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써니
  • 조회 수 2389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7년 12월 24일 23시 56분 등록
『새로운 바빌론으로서 밤의 불빛과 은밀한 낙원의 도시요 보들레르(Ch. P. Baudelaire)와 베를렌느(P. Verlaine)와 꽁스땅땡 귀(Constantin Guys)와 뚤루즈-로트렉(H. de Toulouse-Lautrec)의 고향으로서의 빠리의 신화, 위험하고 유혹적이며 아무도 그 매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빠리의 신화, 그것은『잃어버린 환상』과『13인조의 이야기』(Histoire des Treize,1833)와『고리오 영감』(Le Pere Goriot,1834)에서 발달한 것이다. 발자크는 근대 대도시에 대해서 열렬히 말한 최초의 작가이며, 산업시설에서 기쁨을 발견한 최초의 자가이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권4, 자연주의와 인상주의ㆍ영화의 시대> p65


올 봄 사월, 우리는 처음 13명이라는 다소 낯선 숫자와 얼굴로 변.경.연 3기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만났다. 반은 변.경.연을 통해 가끔 글로서나 꿈 프로그램 참여 등으로 짧은 인연을 익힌 사람들 가운데 선발되었고, 나머지 반은 마치 도박처럼, 혹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의 필연이나 운명적 만남처럼 전혀 생소한 모습으로 서로 잘 조화되어 뽑혔다. 남자 6명, 여자 7명. 그래서 여자 하나가 남는 듯도 하지만, 사부님께서 남자분이신점을 감안하면 황금의 비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나는 이 선발의 취지를 잘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더 늦기 전에’라는 순전히 나의 일방적 숨 막히는 인생의 강박을 안고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딴엔 여러 가지 나름의 인생의 고민을 안고서 말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참, 나 같이 덤비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 무렵 우리의 선발 인원이 전년도에는 12명에서 하나가 더 늘어난 13명이 된 데에 대해서 무릇 회자되는 말이 있었으니, 한 명은 안 뽑으려다가 할 수 없이 뽑았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낭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지목 대상은 단연히 ‘나’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도 전혀 개의치 않거나, 눈치코치도 없이 그저 내 인생의 고뇌에 빠져서, 내가 이 과정을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를 고심할 뿐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거나, 그 다지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과정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나는 딴에는 여러 가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이 과정을 내 인생이나 한해의 목표 가운데 단지 곁다리 수준으로 삼은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과, 이 과정의 우선순위는 내가 이제까지의 나라는 사람을 지탱해온 나름의 틀을 어느 정도 바꾸거나, 아니면 대대적인 수정을 가해야 하는 혁신이 되어야 완수 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완수해 나가기를 스스로 바라는 열망 때문이었다.

넋두리 수준의 글을 가지고 아무 준비도 계획도 더군다나 짜임새도 없이 첨벙 뛰어드는 무모함 하나만으로 참여하고 버티어 냈으니, 아마 이제 다 지나서 모르긴 해도 엄청 힘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나의 지난 글들을 미처 꺼내보지도 못했을 만큼 여유 없이 달려온 것이 사실이고, 아직까지도 들쭉날쭉 해대는 글들을 살펴보아도 어느 정도 실태를 반증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애시 당초 나는 나의 그때그때의 감정과 실체를 그대로 흘려 놓으며, 나 자신이나 남들로 하여금 내가 이 변.경.연의 연구원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나아지고 변화해 가는지를 체득하고 실험해 나가고 싶은 야심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욕심이 과해도 너무 가당찮은 욕심을 부렸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변.경.연을 알기 이전, 한동안의 내 삶이 갑갑하고 우울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감 없이 나를 펼쳐보고 싶었던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하는 심사로 호기를 부렸거나, 어쩌면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 아직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더불어 함께 호탕하고 시원하게 살아가고 싶음을 애타게 호소하는 일종의 역설이었을 런지 모르겠다.

처음에 이런 나의 모습에 동료 연구원들은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느닷없이 휘몰아치고 바람이 쌩쌩 불어대는가 하면, 어느 날엔가는 밝음이 넘쳐서 주체할 줄 모르고 그래서 변덕스런 날씨를 지켜보듯이 속수무책으로 참아주고 적응해 주기에 적이나 난감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따로 또 같이.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훗날을 기약하며, 서로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가고 이해하고 사랑하기를 노력하면서.

