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모닝
  • 조회 수 196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8년 1월 21일 23시 46분 등록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 지음/ 천병희옮김/도서출판 숲

 

저자연구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모델이 된 황제로 더 유명해졌던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 흔히 철인황제(哲人皇帝)로 많이 불리는, 네르바-안토니누스 왕조의 다섯 번째 황제이자 로마제국 제16대 황제. 여기서 철()자는 철학자의 철.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철인 황제이자 선정(善政)을 베푼 현제(賢帝)로서 동시대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후세 사가들에게까지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와 더불어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명군이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인상 깊었던 5현제 중에서 마지막 황제였다. 카이사르와 같은 카리스마와 영웅적인 서사는 부족했지만, ‘로마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앞서 꿰뚫어 본 황제가 아니었나 싶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전 인류적 역사에서 되 풀이되는 물음에 대해서 이미 수천년 전에 그 해답을 찾고자 했던 황제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그는 왜 황제라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을까? 그것이 개인적을 궁금했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른바 로마의 최고 태평성대라는 5현제 시대는 마르쿠르 아우랠리우스를 끝으로 서서히 막을 내린다. 아마도 그는 이런 앞날을 내 다 보면서 스스로에게 인간 세상’'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는 로마대제국의 황제란 자리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나 보다. 흔히 생각하는 황제란 무소불위의 권력,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고민하고 번뇌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현실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삶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황제란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대 제국의 무수히 많은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서 묻고 그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마음을 무찔러 온 글귀

 

P19

나의 어머니 덕분에 나는 경건한 마음과 베푸는 마음, 나쁜 짓만이 아니라 나쁜 생각도 삼가는 마음과 나아가 부자들의 생활태도를 멀리하는 검소한 생활방식을 갖게 되었다.

훌륭하진 부모님이다. 이런 것을 배우는 자식 또한 훌륭하다. 좋은 것을 보여주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P19

나의 외증조부 덕분에 나는 공공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으로 훌륭한 선생들을 모실 수 있었고,또 그런 일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2

카툴루스 덕분에 나는 친구의 질책이 근거 없는 것이라도 귓등으로 듣지 않고 친구를 평상심으로 돌리려 하고, 도미티우스와 아테노도토스에 관한 회고록에서 볼 수 있듯이 스승들을 진심으로 칭송하고, 자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P24

아버지 덕분에 나는 성품이 온유해지고, 충분히 검토한 뒤에 일단 판단을 내리면 흔들림없이 그것을 고수하게 되었다. 그분은 이른바 명예에 대해 헛된 허영심을 품지 않으셨고, 일하기를 좋아하셨다

훌륭한 아버지이자 황제였던 것 같다. 이런 리더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 행운이다.

 

P30

그러나 나는 선은 그 본성이 아름답고 악은 그 본성이 추하며, 내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나와 피가 같고 출신이 같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과 신성을 나누어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 나에게 동족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까닭에 그들 가운데 누구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아무도 나를 추악한 일로 끌어들일 수 없다. 나는 내 동족에게 화를 내거나 동족을 미워할 수 없다. 우리는 두 발처럼 두 손처럼, 두 눈꺼풀처럼 위아래 치열처럼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났다. 따라서 서로 대립하는 것은 자연에 어긋난다. 화를 내고 등을 돌리는 것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다.

국경에서의 분쟁이 잦았던 당시 로마의 시대적 상황 때문일까?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 진다.

 

P32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시간을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쓰지 않으면 너의 시간도, 너도 사라질 것이고, 두 번 다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P32

혼이여, 너는 자신을 학대하고 있구나. 그러면 너는 자신을 존중할 기회를 다시는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인생은 짧고, 네 인생도 거의 끝나간다. 하지만 너는 아직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의 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

 

P34

그러나 신들은 존재하고 신들은 인간사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신들은 인간에게 진정한 악에 빠지지 않을 능력을 주었다.

 

그런데 왜 정말 악마와 같은 인간들이 존재하고 또 새롭게 생겨나는 것일까? 그 악마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늘 궁금했다.

