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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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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06시 02분 등록
휴일 없이 일하기

일하면서 휴일이 없다면 어떨까?
물론 1년 365일 연속으로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1/4을 줄여 3개월 정도 연속으로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가정해본다. 왜 이런 가정을 하냐면 실제 이렇게 일하는 현장이 있기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그렇게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와 있는 현장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일하고 있다. 바다위에 떠있는 공사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휴일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이것이 본 글의 초점이다.

엑슨 모빌, 쉐브론, 토탈 이 세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회사들이다. 엑슨 모빌과 쉐브론은 미국회사고 토탈은 프랑스 회사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 이후 불황이 없는 업종이 있다. IMF 한파에도 이 업종은 불황을 모르고 밤낮없이 굉음을 울렸다. 다름 아닌 조선업이다. 2000년 이후 건조 규모로 이미 일본을 앞섰다. 여기에는 석유회사들이 앞 다퉈 원유를 시추하고 정제하는 해상 장비를 만들었고, 그와 더불어 저장 운반하는 배까지 필요한데 기인한다. 기술의 발달은 여러 가지로 나눠진 원유 시추, 운반 장비들을 하나로 묶는 시도를 감행한다. 배의 크기와 규모는 점점 커졌다. 대표적인 것이 LNG 운반선과 FPSO다. FPSO의 경우 한척에 우리나라 돈으로 2조원 가까이 하는 배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짐작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가히 천문학 적인 돈이 석유를 만들어내는데 쓰여 지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 3사에서 매년 1-2척씩 만들어 대고 있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지칠 줄 모르는 석유 값 상승이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원유를 시추하는데 드는 원가는 베럴 당 3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것을 정재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물질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 가보자. 왜 휴일 없이 일해야 하는가?
이러한 상황은 모든 나라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석유회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주 40시간 근로를 응용하여 1달 일하고 1달은 쉰다. 그들이 고용한 한국 직원들도 그런 조건이다. 어쩌면 주인 회사의 특권으로도 보여 진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회사의 수익구조가 대부분 고도의 엔지니어링은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와 계약을 하고 큰 배를 운영하는 시스템 그리고 관리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익은 많고 거기에 투여되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돈을 많이 주고 주 40시간을 근로할 수 있는 상황을 즉 사람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어떤 회사가 오는가? 우리는 조선3사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나라의 중공업 회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석유회사들로부터 수주를 받는다. 그들에게는 최대의 고객인 셈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조선3사가 배를 만드는 방법은 그들 독자적으로 하지 못한다. 선주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대부분 장비가 수입제품이다. 특히 FPSO 같은 석유회사의 장비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LNG 선의 경우 국산화 되고 있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대부분 고가의 메인 장비들은 거의 수입품이라고 봐도 되겠다. 즉 원천기술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아직 원천기술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 뒤처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술집약적 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의 중간에 놓여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기술과 노동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우리나라 산업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친다. 그러나 어디에서건 그런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곳 중간관리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이다.

휴일 없이 일하는 것과 이런 이야기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것은 거시적인 이야기다. 사실 단기간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일거리를 찾아 중동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갔었다. 지금은 그런 일들을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 등 개발도상국가 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뛰고 있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그 관계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미국 석유회사로부터 오더를 받은 한국 시공사는 다시 노동자를 필리핀에서 구해왔다. 이들이 각각 일하는 시간을 환산해봤다. 미국 선주회사 1개월 근무 1개월 휴가, 한국 시공사 3개월 근무 10일 휴가, 필리핀 노동자 6개월째 일만하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지난주까지는 일요일도 저녁 7시까지 일을 했다. 오늘은 5시에 일과를 마쳤다. 하긴 그것도 모자라 공사 진척에 쫓기는 팀은 야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휴일이 없다는데 있다. 이것은 내가보기에 리더십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루 이틀 일해서 끝나는 공사가 아니다. 적어도 10개월은 소요되는 공사인데 그 짧고도 긴 시간을 휴일 없이 강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보기엔 무모한 고집이다.

공사 완료 기간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좀 궁색해 보인다. 지원되는 인력은 부족하고, 이런 악조건에서 일하려는 사람은 더더욱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좀더 노력해보자는 이곳 최고관리자의 말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아침부터 땀 흘리면 밥 빌어먹는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노가다 판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에게는 열심히 일하던 천천히 일하던 벌어가는 돈은 똑같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일을 빨리 끝내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 필리핀 노동자들을 보면서 비슷한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당연히 공사가 늦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쉬지 않고 일을 시킨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일 잘하는 성실하고 유능한 선수도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그 선수들은 지쳐가고 있을 것이다.

스포츠를 생각해보자. 축구경기는 보통 1주일에 한번 열린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쉰다. 축구보다 체력소모가 덜하기 때문이다. 다른 운동경기도 체력 소모와 인기에 비례한다. 그들에게 휴식은 그냥 쉬는 의미를 넘어 반드시 필요한 재충전 요소이다. 쉬지 못하고 혹사당하는 선수는 장수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혹사당한 선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버림받은 것이다. 혹사당한 선수의 생명은 길지 못하다.