두울, 연구원 김민선: 그녀는 꿈 프로그램 9기의 꿈벗 참가자라고 했다. 나는 그녀를 전혀 몰랐다. 훤칠한 키에 생머리가 깔끔한 인상을 풍겼고, 그녀의 가느다란 눈은 약간의 새침함을 동반하고 있는 듯했다. 뽀얀 피부는 마치 아가의 투명한 살결을 연상하게 할 만큼 예뻤고, 말수가 적은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현모양처 감의 규수라고 생각되었다. 처음에 그녀는 다소 무뚝뚝해 보이기도 했지만 연구원 내내 자신의 차분한 이미지를 잘 가꾸고 지켜 나가며, 깔끔한 인상만큼이나 빈틈없이 총무의 역할도 묵묵히 잘 수행해 나갔다.

연구원 중반 이후부터 더욱 피치를 내고 있는 그녀의 분석적이고 깔끔한 연결성 있는 글 솜씨는, 특유의 전혀 예상치 않은 해학을 동반하며 더욱 정감 넘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글이 되고 있다. 요즘에 연구원들은 그녀만 쳐다보거나 그녀가 말을 하려고 입만 달싹 하여도 절로 웃음바다를 이루곤 하여, 특히 연구원들의 마라톤 수업을 재미로 이끄는데 한몫 단단히 하는 주역이 되었다. 그녀는 앞으로 꿈을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책을 내게 될 것이다.

세엣, 연구원 김도윤: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남자, 그의 세계에는 무수히 섬세한 시와 그림과 영상과 실루엣들이 늘 하늘하늘 오묘한 오감으로 아른거린다. 그는 하루 종일 생각하고, 하루 종일 그리고, 하루 종일 글쓰기를 해도 전혀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은 채 그저 24시간이 너무 짧기만 하게 느끼는 것 같다. 경상도 사내의 무뚝뚝함 속에 이글거리던 불씨는 그의 가슴에 꿈틀거리고 있다가 마침내 변.경.연을 통해 용트림으로 기지개를 활짝 펴며 살아나고 있다. 아마도 그는 한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언제 저무는지도 모르게 벅차고 정신없이 살았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특유의 장인정신과 도인정신에 입각한 일상으로 비춰지며, 끈질기고도 묵묵히 자신의 내면과 즐겁고 신나게 놀았다. 그러면서 글과 영상과 느낌을 어울리게 담아내는 전문 작가적 입지에 들어서고야 말았다. 책은 물론 하고 그가 승오군과 함께 변.경.연을 장식하게 될 <마음으로 나누는 편지>를 어떻게 담아낼 지가 자못 기대된다. 우리는 산뜻한 사색의 향기로운 영상편지를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네엣, 연구원 박소라: 그녀는 꿈 많은 소녀처럼 앙증맞다. 그녀의 세계는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같이 넘실거리고, 무한 창공을 자유롭게 춤추며 바닷가 모래사장을 맨몸으로 나뒹구는 소라 같다. 눈과 눈썹이 새까만 그녀는 밤이 깊을수록, 아니 동트기 전 새벽 무렵에 이르러 더욱 밝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별빛처럼 희귀한 빛깔이다. 그녀는 많은 책을 읽었고 그녀의 세상은 광활하고 드넓게 펼쳐진다. 그녀의 세상에서는 소라의 고동소리도 사랑이고 넋이며, 하늘의 별이 지구로 내려와 꽃에게 말을 걸고 속삭인다. 이렇듯 그녀의 언어는 감수성이 예민하며 자유롭게 춤을 추며 뛰논다. 춤과 명상을 흠모하는 그녀는 춤과 명상을 통해 그녀 안의 여성과 그녀 밖의 여성성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끌어내어 온 세상에 발현시켜 보고자 한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신비롭다고 하고, 어떤 이는 위험한 여자라고 하며, 어떤 이는 이끼 같다고 하지만, 그녀 자신은 소라답기를 갈망할 뿐이다. 연구원 과정 중에 명상치유대학원에 입학한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그녀만의 꿈을 책으로 담아낼 것인지가 주목되며, 그가 연구원 박승오군을 동화로 표현한 글이 무척이나 맛깔스럽고 이채롭다.