 

P36

네가 3천 년 , 아니 3만 년을 산다 해도, 아무도 지금 살고 있는 삶 외에 다른 어떤 삶을 잃지 않으며, 지금 잃어버리는 삶 외에 다른 어떤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가장 긴 삶도 결과는 가장 짧은 삶과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시간은 만인에게 길이가 같고, 우리가 잃은 것은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는 것은 분명히 순간에 불과하다. 아무도 과거나 미래를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짧다. 그리고 유한한 듯하면서도 무한한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P37

인간이 사는 시간은 한순간이며, 그의 실체는 유동적이고 그의 지각은 불분명하다. 인간의 육신의 요소는 모두 썩게 되어 있고, 그의 혼은 하나의 소용돌이다. 인간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불확실하다. 즉 육신의 모든 것은 강처럼 흘러가고, 혼의 모든 것은 꿈이요 연기이다. 삶은 전쟁이자 나그네의 체류이며, 사후의 명성은 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직 한 가지, 철학뿐이다. 철학은 우리 내면의 신성을 모욕과 피해에서 지켜주고, 쾌락과 고통을 다스리게 하고, 계획 없이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하고, 거짓과 위선을 멀리하게 하고, 남이 행하든 말든 거기에 매이지 않게 하고, 나아가 일어나거나 주어진 것을 마치 자신이 온 곳으로부터 온 것인 양 기꺼이 받아들이게 한다.

 

P40

고개 숙인 이삭, 사자의 주름진 이마, 맷돼지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거품 등은 따로 떼어서 보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수반되는 까닭에 그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P41

공동체의 이익과 연관이 없다면 남들을 생각하느라 네 여생을 허비하지 마라. 이 사람 또는 저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왜 그렇게 할까, 그는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고 노리는 걸까 등등과 같이 너 자신의 지배적인 이성을 가지고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생각함으로써 네가 해야 하는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그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황제이기 때문에?

 

P42

따라서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의 칭찬에는 아무런 가치도 부여하지 않는다.


P43

자신을 감각의 유혹에서 끌어 내려 신들에게 종속시키며 인간을 우선적으로 돌보는, 네 안에 깃든 신성보다 더 나은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만약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모두 그보다 더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고 여긴다면, 어떤 것에도 자리를 내주지 마라.

 

P47

이제 더는 헤매지 마라. 너는 네 작은 비망록도, 고대 로마인들과 헬라스인들의 행적도, 노후에 읽겠다고 제쳐놓은 그들의 제술 발췌본도 읽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목표를 향하여 서둘러라. 헛된 희망을 버리고, 자신이 염려된다면 아직 그럴 수 있을 때 너 자신을 돕도록 하라.

 

P49

우리 안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성)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하여 가능한 것과 주어진 것에 언제나 쉽게 적응할 수 있게끔 대응한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질료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높은 목적을 추구하되 자신에게 맞서는 것을 자신이 사용할 대상으로 만든다. 이는 불이 자신에게 떨어진 것들을 제압할 때와도 같다. 작은 불길은 자신에게 무언가 떨어지면 꺼져버리지만, 환한 불길은 그것들을 금세 자신에게 동화시켜 집어 삼키며 그것들로 인해 더 높이 솟아오른다.

 

P50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원수가 되어 의심하고 미워하고 싸우다가 결국에는 죽어 한 줌의 재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라. 이제 그런 불만은 집어치워라. 우주가 너에게 나눠준 몫이 불만스러운가?

대부분 내 몫이 불만스럽다. 하지만 쓸데없는 일에 내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P51

그러니 앞으로는 너 자신이라는 작은 영역으로 은신할 생각을 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빗나가거나 긴장하지 말고 자유인이 되어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죽게 마련인 동물로서 사물들을 보라. 네가 늘 가까이하며 마음에 새겨야 할 원칙에는 다음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 사물들은 네 혼을 장악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혼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불안은 오직 우리 안에 있는 의견에서 기인한다. 둘째, 네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너 자신이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경험했는지 항상 명심하라.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P52

죽음은 태어남과 같은 것이며 자연의 신비이다. 태어남이 여러 요소의 결합이라면 죽음은 그 요소들로 해체되는 것이므로, 조금도 곤혹스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적 동물의 본성이나 그의 타고난 기질과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P52

간단히 말해 너도 그도 곧 죽을 것이며, 얼마 뒤에는 너희 이름조차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명심하라.

