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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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이는 가?”
“글쎄, 모르겠는데.”
아빠의 물음에 엄마 대답하는 말투가 영....... 우리 엄마 삐지셨구나.
“엄마, 거기 갔다 오면 몇 시 쯤?”
“한 5시 쯤. 시간 없으면 가지 마라.”
이런...... 아직도 기분이 별로이시네.
엄마가 어제 물으셨다. 군에 있는 막내 면회 갈 건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난 시간 없다는 투로 얼버무렸다. 나뿐만 아니라 여동생 둘도 비슷한 대답이었다. 태도도 무성의했나보다. 게다가 엄마가 막내에게 좀 지나치게 신경 쓴다는 내용의 말까지 갔으니...... 엄마는 몹시도 속상해하셨고 드디어는 폭발하셨다. 그동안에 쌓인 것이 터진 듯 했다. 나와 동생들은 엉겁결에 한 소리 들어야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집안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번번이 결석이었다. 주요 사유는 연구원 과제였다. 도대체 시간이 안 나는 것을, 마음이 다 과제에 있는 것을, 얼른 하고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 출근할 수 있는 것을 어찌한담...... 여태는 이런 마음이었다. 엄마는 내가 바쁘고 시간 없다는 것을 이해하시면서도 못내 서운해 하셨다. 그렇다면 내가 마음이라도 표현했으면 좋았으련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간 가족의 일에 너무 소홀했나보다. 그저 나의 할 일에 묻혀 주위를 보지 못했나보다. 내가 하는 것만, 그것만 중요했나보다. 하지만 매일 얼굴 마주하고 사는 가족 역시 나의 생활에서는 소중한 일부이다. 그것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가까이 있을수록 사랑할수록 아끼고 생각하고 위해주어야 함을 잊고 있었다.
결국, 나와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따라 나섰다. 분가한 다른 동생네 부부도 예상 밖에 자리를 함께 했다. 오랜만에 막내를 보니 나도 반가웠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다 같이 막내와 준비해간 먹거리를 즐기면서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제도 참 다양했다. 부모님은 즐거워하시는 눈치였다.
평소에는 얼굴 보는 시간도 짧은데, 사실 이렇게 모이는 자리도 쉽지 않다. 가족 간 즐거운 시간 보내려고, 얼굴 보는 자리 마련하려고, 이어주려고 부모님은 애쓰시는데 그 딸은 이리도 무심하였다. ‘나 시간 없는데.’ 라는 말에 ‘그래.’ 하시면서 비치는 서운함을 모른 척 넘겼다.
조금 더 마음 쓰고 조금 더 움직이면 되는 것을, 눈을 조금 더 주위로 돌리면 되는 것을,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 것을 그것을 못했나보다. 연구원 과제 중요하고 꼭 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가족도 소중한 존재이다. 무조건 내 편일 것 같은, 실제로도 그러한 가족이지만, 그것이 함부로 대함이나 무신경해도 상관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까운 그들에게도 정을 쏟고 표현해주어야 한다. 오히려 가까우므로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최근 주위를 보지 못했던 나를 돌아 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주위를 보면 되는 것을. 내가 관심을 못 주고 있는 사이 그들은 또 저만큼 가버렸을까. 가족도 언제나 그곳에 있을 지 문득 의문인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우리는 밖에 있었다. 둘러보니 야외에 마련된 면회 장소에는 나무도 많았다.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전나무, 이름 모를 나무, 종류도 많았다. 초록이 많이 보여 눈이 편안했다. 날짜는 여름이었지만 해가 구름에 가려 괜찮았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주었다. 더우면서 시원하였다. 면회 온 사람들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가지가지 즐거운 모양이었다.......나는 내 주위가 이러함을 언제 알았더냐.
덕분에 나는 또 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있다. 뭐 그래도 좋다, 오늘은.
2012년 5월 2일
-- 김민선(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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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식구입니다. 식구(食口)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항상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본능적이며, 가장 필수적인 행위를 함께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렇기때문에 가족은 이 세상 그 누구,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며 가족의 의미를 자주 잊곤 합니다. 왜 일까요?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너무 가깝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무 가깝다보니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다 이해해주고 받아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항상 집이라는 공간에서 마주치다보니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되는 거고요.
어쩌면 흔하다는 것과 소중하다는 것은 반대의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건의 경우가 그러할 것입니다. 하지만 물건도 물건 나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하디 흔한 연필이라 할 지라도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이 담겨있는 몽당연필은 흔함을 넘어 소중함으로 귀결됩니다. 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이죠. 어린왕자에게 있어 자신이 키우는 장미는 세상의 그 어떤 장미보다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 사랑이 오롯이 담긴 그런 생명이기 때문이죠.
지난주 아들을 군대에 보낸 후 그 빈자리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식구가 주니, 그 자리는 더욱 크게 다가 옵니다. 더구나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존재를,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볼 수 없다하니 이 또한 안타까움이 되어 돌아옵니다. 소중함은 그 존재를 볼 수 없을 때, 만날 수 없을 때, 느낄 수 없을 때 그리고 그 빈자리를 실감할 때 더욱 더 크게 와 닿네요. 우스개 소리로 하는 이 말이 오늘따라 더 큰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있을 때 잘 해."
가족, 있을 때 더 잘 해야 하는 사람들 아닐까요?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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