다섯, 연구원 박승오: 변.경.연의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승오만큼 잘 알려진 재원도 없을 것이다. 그는 까만 피부를 가진 옹박이라는 별명의 변.경.연 대표급 청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결하고 핵심을 간파하는 그의 리뷰는 언제나 모법답안 같은 기준 모델이 되기에 손색이 없이 잘 구성되어 있다. 지난 연구원 생활 한 해 동안 특히 그는 더 많은 모색을 통해 더 깊은 자신과의 만남을 가졌고, 더욱 성숙한 청년이 되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고 그것들을 충분히 이루어 나갈 것이며, 반드시 좋은 책을 써서 자신과 변.경.연의 늠름한 자랑이 되고야 말 것이다. 나름 조교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고, 나아가 성실한 한 남자, 한 가문의 아들이자 가장, 한 나라의 일군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오래 사부의 뜻을 받들어 변.경.연을 가꾸고 지켜 나갈 것이다. 새해부터 우리는 칼럼을 통해 보다 새롭게 도약하는 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여섯, 연구원 송창용: 그는 대학교수 신분으로서 사부님을 정중하게 모시며 연구원과정에 엄숙히 입문하였다. 마흔 중반의 카이스트 출신 산업공학박사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부족함이라고는 절대 없을 것 같은 그가 세상의 뭇 남자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타성을 애써 날려버리고, 과감하게 자기 혁신과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며 깨달음과 함께 이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해 나갔다. 그는 자신이 일선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거드름 따위는 일체 없이, 연구원 누구보다 성실한 학생 본연의 자세로 임하였고, 누구보다 스승의 노고와 가슴과 가르침에 귀 기울이며 솔선수범하면서, 스승과 더불어 동료 연구원들의 재능을 이끌어 주기에 소신을 다하였다. 직장도 집도 멀어서 자주 같이 모이지 못하는 것을 늘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였고, 충실하게 수업에 임하였으며, 가정에서나 일에서도 어제보다 더 나아지고자 항상 깨어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연구원 과제 관자를 읽으면서는 모순을 상생으로 반전시키는 철학에 매료되어 나름의 관을 세워 확고히 정립해 나가고 있으며, 반드시 그만의 철학이 담긴 좋은 책으로 탄생할 것임에 힘찬 갈채와 응원을 보내는 바다.

일곱, 연구원 신종윤: 후덕하게 생긴 얼굴만큼이나 복이 절로 굴러들어올 것만 같은 남자다. 생긴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한 말일 성싶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크다고 하는 것을 최대의 욕(?)으로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머리통이 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후덕하게 생긴 얼굴값만큼이나 마음도 후덕하게 잘 쓰며, 한해를 기특하고 의미 있게 보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싶다. 언젠가 내가 그를 연구원 커뮤니티란에 장남이라 역시 다르다고 칭찬의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연구원 일 년 동안 변함없이 의젓한 면모로 일관하였으며, 마침내는 그의 아내까지도 변.경.연의 못 말리는 열성 성원의 한사람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함은 가히 상을 주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더욱이 이들 부부의 금실은 변.경.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절대적 잉꼬부부임을 과시하는데, 때로 나 같은 노땅이 눈총을 주어도 끄덕 않는다. 영어를 잘하는 그가 연구원 과정도 채 마치기 전에 번역물을 받아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예의 그 엄살을 잘도 소화해 나가고 있다. 부쩍 커가는 귀여운 꿈돌이 주원과 함께 그의 꿈도 무럭무럭 쑥쑥 잘도 커간다.