섬찟하기도 하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럼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한 순간일 뿐인 인생,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P54

너에게 이성이 있는가?” “나에겐 이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이성을 사용하지 않는가? 이성이 작동하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이성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과연 이성적인 존재일까? 난 이성과 감성이 결합된 모순된 모습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완벽하지 않기에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이 인간의 본 모습이 아닐까?

 

P54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죽음이 지척에 있다.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동안 선한 자가 되라.

늘 되돌아 보고 경계하자. 인생은 짧고 후회할 일을 하지 말자!

 

P55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불멸하고, 따라서 너에 대한 기억까지 불멸한다고 한들, 그것이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죽은 자에게 찬사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사람에게도 부차적인 이익 외에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후세 사람의 평판에 매달림으로써 자연의 선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시의 적절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마음을 홀리지 말자.

 

P57

마음의 평정을 바란다면 일을 적게 벌여라라고 데모크리토스는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과 본성상 공동체적 동물인 인간의 이성이 요구하는 것을 이성이 요구하는 대로 행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P58

네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처음부터 우주가 너를 위하여 정해놓고 펼쳐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짧다. 신중하고 올바른 행동으로 현재에서 무언가를 얻도록 하라. 정신을 맑게 하되 긴장하지 마라.

우리의 삶은 이미 우주의 질서 속에서 정해진 것인가?

 

P60

네가 아는 사람 가운데 헛된 것들을 좇느라 정작 자신의 소질에 맞는 것을 행하고 거기에 몰입하고 그것으로 만족하기를 소홀히 한 자들을 머리에 떠올려보라. 여기서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을 행하든 그것에 쏟는 열성은 그 가치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는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게 되어, 싫증이 나서 그만두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 구본형선생님을 보는 듯 하다.

 

P61

너는 곧 죽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단순하지 못하고, 담담하지도 못하고, 외부로부터 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지 못하다. 지혜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은 같은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P65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나야말로 불운하구나!” 천만에! 그렇게 말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라. “나는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고통을 겪지 않았고, 현재의 불운에도 망가지지 않고 미래의 고통도 두렵지 않으니, 나야말로 행운아로구나!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런 일을 당하고도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철인, 철학자가 아니라 성인의 단계가 아닐까?


P95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나는 인간으로서 일하기 위하여 일어난다고 생각하라.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났고, 그 때문에 내가 세상에 나온 일을 하려는데 아직도 불평을 한단 말인가? 아니면 나는 이불을 덮고 누워 몸이나 데우려고 만들어졌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즐거운걸.” 그렇다면 너는 즐거움을 위하여 태어났단 말인가? 간단히 말해. 네가 태어난 것은 느끼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행동하기 위해서인가? 너는 작은 식물들이, 참새들이, 개미와 거미와 꿀벌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우주를 구성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하거늘 너는 인간으로서 맡은 일을 거부하고 네 본성에 맞는 것을 향해 달려가지 않겠다는 것인가?

머리가 띵하다! 가슴을 울린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태어난 것인가? 머리 속에 하루종일 계속 맴 돈다.

 

P69

너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든가 능력이 모자란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겠느냐?

 

P74

지금 나는 내 혼을 어떤 목적에 쓰고 있는가?” 매사에 그렇게 자문해보고 다음과 같이 또 자신에게 물어보라. 사람들이 지배적 이성이라고 일컫는 나의 그 부분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지금 나는 누구의 혼을 갖고 있는가? 어린 아이의 혼인가? 소년의 혼인가? 여자의 혼인가? 폭군의 혼인가? 가축의 혼인가? 아니면 들짐승의 혼인가?

 

P76

네 마음은 네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같아질 것이다. 혼은 생각에 의해 물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잇달아 떠올림으로써 혼을 물들여라.

