃이 매달린다.
173 긍정적 진화의 기준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의 양이 얼마나 늘었는지, 또 숨겨진 힘을 얼마나 밖으로 잘 드러낼 수 있었는지이다. 이를 지표로 삼아 평가해보자. 앞으로 너와 내가 만들어갈 ‘더 큰 나’는 변화경영전문가라는 테크니션으로부터 변화경영사상가로 확장될 것이다.
10년만이라도 더 살아계셨다면 전문가에서 사상가로의 변모가 더욱 구체적으로 이뤄지셨을 터인데. 하지만 마음 속에 실현되지 않았을 지라도 그러한 꿈과 지향점을 품고 계셨다는 것이 또한 부럽습니다.
174 자신의 인생을 시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사업이 있겠는가? ‘시처럼 산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요새 ‘신화의 힘’을 읽으며 캠벨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구나 싶었습니다. 시처럼 사는 인생.
174 다른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다오. 나를 떨리게 하고, 내가 우주적 메시지에 접할 수 있도록 너의 깊은 원형적 무의식을 통찰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다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조화로웠다 말하게 하자.
174 숲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요란한데,
174 모든 나무가 들고일어나 머리를 풀어헤치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춤추는 듯했다. 나도 춤추듯 걸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여름다운 것은 없으며 그것처럼 당황스러운 것도 드물지만, 일단 젖고 보면 그것처럼 즐거운 하나됨이 없다. 나는 너를 비처럼 받아들여 흠뻑 젖을 것이다. 너는 나를 나무처럼 춤추게 하라. 그리하여 우리는 비 온 뒤의 숲처럼 되자.
이 표현 너무 좋다. 슬리퍼에서 찰박거리는 빗소리. 소나기에 젖은 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과 티셔츠.
내가 저자라면
내가 저자라면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으로 유년시절부터 중년까지의 나 또는 자녀에게 편지를 쓸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미래에서 온 주인공이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자 과거의 자신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내고자 했던 그 심정으로 쓴다면 더욱 진심이 실릴 것이며, 다른 이들의 인생마디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유년시절~사춘기의 문턱
유년시절에게 보내는 편지의 대상은 나의 아이들이 될 것이다. 유년시절부터 사춘기의 문턱에 이르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여러 사람들의 유전자가 시간을 두고 흘러 현재의 내가 된 것이다. 민족이 신화를 알고, 국민이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듯 개인은 개인사와 더불어 조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스스로를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내가 파악한 선에서 아이들의 조부모, 외조부모, 증조부모, 외증조부모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비록 단편적인 이야기 조각들이겠지만 그 조각들을 맞춰 스스로의 정체성 퍼즐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청년시절
이 때를 돌이켜보면 ‘한바탕의 꿈’같은 시절이었다. 피를 깎는 노력도 두드러지는 성취도 없었지만 그 시절이 ‘한바탕의 꿈’같이 소환된다는 점에서는 그럭저럭 잘 보낸 거 같다. 하지만 ‘즐겁게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재주’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생의 낭비가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많은 경험에 스스로를 노출하면서 좀 더 능동적으로 평생의 필살기를 찾았으면 좋았을 시기였다. 외국어만큼은 하나를 진득하게 했으면 좋으련만 이것 저것 건드리기만 했다. 여행을 좀 더 많이 하고 모험도 좀 더 많이 했었으면 좋았겠다. ‘죽기밖에 더하겠어’라는 주문은 이 시절에만 통한다. 가정을 이루니 맞아 죽을까봐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게 된다. 한바탕의 꿈처럼 살되 평생의 필살기를 만들어라가 주된 메시지가 되겠다.
반려자를 찾는 시절
제대로 된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살아보니 알겠다. 반려자를 찾는 안목이 형성되는 시기와 사랑에 빠지는 시기가 엇박자라는데 인생의 짓궂음이 있다. 인생의 절정인 시기, 온 몸이 매력덩어리일 때 사랑에 빠지지만, 가장 감추고 싶은 약점을 드러내고 공유하고 그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주고 싶다.
중년시절
이 시절은 그리움의 시절이다.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마음은 여전한데 몸은 시간의 흔적이 새겨져 당황스러운 시절이다. 아득한 옛날같은데 바로 엊그제같기도 한 시간감각의 변덕스러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때이다. 이 시절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쓸 것이다. 과거의 회상도 아니고 미래의 기대도 아닌 현재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잡아 써내려 간다면 아직 40대를 맞이하지 않은 시절의 사람에게는 그 나름의 메시지를 찾아 자신의 40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공간과 육체에게
우주를 떠돌던 영혼이 알 수 없는 조화로 이 시대 이 공간에 여성의 몸으로 들어와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일제식민지 하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조부모의 월남 덕에 북한체제 아래서 살지도 않게 되었다. 나치 독일의 국민으로 태어나지도 않았으며 그 시절의 유태인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팔레스타인인으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현재의 시리아인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왜 이 시대, 이 공간, 이러한 몸이었을까. 보이지 않는 시공간에게 편지로 물어보련다.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 보낸 나의 몸에게도 편지를 쓰며 동지애를 느껴보려고 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의 나의 역할과 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느닷없는 깨달음이 올 수도 테니까. (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2 |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2] | 송의섭 | 2017.04.17 | 2260 |
451 | #2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장성한) [2] | 뚱냥이 | 2017.04.17 | 1852 |
450 | #2.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김기상) [3] | ggumdream | 2017.04.17 | 2284 |
449 | #2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윤정욱) [2] | 윤정욱 | 2017.04.17 | 1974 |
448 | #3 떠남과 만남(정승훈)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2 | 2101 |
447 | #3 떠남과 만남_이수정 | 알로하 | 2017.04.23 | 2299 |
446 | #3 떠남과 만남(김리아) | 리아랑 | 2017.04.23 | 2034 |
445 | #3 떠남과 만남 (윤정욱) | 윤정욱 | 2017.04.23 | 1815 |
444 | #3 떠남과 만남(이정학) | 모닝 | 2017.04.23 | 1790 |
443 | #3 떠남과 만남(장성한) | 뚱냥이 | 2017.04.24 | 1752 |
442 | #3. 떠남과 만남(김기상) | ggumdream | 2017.04.24 | 2425 |
441 | #3. 떠남과 만남 | 송의섭 | 2017.04.24 | 1894 |
» | #4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김리아) [1] | 리아랑 | 2017.04.27 | 1905 |
439 | #4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정승훈)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9 | 2044 |
438 | #4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이정학) [1] | 모닝 | 2017.04.30 | 1909 |
437 | #4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윤정욱) | 윤정욱 | 2017.05.01 | 1851 |
436 | #4 마지막 편지_이수정 | 알로하 | 2017.05.01 | 2359 |
435 | #4. 마지막 편지(김기상) | ggumdream | 2017.05.01 | 2399 |
434 | #4.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 송의섭 | 2017.05.01 | 1980 |
433 | #4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장성한) | 뚱냥이 | 2017.05.01 | 19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