여덟, 연구원 오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를 보며 소싯적 생각을 참 많이 떠올렸다. 그녀는 물론 나보다 명석하고 예쁘며 변.경.연의 재원이다. 어딜 보나 나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막내 윤이 내보기에는 젊은 시절의 나와 제법 닮은 것 같아 사실 많이 눈여겨보고 있었다. 나도 윤과 같이 공직에 계신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오빠들이 셋이나 있었다고 하지만 나이차이가 많아 홀로 자란 것과 같으며, 윤이처럼 이국을 넘나드는 객지 생활은 비록 하지 않았더라도, 어려서는 내성적인 경향이 짙어서 밖에 나가서 또래들과 어울려 뛰놀기보다 주로 홀로 생각에 많이 잠기며 생활했었다. 오빠들을 보며 자라면서 나름 너무 일찍 사고와 관이 생겨서 자립심이라고 알았던 독단적인 생각을 하였던 점도 그가 맏딸로서 일찍이 외국생활을 하며 겪은 외로움과 조금 은 상통한 면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남이 보기보다 나 자신은 체력에서 무척 허약하고, 나이 어리고 경험이 미숙함에도 사고치지 않고 알아서 처신하려는 욕심 때문에 주로 어른스럽게 행동하며, 지나치다고 할 만큼에 어느 형제 못지않게 부모님 생각도 많이 하고, 세상살이에 대해 옳고 그름의 잣대도 분명하였으며, 내심 착하고 반듯하게 살려는 의지도 무척이나 강했던 점들과 일찍부터 철이 든 행동을 해온 점들이 그녀와 거의 비슷하다. 하면 된다는 의욕이 내면에 숨겨져 있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주의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신념과 주장도 남달리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윤을 보면서 내가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던 내 경험을 조언하여 그녀만은 그녀 고유의 꿈과 희망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해 보지는 못하였다. 왜냐면 초기에는 내가 너무 과제에 헐떡거렸고, 나중에는 서로가 일과 병행하다보니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거나 그만큼 바빴던 것 같다. 이제 연구원 막바지에 이르고 보니 누구보다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또 시간이 있을 테니까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막내는 무엇을 하든 잘 할 것이다. 분명하고 똑 부러지게. 나보다 훨씬 총명함이 그렇고, 그의 사고의 깊이는 내가 그 나이 때에 미처 가져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의 강점을 탄탄하게 지니고 있음이 또한 그러하다. 그녀 또한 변.경.연의 자랑이며, 3기 연구원 그 누구보다 총명한 재원임에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연구원 가운데 가장 빨리 자신의 재능을 열어 보일 수 있는 계가를 올리기도 했다. 누구보다 현명하고 강한 의지력이 있고, 예쁜 얼굴 못지않게 고운 마음씨도 지녔다. 그녀가 명년에는 좀 더 강건하고 명랑한 새해를 맞아 행복 충만하길 빌어본다.

아홉, 연구원 이은남: 그녀는 여전히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멈추지 않았다. 가끔의 술타령이 사람들을 의아한 시선으로 주목시켰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낮은 도수의 술을 약간 마시고 감흥이 돌아 필을 받았을 때야 말로 그녀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때에 가장 그녀 내면의 여성스러움과 안 카리스마의 진면목을 살짝 들추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칼칼하고 정감 넘치는 그녀는 죽어도 자신을 지켜온 입지와 자존심을 굳게 지켜나가고자 애쓰는 여자 중의 여자다. 여니 사람들처럼 징징거림보다는 웃음과 해학을 연출하고, 인생을 긍정적이고 밝게 살아가고자 희망하는 의지가 강하며, 나름 재미나는 글쓰기와 깔끔한 문장력으로 그녀 특유의 독특한 익살을 열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시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는 그녀는 항상 유쾌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알게 모르게 연구원들을 성원하고 돕는 숨은 일꾼이기도 하며, 그녀의 책이 어떤 맛깔스런 모양으로 탄생될지가 자못 궁금하다.