평소에 생각이 내 혼을 이룬다. 평소에 고민하고 많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나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좋은 생각, 바른 생각만을 하자.

 

P85

복수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 적처럼 하지 않는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과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예수가 탄생하기 휠씬 전에 한 말이지만 말이다.

 

P85

우주는 뒤범벅과 원자들의 결합과 그것들의 해체이거나, 아니면 통일과 질서와 섭리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그런 무계획적인 뒤범벅과 뒤죽박죽 안에 머무르기를 바랄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어떻게든 다시 흙이 되는 것 말고 다른 무엇에 관심이 있겠는가? 내가 안절부절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결국에는 분해되고 말 텐데. 후자의 경우라면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우주의 지배자를 공경하고 신뢰할 것이다.

 

P88

그렇다면 존중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박수 받는 것? 아니다. 혀로 박수 받는 것도 아니다. 대중의 갈채는 혀로 박수하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너는 명성이라는 하찮은 것조차 버렸다. 그렇다면 존중할 만한 것으로서 무엇이 남아 있는가? 내 생각에는 자신의 고유한 소질에 따라 활동하고 다른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모든 직업과 기술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P89

너에게 어떤 일이 어렵다고 해서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에게 가능하고 인간의 본성에 맞는 일이라면 너도 틀림없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

 

P91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나 그의 마부나 죽은 뒤에는 같은 처지가 되었다. 두 사람 모두 똑 같이 우주의 생식력이 있는 이성으로 환원되었거나 아니면 원자들로 해체되었다.

 

P91

자기 본성에 맞고 유익해 보이는 것들을 추구하지 못하게 사람들을 가로막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른다고 네가 화를 낸다면, 너는 어떤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본성에 맞고 자신에게 유익해 보이는 것에 끌렸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화내지 말고 그들에게 가르쳐주고 지적해주어라.

 

P95

우주 안의 만물이 서로 연계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자주 생각해보라. 어떤 의미에서 만물은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서로 호감을 품는다. 수축과 팽창 운동, 공감 능력, 실체의 통일성으로 인하여 만물은 서로가 서로의 결과인 까닭이다.

 

P100

너에게 주어진 물질의 양에 만족하듯이 너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만족하라.

어려운 일이다. 갈수록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 줄은 몰랐다. 다들 하는 이야기가 나에겐 적용되지 않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P102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너에게 달려 있다. 네가 보아온 사물을 새롭게 보도록 하라. 바로 그것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P103

이 일을 하는 데 내 사고력은 충분한가. 그렇지 못한가? 충분하다면, 나는 내 사고력을 보편적 자연이 부여한 도구로써 이 일에 쓸 것이다. 충분하지 못하다면, 내 의무가 아닌 한, 더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을 위하여 그 일에서 물러서거나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수행하되 내 지배적 이성에 힘입어 지금 이 순간 공동체의 이익에 적절하고 유익한 일을 해 낼 수 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혼자 하는 일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든 나는 언제나 공동체에 유익하고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는 것만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P104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 마라. 너는 성벽을 공격하는 전사처럼 해야 할 의무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잘 아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

 

P104

만물은 서로 얽혀 있고 그 유대는 신성하다. 서로 낯선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만물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함께 하나의 우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P105

똑바로 서라. 아니면 똑바로 세워져야만 할 테니까.

그때는 아마도 똑 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P107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을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을 것이다.

맞는 말이어서 더 슬프다. 문득 요새 들어 많아진 부고 소식 생각이 난다. 대부분 부고 당사자를 알기 보다는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어머니이다. 그래서 일까? 당사자의 삶에 대해선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아 그냥 누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구나 정도였다. 그러나 당사자는 본인의 인생이 막을 내린 것이다. 이 보다 큰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주변에선 정작 고인이 지난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우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P108

