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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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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1일 09시 52분 등록
나이지리아

아니 왠 나이지리아. 너무 쌩뚱맞은 제목이다.
나는 내일 그러니까 2008년 4월 21일 나이지리아로 출장을 떠난다. 이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나이지리아라는 제목을 서슴없이 달았다. 뭐 그리 대단한 출장이라고 제목까지 써가며 이러는 걸까? 사실 이번 나이지리아 출장은 나에게 적잖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2000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후 가장 어려운 문제라 내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대문이다.

내가 가는 곳은 FPSO라는 것으로 바다위에 떠있는 곳이다. 이놈을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라고 할 수 있다. 한 척당 가격이 10억-20억 달러 정도하니 꽤 비싼 놈이다. 우리 회사에서 만들어 납품한 제품도 그곳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문제 이길래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이러는 걸까? 나는 지난 2달여를 이 문제에 대해 여러번 고민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더욱더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고 있다. 현장을 보지 않고 문제점을 파악하기란 소주병의 밑면을 보고 쟁반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와 비슷하기 때문일까.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중얼거렸었다. “이러다 나이지리아까지 가겠다.”

유독 이 프로젝트는 진행하는 내내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뭐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설계 단계부터 삐걱거리더니 제작하는 동안에도 회사로서는 울고 싶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일의 실무를 진행했던 직원들의 답답함과 어려움은 더욱더 컸었다. 지금은 이 프로젝트의 제품을 설계-생산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점에 봉착해 있는 제품은 그 담당자가 3번이나 바뀌었다. 그러더니 결국 내가 설계팀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전까지 나는 연구개발팀의 팀장이었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주-설계-제작-납품과 내가 하는 일은 좀 다른 일이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 당시 사장님은 걱정이 참 많으셨다. 지금도 그 걱정은 그리 좋게 개선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지만 어쨌든 그 걱정 중 나에 대한 걱정도 있으셨던 것을 사장님과 이야기 하면서 알 수 있었다. 2006년 11월 그 당시 사장님의 걱정은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었다. 개발과 설계업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것은 분명 많은 문제점이 있다. 덕분에 개발팀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신제품 개발 1건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보고 꽤 오랜 기간을 우울해했었다. 그때 우리는 개발팀 인원을 수주 프로젝트 제품을 설계하도록 업무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진행하던 신제품 개발과 개선 프로젝트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잊혀질만하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영웅 신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평생을 연구하였다. 캠벨은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내가 나이지리아 행을 결정한 이유다. 사실 두려웠다. 그곳에 가야한다는 마음을 먹지 못했었다.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일은 생산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나와의 관계를 애써 왜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설계와 생산을 누가했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현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기계를 빨리 정상상태로 돌려놓는 것이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거기에 따른 최선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제조사의 소명일 것이다. 단순할수록 이야기 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운 법이다.나이지리아 현지에 파견 나가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엔지니어들도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방안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간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찾지 못한다는 생각은 이미 버렸다. 그런 걱정을 가불까지 해가며 애쓸 마음의 여유가 나에겐 없다. 이것이 내 소명이라 생각하겠다. 앞으로 내가 생각하고 해결해야하는 것은 이렇다.

문제가 무엇인가? 원인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설계한 사항에 대해 변호를 하러가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원인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원인을 찾으면 그 다음단계는 당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원인은 예상하는 바가 있다. 문제는 현장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크레인 장비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계마다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말이다. 이것이 문제다. 그렇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이문구가 이렇게도 깊이 가슴을 파고 들 줄이야.
IP *.117.6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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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21 10:18:00 *.36.210.11
가라.
달려들어 거침 없이 가라.
당신의 지금 20억이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고 생각하고 가라.
신용은 바로 그것이다.

"좋은 장면은 좋은 장비가 찍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바로 그곳에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내가 아는 사진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도우려는 마음, 내 문제로 받아드리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인식 그것이 그대를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의 그을린 검은 피부 속 유연하고 활기찬 힘의 광택과 생명까지도 느끼고 오라. 그대의 첫발이 그대를 위대하게 이끄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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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21 10:19:48 *.244.220.254
형님의 출사표에 박수를 보냅니다. 꼭 잘 해내실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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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창
2008.04.21 12:49:46 *.64.21.2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또 하나. 나 얼룩말 한마리 잡아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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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4.21 14:09:30 *.122.143.151

나두..

난 좀 작은 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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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4.21 17:13:52 *.97.37.242
홍스, 해결 방법을 잘 알고 있구나. 문제를 CEO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마음 자세도 훌륭하고...

문제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고로 한마디 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문제를 풀 때는 '창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땅위에서 배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고, 정주영 회장이 고철 선박으로 물길을 막았던 것 처럼 말이지...
뻔히 아는 얘기지만, 실제 문제에 봉착하면 이런 생각을 하거나, 시도해 보는 건 쉽지 않은 법이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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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4.21 17:55:42 *.41.103.168
별것도 아닌일 갖고 내가 너무 힘을 줬나봅니다..ㅎㅎㅎ

써니누나.. 고마워요. 그곳으로 갑니다.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힘이 나지 않을수 없내요.

거암 고마워... 내가 참여를 잘 못해 미안하구나. 돌아오면 홍길동이 되마..ㅋㅋ

창형..ㅋㅋ 얼룩말 한마리 갖고 성에 차실려나 모르것소..ㅎㅎ

재우성 내 잘 골라보리다..ㅋㅋ

큰형님.. 감사합니다.
'창조적 발상의 전환' 꼭 명심하겠습니다.
정산형님의 얼굴을 떠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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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4.22 10:44:55 *.127.99.39
멋집니다. 잘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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