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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2일 11시 41분 등록
[칼럼] 자기계발 담론 진단 ① 인간관계

서른은 결혼 시즌이 되면 주말마다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 축하할 일이 많은 나이다. 친척이나 지인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가서 신랑과 신부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으로 그네들의 행복과 안녕을 기도하게 된다.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면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주야(晝夜)로 행복하여 웃음이 그칠 날이 없는 가정이 되길...”
그렇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진심어린 축하를 기원하고 식장을 나올 때에는 참 기분이 좋다. 선행은 아무리 작더라도 행복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힘이 있나보다. 하하! 언젠가는 나도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는 결혼식을 올리게 될 날이 오겠지.

내가 결혼할 때에는 봉투 내고 식사하고 후다닥 사라지는 하객보다는 축의금을 내지 않더라도 나와 신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행복을 기도해주는 하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결혼식이지만, 그 시간을 같은 공간에 있어주며 한껏 축하해주는 하객들이 왔으면 좋겠다. 결혼식장에 온 이유가 온전히 나와 신부,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이룰 가정을 축복하는 그 한 가지였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이 늘 배움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하객 대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네이버에서 ‘하객 대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많은 페이지와 사이트가 뜬다. “철저한 비밀보장, 풍부한 경험의 하객도우미, 전국 하객대행” 등이라는 소개글과 함께 하객대행서비스를 여러 업체가 검색된다. <지식in>에는 하객 대행시 유의사항도 잘 정리되어 있다. 지금은 결혼식 하객이나 장례식 조문객을 대여해 주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돈을 주고 사람을 데려오는 것도 답답하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또 답답해진다.

인간관계는 우리의 행복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행복을 원한다면 가정, 학교, 직장에서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관계를 위하여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마음이 있다면 깨어진 모든 관계까지 회복할 수 있다. 관계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 이것은 곧 행복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방영한 ‘행복헌장 10계명’ 중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련된 항목은 무려 4가지에 이른다. 다음의 항목들을 보라. 10가지 중 4가지가 이것이다.
- 대화를 나누라. 매주 온전히 한 시간은 배우자나 가장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라.
- 미소를 지으라.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하라.
- 친구에게 전화하라.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나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하라.
- 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라.

요즘은 흔히 자기계발의 시대라고들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에 대한 강박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서점에 가도 처세와 자기계발에 대한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에는 책도 많고, 코너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도 많다. 문득, 자기계발 담론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에 올바른 인간관계의 비결은 무엇일까? 자기계발 담론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 한쪽에는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이 많다. 그 중에 좋은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기계발 책들 중에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정리하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관계론’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IMF 이후, 자기 계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자기계발은 과연 어떤 유익을 안겨다 주었나? 단순히 물질적인 이익만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나는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자기 계발 담론에 대하여 진단해 보려고 한다. 자기계발 컨텐츠를 담은 책이나 강연에 대하여 그것의 지속적인 효과성에 대하여 사회학적, 철학적으로 접근해 볼 계획이다.(지금까지는 경영학적인 접근, 교육학적인 접근이 많이 이뤄져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행복한 21세기를 위한 자기계발 담론 진단’을 다룬 책을 쓰는 것이 연구원으로서의 졸업 과업이 될 것 같다. (‘시간관리’를 주제로 삼았던 계획이 바뀐 것이다.) 몇 가지 골격을 세워두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일지 모르겠다. 준비가 많이 부족하니 열심을 내야 할 것이다. 다음의 관점으로 공부해 볼 생각이다.
- 자기계발의 도구인 ‘심리학’이 얼마나 효과적인가?
- 21세기의 사회 경제적 배경(신자유주의)이 자기계발 담론에 미친 영향이 있지 않을까?
- 지난 10년간 이뤄져 온 자기계발 담론 중에 비판적 검토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자기계발 담론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기독인들의 자기계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 사명지향적인 자기계발의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수개월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신영복 선생님은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사회 변혁의 문제를 장기적으로 본질적인 재편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정치 혁명 또는 경제 혁명이나 제도 혁명 같은 단기적이고 선형적인 방법론을 반성하고 불가역적 구조 변혁의 과제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자기계발에 대한 21세기의 메시지들을 검토해 보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객을 대여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영속적인 행복을 위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통하여 어떤 대안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드높은 관점과 드넓은 스케일로 자기계발 담론을 진단해 보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담긴 책을 쓰고 싶다. 관념적 접근이지만, “그래 좋다. 그러면 그거 얻다(어떻게) 쓸거냐?”는 질문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1997년 이후 10년간 이뤄져왔던 자기계발 담론이 앞으로의 10년 동안에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 읽고 싶은 책이 또 한 번 늘어났다. 행복한 부담감이다.
IP *.135.2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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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11.13 00:13:36 *.209.105.17
'하객대여'라는 사회적 행태에 진저리치는 심정에 동감, 결혼식 풍경도 달라졌으면 하는데도 동감, 희석씨도 언젠가 결혼하여 주야(晝夜)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고,

그런데, 희석씨 올 가을에 이렇게 성숙해진건가,
차분한 깊이를 보여주는 글을
그야말로 눈을 비비고 읽어야 할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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