보편적 자연은 마치 밀랍으로 그러하듯 전체의 실체에서 이번에는 말을 만들었다가 다시 녹여서 그 질료로 다음에는 나무를, 다음에는 사람을, 다음에는 그 밖의 다른 것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들은 각각 잠깐씩만 존속한다. 상자에게는 조립되는 것이 무서운 일이 아니듯 부서지는 것이 결코 무서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 총량 법칙의 일환일까? 아니면 불교의 환생의 개념과도 비슷한 주장인 듯 하기도 싶고 여러가지가 복합된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P109                                                                         

네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에 마치 벌써 갖고 있는 양 연연해하지 마라. 오히려 가진 것 중에 가장 값진 것을 골라, 만약 네가 그것을 갖지 못했다면 얼마나 그것을 갈망했을지 생각해 보라. 그러나 아무리 좋아도 그것들을 과대평가하는 버릇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라. 언젠가 그것들이 없어지면 너는 안절부절못하게 될 테니까.

 

P109

너 자신 속으로 물러나라. 지배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은 그 본성상 자신의 올바른 행동과 그 행동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평정에 만족한다.

 

P109

남이 너에게 저지른 잘못은 그 잘못이 발생한 곳에 그대로 두라.

 

P110

모래가 밀려오면 전에 있던 모래언덕이 묻히듯이, 인생에서도 앞선 것들은 나중 것들에 금세 가려진다는 점도 명심하라.

 

P116

네 안을 들여다 보라. 네 안에는 선의 샘이 있고, 그 샘은 네가 늘 퍼내야 늘 솟아오를 수 있다.

나부터 시작한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P116

불의의 공격에 대비하여 꿋꿋이 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삶의 기술은 무용의 기술보다는 레슬링의 기술과 더 비슷하다.

 

P117

고통을 당할 때마다 상기하라. 고통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며 키를 잡고 있는 마음을 더 열등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마음은 이성적인 한, 공동체적인 한 고통으로 파괴될 수 없기 때문이다.

 

P119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되 흥분하지도 나태하지도 위선자가 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다.

오늘을 살자! 오늘이 마지막날인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오늘을 살자!

 

P120

도움 받는 데 싫증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자연에 맞는 행동이다. 그러니 너는 남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을 받는 데 싫증 내지 마라.

 

P122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이 행동은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내가 이 행동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자문해보라. 잠시후면 나는 죽고 모든 것은 사라진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성적이고 공동체적이고 신과 동일한 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에게 어울리는 일이라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P125

우주가 잉태하고 있던 특정 사물을 낳는다고 놀라는 것은 무화과나무에 무화과가 열리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임을 명심하라. 의사가 환자에게 열이 있다고, 키잡이가 역풍이 인다고 놀란다면 이 역시 어리석은 짓이다.


P133

현재의 이 시간이 너에게 선물이 되게 하라. 사후의 명성을 더 추구하는 자들은, 후세 사람들도 지금 자신들을 성가시게 구는 자들과 똑 같은 자들이라는 것, 그들도 마땅히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이런저런 메아리로 너에게 응답하든 너에 관하여 이런저런 의견을 갖든, 그게 대체 너와 무슨 상관인가?

그래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오늘 이 시간을 소중히 하자!

 

P134

인간에게는 인간에게 맞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 소에게는 소에게 맞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고, 포도나무에게는 포도나무에게 맞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으며, 돌에게는 돌의 본성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각자에게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인데 어째서 너는 네 운명에 불만인가? 보편적 자연은 너에게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가져다 주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P134

어떤 외적인 일로 네가 고통받는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외적인 일이 아니라 그에 대한 네 판단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다.

 

P143

무엇을 행하는 것 뿐 아니라, 무엇을 행하지 않음으로써 불의를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침묵하는 다수의 행동이 때론 폭력이 될 수도 있다.

 

P146

오늘 나는 모든 방해에서 벗어났다. 아니, 모든 방해를 내던져 버렸다. 왜냐하면 방해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 판단 안에 있기 때문이다.

 

P147

남의 과오는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내버려두라.

남에게는 관대하게 나에게는 엄격히!!

