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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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중년의 여성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 다섯 가지를 말해보세요.”
“첫째는 돈, 둘째는 건강, 셋째는 딸, 넷째는 친구, 다섯 번째는 애완견!”
같은 또래의 남성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 다섯 가지는?”
“첫째는 아내, 둘째는 마누라, 셋째는 와이프, 넷째는 집사람, 다섯 번째는 처자!”
라디오에서 이 이야기를 듣다가 혼자 한참을 웃었다. 그날 저녁 신랑에게 물었다. 전혀 짐작도 못하리란 나의 예상과는 달리 얼추 정답을 맞춘다. 비슷한 우스개소리가 많다나.
돈, 건강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답변을 곰곰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돈으로 표현되는 경제적 안정과 건강은 행복의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경제적 안정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건강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젊어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는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그 외 딸, 친구, 애완견으로 표현되는 세 가지는 모두 정서적 공감이 가능한 지지그룹을 뜻하지 않을까 싶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딱 한 사람만 있어도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의 생존에는 나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돈과 건강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서로의 표면만을 보고 거죽만 스치는 만남을 통해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런 ‘사람’을 얻기 힘들다. 신영복 선생님은 이런 인간관계를 ‘당구공과 당구공의 만남’이요, '만남이 아니라 부딪침'이라고 표현했다.
마음을 열고 만나는 깊이있는 시간과 온갖 사건들 속에서 은근히 묵어가는 인간관계, 이것이 바로 소중한 ‘사람’을 만드는 유일무이한 길이다. 세상의 연결고리가 되어 한 인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친구들과 나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는 아이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의미있는 존재가 되며 삶을 가치있다 여기게 된다. 여기에 가장 가까운 동반자인 배우자만 더할 수 있다면 삶은 더욱 행복해진다. 우스개소리에서 보듯 나이가 들면서 완벽히 소외되는 남편이나 점차 꼭 필요해지는 아내같은 일방통행적 관계가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서로 더 깊어지고 풍부해지는 인간관계로서 배우자와의 관계만한 것이 있을까.
부부간의 사랑과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이 다른 점
아내와 남편의 사랑은 상대에게 반해 서로 쳐다만 보아도 열정이 솟구치는 상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부부간의 사랑도 남녀 간의 열정에서 시작되지만 결혼을 하면 이 감정은 점차 변화한다. 상대에게 반한 감정이 결혼 초기에 잘 지속되고, 때때로 이 감정이 되살아난다면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한다. 하긴 모든 이들이 연애할 때의 불같은 감정 상태를 결혼 후에도 평생 가지고 산다면 세상의 모든 기능이 마비될지도 모른다. 연애 감정에 푹 빠진 그 상태를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흘러 그런 감정이 수그러들면 이제 사랑이 끝났다고 절망하고 포기하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
사랑을 포기한 삶도, 끝없이 새로운 사랑을 찾아다니는 불나비 같은 삶도 모두 바라지 않는다면 사랑에 멀었던 눈이 떠질 때를 우선 조심해야 한다. 둘만 보이던 눈에 세상의 사소한 일상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를 매혹시켰던 그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는 순간이 바로 첫 번째 위기이다. 싸우고 화해하며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하고 둘만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이번엔 세상의 바람이 몰아친다. 시집과 처가 등 주변 사람들, 경제적 어려움, 때로는 자녀 등 온갖 형태의 위기를 함께 겪게 된다.
결혼은 좋은 일과 힘든 일이 반복되는 변화과정이다. 위기 없는 결혼생활은 있을 수 없으니 부부관계가 성숙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위기 때문에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라는 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식상하지만 그래서 더욱 검증된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둘이서 손잡고 극복할 수만 있다면 위기 안에서 부부의 사랑은 더 풍요로워지고 관계를 단단해진다. 처음의 불같던 사랑이 잔잔한 애정으로 변하면서 다양한 양념과 숙성이 더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둘만의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번의 어려움을 함께 넘는 가족에게 쌓이는 그들만의 내공. 그 내공의 힘이 두 번째 고비를 넘어가게 한다. 어느 순간 어려움은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어가고 부부는 세상의 최전선에서 같이 싸우고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한 동지가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노력이 되풀이되면서 쌓여진 신뢰가 기반이 된 관계. 그 동지애는 불같은 사랑도 잔잔한 우정도 뛰어넘는 운명의 동반자를 만든다.
육체적, 경제적 공동체에서 정서적 공동체가 되어가는 과정. 머리와 몸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가슴을 나누게 되는 단계. 그를 사랑하고 사랑하다 때로는 안타깝고 애뜻하고 안쓰러운 마음, 그래서 내가 채워주고 싶은 마음. 신뢰와 꿈과 문화가 차곡차곡 쌓이는 우리들의 세상과 그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배우자가 돈보다 건강보다 더 확실한 노후대책이지 않을까.
2011년 5월 3일
-- 이선형(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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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한 발, 또 한 발.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가며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부부는 진짜 부부로 살아가게 될 겁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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