열, 연구원 이희석: 이 사람은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칭호를 안겨주기에 전혀 망설임이 없다. 처음에 그는 그 자신이 모든 삶을 책임지고 꾸려 살아가야 하는, 너무나 벅차고 나름 바쁜 일상으로 인해 혹시나 연구원 과정을 놓치게 될까 염려하게 하였다. 우리도 그래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글과 그의 다짐과 그의 친화력을 보고 느낌을 가지고 그를 응원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업무상 짜여 진 수많은 스케줄 사이를 곡예를 하듯이 넘나들며, 마침내 연구원과정을 큰 무리 없이 마감하게 되었다. 자주 얼굴을 볼 수 없던 그가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주가를 날리기 시작한 것은 연구원 하계연수 차 액티비티가 있는 몽골여행에 참가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그는 ‘쿠빌라이희석’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여행기간 내내 그동안 자신이 연구원들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던 부분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며, 뜨거운 봉사와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참가한 모든 이들로 하여금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이미 출간이 예정되어 있고, 따로 또 더 나은 책을 집필하게 될 것이며, 세상 어떠한 난관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와 은총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열하나, 연구원 최영훈: 영화배우 최성국보다 훨씬 잘생겼으나 그처럼 유머스럽지는 않다.
3기 연구원 가운데 ‘성실한 독종’이라는 별칭을 지어준다면 단연 이 연구원을 따를 자가 없다. 초지일관하게 성실성으로 뭇 연구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이 사람의 지독한 성실성은, 그가 어디에ㆍ어떻게ㆍ무슨 상황에 처하여 있더라도 확실한 변.경.연의 연구원임을 잊지 않으며 그 점을 기필코 입증하고야 만다. 연구원 과정 동안의 몇 번의 출장이나 비상근무 사태에서도 결코 과제를 그냥 넘긴 법이 없고, 심지어 중동의 듀바이 출장에서도 짬짬이 틈을 내어 메일로 리뷰를 전송하는 성의와 열의를 보여줌으로써 전 연구원들과 스스로의 의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몽골 여행에서는 부자가 함께하며 알뜰하고 살뜰하게 남다른 부성애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옹박 조교를 도와 제법 조교역할을 분담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실한 일꾼이기도 하였다. 그는 연구원 과정동안 과제 외에도 나름의 독서를 즐기며 가장 많은 책을 읽었고, 그의 근면함이라면 책이 아니라 바위도 뚫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열둘, 연구원 최정희: 거의 대부분이 그러하기도 했지만, 그녀를 3기 연구원 첫 모임인 남해에서 처음 만났다. 더군다나 그녀는 우리 일행의 전세버스를 타지 않고 홀로 늦은 참가를 하였었다. 교직에 있는 그녀의 첫인상은 매우 수수 하였고, 내보기에는 약간의 구도적 순례자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부님께서는 지리산 단식원의 목사님 사모님과 매우 닮았노라 하셨다. 그녀는 그의 신분과 나이에 비해 비교적 이질적이거나 반골적인 취향의 사람이란 인상을 주었다. 그녀의 멈추지 않는 열정이 그러하고 공직사회의 타성에 물들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또한 그러하다. 그 나이, 그만한 지위와 여건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상과 그녀의 사고체계와 취향은 다소 떨어져 있다. 그녀에게는 보기에 드물게 온 우주를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자신만의 세계가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이상을 함께 적절히 공존하며 균형감 있는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모습은 가히 탄복할 정도다.

그녀에게는 불과 바람이 동시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불을 주저하지 못할 때 그녀는 바람처럼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만의 사유 세계와 온 우주와의 이야기를 나누고 탐색하며, 그 공간과 찰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한 동경과 역동성이 존재한다.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1인 10역할은 족히 해낸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니, 나는 맨발로 쫒아도 그녀의 부지런함과 다양한 능력을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이자 아내인 그녀는 교직 생활과 대학원 과정을 연구원과 함께 병행하였다. 전혀 외부의 도움 없이 오직 4식구 가족공동체들이 똘똘 뭉쳐서 임했으며, 그러기에 힘에 부친 날에는 틈틈이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지하철에 머무는 동안이나 손빨래하는 동안 등에 글쓰기를 구상하곤 하였다. 교육청에서 영어교과서 교제편찬위원도 병행하였고, 얼마 전에는 학교 내에서 교직원들의 독서클럽을 이끌기 시작하였으며, 방학기간 동안에는 독일로 연수와 대학원논문 준비를 위해 여행을 떠날 계획에 있다. 그녀는 사부님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던 것을 한 시간 당겨 3시로 줄이면서, 이 연구원과정을 성실히 수행해 나간 실존적 전설로서 가히 기이할 정도의 인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책 쓰기는 문제도 되지 못한다.

열셋, 연구원 한정화: 절대로 남의 비위 같은 건 맞추지 못하는 목석같은 여자, 여자 아닌 여자, 그러나 누구보다 여자이길 갈망하는 여자다. 그녀는 우주소년 아톰 같이 용감하기도 하고, 외계의 천재소년 같은 이미지를 풍기기도 한다. 그녀 앞에서 누구든 함부로 진실하다고 말하지 마라. (특히, 향산은 스스로가 절대로 그녀 앞에서만은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음을 시인한바 있다.^^) 절대 공정하다고 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공정하게 성실히 연구원 생활에 임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인정하고 자타가 공인해 주어야 할 부분이다. 남들이 슬쩍슬쩍 눈가림으로 여러 이유로 피해갈 때, 그녀는 곧이곧대로 임했다. 글이 안 써진다고 울었고, 자신이 미흡해서 전체 연구원에게 누가 될까를 늘 염려하는 아주 양심적인 사람이다.