 

P149

인간이여,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자연이 지금 너에게 요구하는 것을 행하라. 할 수 있는 한 활동하고, 누가 보아줄까 주위를 둘러보지 마라.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바라지 말고, 조금이라도 진척이 있으면 만족하고, 그 결과를 하찮게 여기지 마라. 누가 사람들의 신념을 바꿀 수 있겠는가. 그리고 신념을 바꾸지 못하면 신음하며 복종하는 척하는 자들의 강제노역말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P152

이 비참한 삶, 이 불평불만, 이 원숭이 짓거리에 신물이 난다. 왜 너는 불안해하는가? 무슨 새로운 것이라도 있는가? 무엇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가? 어떤 원인 때문인가? 원인을 잘 살펴보라. 질료인가? 질료를 잘 살펴보라. 이 두 가지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러니 늦게나마 신들에게 더 소박하고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

왜 황제의 자리를 원숭이 짓거리로 생각을 했을까? 진정 그는 황제의 자리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번민과 고민거리만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P153

수중에 없는 것 때문에 노예처럼 비굴하게 애태우는 것보다 수중에 있는 것을 자유인답게 이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겠는가?

 

P154

너도 몸이 아프거나 다른 상황에 놓이면 에피쿠로스처럼 처신하라. 어떤 상황에서도 철학을 포기하지 않고 철학과 자연에 무지한 사람의 수다에 맞장구치지 않는 것은 모든 철학 학파에 공통된 기본 원칙이다. 지금 해야 할 일과 그것을 수행할 도구에 생각을 집중하라.

 

P154

세상에 몰염치한 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하고 너 자신에게 즉시 물어보라.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마라. 이 사람도 반드시 세상에 존재해야 할 몰염치한 자들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몰염치한 사람들은 왜 필요한가? 그들의 존재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필요한가? 이해가 안된다.

 

P156

마치 눈과 발이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졌고 자신의 고유한 소질에 맞게 그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대가를 받듯이, 선행을 베풀도록 태어난 인간은 선행을 베풀거나 공동체에 유익한 다른 일을 행함으로써 태어날 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대가를 받은 것이다.

 

P158

누가 실수하면 친철하게 가르쳐주고 그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적해주어라. 그렇게 할 수 없으면, 너 자신을 탓하거나 아니면 너 자신조차 탓하지 마라.

성인의 경지이다.

 

P161

일단 너 자신에게 선하고, 겸손하고, 진실하고, 지혜롭고, 공감하고, 고매하다는 이름을 붙인 다음에는 다른 이름이 붙여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P163

수련을 쌓은 사람은 이미 육신의 거죽을 탈피한 것이며, 머지않아 이 모든 것을 떠나 세상 사람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을 자기가 행하는 모든 일에서는 정의에, 자기가 당하는 모든 일에서는 보편적 자연에 전적으로 맡긴다.

 

P164

그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그대가 원하는 것을 거두어가라.” 그는 자연에게 만용을 부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분고분하게 그리고 호의를 가지고 말한다.

 

P172

건강한 눈은 보이는 것은 모두 보아야 하며 나는 초록색만 보고 싶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병든 눈의 징후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청각과 후각은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냄새 맡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건강한 위는, 마치 방아가 무엇이든 찧도록 되어 있는 것이면 다 찧듯이, 음식물이면 무엇이든 소화해야 한다. 그와 같이 건전한 정신은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비해야 한다. “내 자식들은 안전하게 해주소서!” 또는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만인이 칭찬하게 해주소서!”라고 정신이 말한다면, 그 정신은 초록색만 반기는 눈이나 부드러운 것만 찾는 치아와 같다.

 

P173

남이 행하는 모든 일에서도 되도록 너 자신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 “이 사람은 무엇을 노리고 이런 일을 하는 걸까?” 그러나 너 자신에게서 시작하고 너 자신부터 먼저 살펴보라.

 

P175

이성적 혼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이성적 혼은 자신을 보고, 자신을 분석하고, 자신을 원하는 대로 형상화하고, 자신에게 열려 있는 열매를 손수 수확하고-식물의 열매나 동물들에게 그와 유사한 것은 남들이 수확한다-인생의 종말이 어디서 닥치든 본래의 목표에 도달한다. 무용이나 연극 등의 예술에서는 어떤 방해가 생기면 상황 전체가 불완전해진다. 그와 달리 이성적 혼은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그리고 어디쯤에서 중단되더라도 자신 앞에 놓여진 과제를 완전하고 흡족하게 수행하기에 나는 내 몫을 다했다.”고 말할 만하다.