산업현장에서 휴일은 다분히 정책적인 문제이다. 그것은 근로자가 만들어가기 어렵다. 경영과 관리의 영역이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쉴 수가 없다. 쉬려면 일을 빨리 끝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쉰단 말인가? 그리고 옵쇼어는 쉬어도 비용은 계속 들어간다. 그 비용은 누가 대는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가 주장하는 몰입 경영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집중 즉 몰입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일에 몰입되는 경우는 드문 경우이다. 스스로 몰입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잣대를 드리대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그런 부류는 조직에서 5%로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몰입 경영이란 말도 등장하는 것일 것이다. 직원들을 직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리자들이 할 몫인 것이다.

결국 관리자는 직원들이 직무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하고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직무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정책적인 문제와 실질 업무적인 문제가 공존한다. 정책적인 문제는 몰입해서 일한 후의 미래지향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실질업무적인 문제는 좋지 않은 다중작업이 되지 않도록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좀더 부연하자면 정책적인 문제는 직원들에게 그 일이 가져다 줄 미래의 가치와 그 자신에게 돌아갈 혜택 즉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좋지 않은 다중작업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작한 업무를 중간에 끊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알면서도 그것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사람의 실무자에게 여러 일이 중첩되어 있는 경우 어느 일 하나 제 때 끝나는 경우가 없는 것을 계속 경험한다. 그러면서도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현실에 많은 사람들은 체념한다. 시킨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 일이 끝난 후 다른 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에 집중하는데 까지 걸리는 워밍업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 시간은 의외로 많이 든다. 더군다나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게 되면 그 워밍업을 반복하게 된다. 그 시간이 실제 일에 투여된 시간보다 긴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서 얻어진 시간이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무지막지한 상황은 최소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는 돕는 것이다. 관리는 경영과 일치한다. 사실 Management는 경영과 관리를 동시에 표현한다. 영어에는 관리라는 단어가 따로 없다. 훌륭한 경영은 직원들을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이 기업이 추구하는 당연한 진리인 이윤창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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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5.05 12:40:39 *.5.98.140
홍스, 하고 있는 일은 잘 되고 있는가?

그곳에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러 간 줄 았았는데,
컬럼을 보니 경영관리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는 것 같구먼. ㅎㅎ
하기야 기술적인 얘기는 해 봐야 우리가 잘 알아 듣지 못할테니...

자네가 얘기 하는 부분은 이 세상 모든 관리자들의 영원한 숙제지
동기부여와 경영효율성 제고
이걸 해결하려고 많은 학자들이 새로운 이론들을 쏟아 내는 것이고

덧글로 얘기하기는 한참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고민을 깊이 하고 있는 관리자들이 많을수록 그 조직이 잘 되는 조직인 건 분명해. 그리고 나중에 홍스가 최고경영자가 됐을 때 자기가 고민하던 내용을 실제 조직에 적용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란 면에서 아주 발전적인 생각이지. 잭웰치가 그렇고,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이 그런 예지.

나도 항상 관심 갖는 주제라네
아마 7, 8월 쯤 되면 이런 주제의 책도 읽게 되겠지
나중에 시간을 갖고 한번 토론 해 봄세.

몸 건강하고, 하는 일 잘되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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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5.05 22:50:13 *.72.227.114
그런 업무 강도에서 이 연구원 숙제를 다해서 올리시는 오라버니 대단하십니다..
저두 많이 공감하는 주제에요. 마케팅 리서처로 2년 반을 살았는데 그 곳이 그랬어요. 365일 항상 대기 상태, 퇴근 후 자기 개발은 꿈도 못꾸는 상태, 다른 사람들이 다 쉬는 연휴나 명절에도 대기 상태..
이 상태 오래 가면 개인들이 매우 불행해지고 그것으로 인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우울해 집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러 회사에서 이 상태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일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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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5.06 19:31:48 *.122.143.151

홍쑤야~ 넌 강도가 어떠냐?

너야말루 쉬엄쉬엄 해라~ 형으로서 웬지 걱정이 앞선다.

타지에 나가 아프면 그것처럼 서러운 거 없다는 거 알쥐?

가끔은 눈치도 보며 설렁설렁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거 잘 못하면 디기 힘들다.. 잘 안되면 나중에 형이 갈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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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6 21:53:03 *.41.62.236

홍스! 홍스! 짠하고 나타나길 기다려지네.
막상 만나면 진짜 영웅처럼 빵빠레라도 울려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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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07 07:31:11 *.244.220.254
먼 타국에서 고생 많으시네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과정속에서 형님이 원하시는 기업경영컨설턴트의 풍광이 그려질 것이라 믿습니다. 화이팅! (10대 풍광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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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8 02:11:17 *.39.173.162
큰형님.... 한수 부탁드립니다.^^
현정... 그렇게 2년 반을 살았다니... 상상이 안간다..ㅎㅎ 고마워
이번 칼럼 정말 멋지더라. 다음호 기대할께..^^
재우성... 갈쳐줘...ㅋㅋ
지희누나 조금만 기다리슈... 빵빠레는 아스크림도 괜찮을듯..ㅎㅎ
거암 읽어봤구나..부끄럽군..ㅎㅎ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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