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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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에 대한 오해3. 학생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고, 그러한 행동은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
정승훈
학교폭력 신고가 많은 요즘의 모습을 보고 “우리 땐 싸우면서 컸어. 서로 때리고 여러 명이 때리기도 했어.” 라는 남자 어른들이 많다. 예전엔 그랬다. 싸우고 다시 어울려 놀고, 한 동네 살면서 부모님, 형제들까지 다 알면서 혼내기도 하고 마을 공동체에서 같이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과 가해하는 사람이 정해진다. 그러면 피해 학생은 싫다는 말도 하지 말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가해학생도 처음보다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 그냥 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부모나 교사가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피해학생이 괴로움을 이야기해야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고통이다.
어느 날 학교폭력 신고를 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어떤 내용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 지 물었다. “저, 스물 네 살이에요.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에요.” 성인이 되었는데 지난 일을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왜 그 당시 신고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신고했는데 “잊어라. 세월이 약이다.”라며 학교에서 덮었다고 한다. 진학에 대해 학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단다. 학교 졸업 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계속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일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알게 되니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학교폭력은 청소년 시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성인이 되어 사라지는 것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피해에 대한 심리적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당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상담 전화를 한, 이제는 성인이 된 내담자는 상대학생에 대한 것보다 학교에 대한 신고를 원했다. 학교 교사의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물었다. 본인이 제대로 조치를 취해달라고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학교폭력은 보통 형법을 적용하고 있기에 시효가 3년이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3년이 지났어도 신고는 가능하다.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증거가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사실 그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상담진료 기록이 남아있을 테니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담당교사의 징계인 것인지, 사과인 것인지, 정확히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 지 생각해보길 권했다.
학교폭력은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그러기에 사안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섣불리 학교폭력이 되고 안 되고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양쪽 부모님의 감정이 우선하면 특히 어렵다. 피해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이 고통과 상처, 그리고 그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가해학생의 처벌은 그 다음이다. 가해학생 역시 단순한 행동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분명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있다. 상대학생이 맘에 들지 않아서, 시기, 질투로……. 무엇이 되었든 폭력은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어야 한다.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에겐 어느 정도의 고통인지 모르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기에 교사나 부모가 나서서 알려주어야 한다. 내담자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학교폭력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그 시기에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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