 

P178

철학을 하기에는 인생의 어떤 다른 상황보다도 지금 네가 놓여 있는 상황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는 것은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P179

어떤 자연도 기술에 뒤지지 않는다.” 기술은 여러 가지 자연 현상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맞다면, 가장 완전하고 다른 자연을 모두 포괄하는 그 자연은 어떤 기술자의 창작 재능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기술은 더 우월한 것을 위하여 더 열등한 것을 만들어내는데 그 점은 보편적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P181

나는 너를 솔직하게 대하기로 결심했어라고 말하는 자는 얼마나 건전하지 못하고 불순한가. 인간이여, 너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그런 말은 미리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도는 저절로 드러나고 이마에 쓰여 있기 마련이니까. 마치 애인이 상대의 눈에서 단번에 모든 것을 알아채듯, 그런 의도는 목소리의 울림만 들어도 당장 알 수 있고, 눈을 보아도 당장 알 수 있다. 악취를 풍기는 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선한 자에게 다가서는 사람도 다가가는 순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을 알아챈다. 그러나 위장된 솔직함은 비수와 같다. 늑대의 우정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없다. 무엇보다도 그런 우정을 피하라. 선하고 소박하고 호의적인 사람은 그 모든 특징을 눈에 드러내며, 그런 특징들은 숨겨져 있지 않다.

당연한 말이다. 얄팍한 속임수로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그것을 믿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P187

삶의 목표가 늘 한결같지 않은 사람은 전 생애를 한결같이 살 수 없다. 그러나 방금 말한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그 목표가 어떤 것이어야 마땅한지를 덧붙여야 한다. 마치 어떤 의미에서 다수가 선으로 간주하는 모든 사물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할 수 없지만 특정 사물, 이를테면 모두에게 공통된 사물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할 수 있듯이, 우리도 공동체와 국가에 이익이 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자신의 모든 노력을 이런 목표에 쏟아붓는 사람은 모든 행동이 한결 같을 것이고, 따라서 그 자신도 늘 한결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P193

어째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면서도 자신에 관해서는 남들의 판단보다 자신의 판단을 덜 평가하는지 나는 자주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무튼 누군가에게 신이나 현명한 스승이 다가가, 생각하자마자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것은 마음에 품지도 생각하지도 말라고 명령한다면, 그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의견보다는 이웃의 의견에 더 경의를 표하게 된다.

재미있고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그런데 다들 남들에게는 표현 못하지만 본인만이 생각의 창고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그래야 더 사는 맛도 나고 말이다.

 

P194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것들도 연습해보라. 많이 써보지 않아 다른 일에는 느린 왼손도 고삐는 오른손보다 더 단단히 잡는다. 왼손은 이 일을 익혀두었기 때문이다.

 

P195

인생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놀라다니 이 얼마나 가소롭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인가!

 

P196

등불은 꺼질 때까지 비추며 빛을 내뿜는다. 하거늘 네 안의 진리와 정의와 절제는 때가 되기도 전에 먼저 꺼지겠느냐?

P201

너는 무엇을 바라는가? 영생하고 싶은가? 감각을 갖고 싶고, 충동도 느끼고 싶은가? 성장하다 다시 멈추고 싶은가? 목소리를 사용하고 싶은가? 생각하고 싶은가?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가? 만일 네가 원하는 것들이 하나같이 경멸스러운 것이라면, 이성과 신에 대한 순종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그러나 네가 원하는 것들을 높이 평가하고, 죽음이 우리에게서 그런 것들을 앗아갈까 슬퍼하는 것은 이런 목표와는 상반된다.