매사에 조금이라도 더 성실한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연구원들이 그랬듯이 그녀 역시 연구원 초기에 많이 우울했고 여러 의문점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누구든지 이 사람을 보라. 아마도 연구원 1년간을 이 사람보다 더 진솔하고 열심히 해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타를 떠돌며 무수한 의문점과 대화를 나누었고, 마침내 그녀만의 길을 찾아 들어 승부수를 걸게 되었다. 사부님의 조언으로 오래 열망하던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그녀의 미술 재능은 가히 놀라웠다. 그 단기간에 어떻게 그렇게 표현하고 그려낼 수 있는가가 온ㆍ오프라인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가 그림을 통해 더욱 아름다운 성장을 이루어 나가길 빌어마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연구원 생활 일 년 동안을 서로에게 친구이자 스승이기를 노력하고 또 갈망하면서, 어제보다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하며 서로 돕고 나누기를 애써왔다. 한 해와 한 해의 하루하루를 꼭꼭 씹어 소중하게 보냈던 것이다. 장담컨대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 연구원 모두는 어제보다 몰라보게 상당히 예뻐졌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로인해 상대를 배려하며 상생과 화합의 더 나은 COREANITY로 거듭 치환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IP *.70.72.121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7.12.24 08:40:58 *.180.46.19
(여자버전으로)아름답게 보는 당신의 눈 속에서 나는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남자버전으로)써니, 내 그대를 알고 부터 삶이 풍요로워졌소.
당신은 날 더 멋진 사람이 되게 만드오.
프로필 이미지
소현
2007.12.24 11:08:03 *.236.47.54
정말 맛깔스럽고 흥미로운 글이다.. 언니야.

언니의 빛으로 사람들을 밝혀주니..
모두들 하루가 반짝 반짝 빛나겠다아..

오늘은 조금은 설레이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내맘대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도 되겠지?
베실 베실 웃음이 나오는 오전이다..^^

언니에게는 소라껍질 하나 선물해야겠다.
귀가 가까이 가져와 그 소리 들을면 상상의 바다로 초대하는
마법의 소라껍질...^^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12.24 23:30:50 *.70.72.121
아우님들 고마우이...

선물도 못해줬는데 마음으로 받아주면 고맙겠네.

정화야, 너가 맹목적으로 순종적인 면의 여자 중의 여자라는 거 잘 알고 있다. 명년에는 네게 꼭 맞는 인연을 만나거라.

소라, 니는 조만간 맴매^^ 맞자.
과제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 좋다. 이대로 쭉~ 달릴 것을 믿는다.
언니가 뒤따르는 거 잊지말고, 계속 앞질러 줘. 쌩쌩~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2 [37] 반란군을 위한 대통령 지도자의 혁명 써니 2007.12.17 2196
4711 명료함도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호정 2007.12.18 2535
4710 (35) 민감한 관계 [5] 香仁 이은남 2007.12.19 1986
4709 [칼럼36]써니의 집 [3] 素田최영훈 2007.12.19 2606
4708 [칼럼 37] 첫 이미지 [2] 여해 송창용 2007.12.20 1967
4707 한정화 원장의 그림학교 이야기 [3] 현운 이희석 2007.12.20 2451
4706 [37] 밥이란? [3] 校瀞 한정화 2007.12.20 2612
4705 (35) 아주 길고도 짧은 여행 [2] 時田 김도윤 2007.12.20 3015
4704 [칼럼37]대통령에 대한 코드 [8] 素田 최영훈 2007.12.21 2345
4703 생애 첫 크리스마스 선물 [3] 우제 2007.12.23 1984
4702 춤-여성-명상 연결연습(2) [3] 素賢소현 2007.12.24 2124
» [38] 3기 연구원 13인조의 이야기 [3] 써니 2007.12.24 2389
4700 (36) 연구원 과정, 그 험난함에 대하여.. [4] 香仁 이은남 2007.12.27 2431
4699 [칼럼38]38권의 책과 14명의 사람들 [1] 素田 최영훈 2007.12.27 2252
4698 (38) 예배당에서 [2] 박승오 2007.12.27 2310
4697 [38] (글쓰기)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야 하나 고민하게 될때 校瀞 한정화 2007.12.28 2024
4696 [39] 나는 무슨 책을 읽고 쓸 수 있을까? [8] 써니 2007.12.29 2904
4695 (36) 내 안의 격렬한 여백 [3] 時田 김도윤 2007.12.31 2458
4694 You Raise Me Up file [12] 호정 2007.12.31 2900
4693 [칼럼 39] 가까울수록 더 여해 송창용 2008.01.03 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