 

P202

인간이여, 너는 이 거대한 국가(세계)의 시민이었다. 시민인 때가 5년 동안이든 100년 동안이든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그 도시의 법규에 맞게 사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폭군이나 공정하지 못한 재판관이 아니라, 너를 그 국가로 데려다 준 자연이 너를 그 도시에서 내보내기로서니 뭐가 가혹한 일이란 말인가? 그것과 관리가 배우를 고용했다가 무대에서 해고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나는 5막이 아니라 3막만을 연기했을 뿐이오.” 좋은 표현이다. 그러나 네 인생에서는 3막이 연극전체이다. 왜냐하면 언제 끝날지 결정하는 것은 전에는 너의 구성에 지금은 너의 해체에 책임이 있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너는 어느 쪽에도 책임이 없다. 그러니 호의를 품고 떠나라. 너를 해고하는 자도 호의를 품고 있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해서

이 책은 저자가 어떤 하나의 주제나 목적을 가지고 쓴 글이 아니고 그때 그때 생각나는 생각을 적어놓은 것을 모아서 출판한 것이다. 그래서 목차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처음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배울 점에 대해서 적고 있는 점은 이 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좋은 서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아무래도 책이 쓰여진 시기와 차이가 있다보니 시대적 상황이나 고유한 용어, 지명하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는 책의 보완할 점이라기 보다는 번역본에서 조금 더 충실히 다뤄줬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이 책의 장점

시대를 뛰어 넘어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삶에 대한 사상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황제이면서도 누구보다도 도덕적이며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수행하고 있다. 대 제국의 황제임에도 고난을 애써 수행해 가는 수행자와도 같은 고민과 번뇌 속에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런데 그의 고민이 낯설지 않다.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고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황제로서 또 한 시민으로서 세상을 관찰하면서 써 내려간 명상록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과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4. 내가 저자라면

그는 왜 이런 책을 썼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긴 의문이었다. 그는 로마대제국의 황제란 자리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나보다. 흔히 생각하는 황제란 무소불위의 권력,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고민하고 번뇌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현실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삶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황제란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대 제국의 무수히 많은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본질적인 삶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삶 속에서 그리고 고민 속에서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IP *.44.153.208

프로필 이미지
2018.01.29 17:43:14 *.18.187.152

본인만의 <생각의 창고>라는 말 좋네요. 생각의 저장소. 찜해놔야지~

로마인 이야기를 모닝이 몇 번 언급했던 거 같아서 그렇쟎아도 모닝은 명상록을 어떻게 읽었을까 하고 들러봤슈^^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92 #43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윤정욱) 윤정욱 2018.02.05 1919
4891 #43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이정학) 모닝 2018.02.04 1892
4890 #43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정승훈) 정승훈 2018.02.03 1929
4889 #40 위대한 멈춤 1_다시 멈춤, 또 다른 시작 뚱냥이 2018.02.02 1894
4888 #42 숨결이 바람될 때: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_이수정 알로하 2018.01.29 2308
4887 #42. 숨결이 바람 될 때 ggumdream 2018.01.29 1917
4886 숨결이 바람될 때 - 미완성의 인생, 책으로 삶의 의미가 완성되다 file 보따리아 2018.01.29 2664
4885 #42 숨결이 바람 될때 (윤정욱) [1] 윤정욱 2018.01.28 3347
4884 숨결이 바람 될 때 송의섭 2018.01.28 1862
4883 #42 숨결이 바람될때 (이정학) 모닝 2018.01.28 1902
4882 #42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정승훈) 정승훈 2018.01.27 2107
4881 # 41. 명상록 [1] ggumdream 2018.01.22 2197
4880 #41 명상록 (윤정욱) 윤정욱 2018.01.22 1872
» # 41 명상록(이정학) [1] 모닝 2018.01.21 1968
4878 명상록 송의섭 2018.01.21 1820
4877 #41 명상록 (정승훈) 정승훈 2018.01.21 1973
4876 명상록 보따리아 2018.01.20 1980
4875 대통령의 글쓰기 송의섭 2018.01.16 1850
4874 #40 대통령의 글쓰기_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_이수정 알로하 2018.01.16 1843
4873 #40 - 대통령의 글쓰기(이정학) 모닝 2018.01.16 1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